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출처=네이버블로그 'skyfed')
(출처=네이버블로그 'skyfed')

[에듀인뉴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조국 장관의 딸 입시과정에 이어 아들의 입시과정까지 검찰조사를 받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혹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그동안 학부모들 사이에서 ‘하더라’ 식의 소문만 무성했던 갖가지 방법의 스펙 쌓기 종합판임에 충격이 더하고 있다. 대한민국 입시 비리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특권층의 입시 비리가 어디 조국 장관의 자녀뿐이겠냐’는 불신이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대통령마저도 대입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지시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의 교육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반성의 기미는커녕 국민의 62%가 정시확대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수시/정시 비율은 논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만 확보하겠다는 독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정 교육단체와 끼리끼리? 정시/수시 공론화에 '작업' 있었던 것 아닌가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표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했던 의제2 팀의 진보교육단체들을 기억해보라. 지난 25일 국가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교육단체들과 함께한 공청회의 구성과 다르지 않다.

또한 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내놓은 ‘비교과 스펙’ 삭제 제안은 지난해 정책숙려제를 통해 2022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던 ‘학종의 공정성 제고방안’과 다를 바 없이 국민의 불신을 잠시 무마시켜보겠다는 쇼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조차 진영의 논리로 교육문제를 바라보는데 어느 누가 그들의 논의에 대해 진정성이 있다고 믿겠는가.

수능은 학생 발전가능성 알 수 없고, 내신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적인 재검토 지시 이후 정시확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보도 자료가 쏟아지자 진보교육감 진보교육단체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매일 논리도 없고 증거도 없는 수능 비판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와중에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정시확대를 주장하던 단체들이 그렇게도 지적했던 학종의 불공정성이 이번 조국장관의 자녀 입시논란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이들의 목소리는 아예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논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작 내놓은 것이 ‘비교과 스펙’ 폐지안이다. 학종의 취지가 담긴 비교과를 폐지하면 학생의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다양성 평가는 뭘 보고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교육부는 내신과 과목별 교사의 평가만 남는 누더기 학종 전형으로 발전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수능이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며, 주입식교육이라고 수능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던 비판이 결국 그들의 목적을 위해 수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트집잡기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학종에서 비교과 스펙을 뺀 나머지 교과와 교사 평가만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은 전교조가 그리도 주장했던 교과전형의 변종일 뿐, 공정한 대학선발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미 고려대는 올해 정시확대를 피하려고 교과전형을 변칙적으로 사용하려다 교육부의 비판과 여론의 뭇매를 맞은바 있다. 교과전형은 내신 50%이상만 반영하면 면접과 서류심사가 어떤 비율로 적용되더라도 교과전형이 될 수 있기에 이는 또 다른 학종의 변종이 될 수 있다.

생명 다 한 학종 "더 이상 뜯어고친다고 해결될 일 아냐"

학종이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전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수능도 부모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전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학입시 전형에 있어서 부모의 경제력이 영향받지 않는 전형이 어디 있겠는가? 전면적으로 사교육 금지령이 떨어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형편이 어려워도 허리띠 졸라매며 아끼지 않고 뒷바라지 할 것이다.

그런데 학종은 특권을 이용한 편법과 학부모의 경제력, 정보력이 개입 가능하다는 전형이라는 얘기 아닌가? 도대체 왜 비교과 스펙을 다 삭제하면서까지 학종을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인가? 교육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특정교사집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길래 학부모와 학생들의 처절한 외침이 이리도 외면되고 있는 것인가?

그뿐인가? 정시확대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상위층 학부모라느니, 강남 등 교육특구의 학부모들이라느니 온갖 부정적 프레임을 씌워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짓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정시확대 찬성 여론 62%가 특정 집단의 통계란 말인가?

교사의 평가권 확대로 공교육 정상화 이룰 수 없어

수능을 반대하는 집단의 억지 주장의 또 하나는 수능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 공교육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도대체 수능이 시대를 역행하는 시험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무엇인가? 오히려 내신이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문제유형이 더 많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수능이 교실을 황폐하게 만들었다면 대학 선발의 평가 항목이 된 내신 경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신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고 지도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 가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평가하여 그 결과를 대학선발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 기본이다. 왜 이 기본을 계속 부정하는 것인가.

교사들이 평가하는 내신은 문제가 없고, 몇 개월에 걸쳐 전문성 있는 교사와 교수들이 고심하며 만든 수능은 문제가 많다는 것인가. 수능이 공교육을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평가받기를 두려워하는 교사들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이 교사들의 평가권에 의해 정상화되는 것은 진정한 정상화가 아니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워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6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종 개선 및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세부계획을 밝혔다. 2019.09.26(사진=교육부)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6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종 개선 및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세부계획을 밝혔다. 2019.09.26(사진=교육부)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특목고/자사고 폐지 위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학종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당정은 “학종비율 높고 특목고 선발 많은 13개 대학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학종의 불공정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특목고 폐지를 위한 것이라고 오해받기 충분한 발언이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학종의 비위 사실을 밝혀내고 비위 사실이 드러난 대학에 대해서는 학종 선발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해야 대입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또한 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안한 외부평가위원회는 또 다른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권력기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대학에 평가기준을 공개하겠다는 안도 정성평가를 장점으로 내세웠던 학종도 결국 정량평가를 해서 성적으로 한줄 세우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