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무색해지면 학교교육 정상화 찬물, 내신 경쟁 가중 우려
현장 교원 배제 '교육공정성강화특위' 대표성 없고 균형 잃어

한국교총 
한국교총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공론화와 숙의과정을 거쳐 결정한 학생부 기재사항과 학종 개선방안 자체를 대통령 말 한마디와 일부 의견에 떠밀려 파기하고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비교과영역 폐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내신 경쟁이 더 가중되며, 교과활동으로 불공정 논란의 불똥만 옮겨가게 만드는 등 또 다른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학종 선발 비중이 높고, 자사고‧특목고 학생 선발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에 대해 학종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학종 비교과영역의 폐지까지 논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교육부는 실태조사와 논의를 바탕으로 11월 중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총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조국 법무부장관 딸 부정 입학 의혹으로 시작된 대입 개편 논의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없는 것을 있게 만들고, 안 한 것을 한 것으로 만든 사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론화와 숙의를 통해 개선, 결정한 학종 자체를 뒤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불공정,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교과영역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종이 사실상 학생부 교과전형과 다를 바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학생의 다양한 활동과 잠재력을 보겠다는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지면 대입 전형에서 내신, 교과별 세부활동 및 특기사항 항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 면접이 강화될 것”이라며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고 학생들은 내신 경쟁과 그로 인한 사교육에 더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교과영역 폐지만으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총은 “내신은 학교 간 학력 차가 존재하고, 교과 세부활동 및 특기사항, 그리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학교‧교사 간 기재 차이가 있으며, 면접은 정성적 요소가 강해 결국 불공정 논란의 불똥이 이들 전형요소로 옮겨갈 뿐 공정성 확보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학기당 수백명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학생 개인의 학습과정을 충분히 관찰·기록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형요소의 삭제·추가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 시기와 개선방안 발표 시기가 대학의 수시전형, 1차 합격자 발표시기와 겹친다. 각 대학의 자사고‧특목고 학생 선발을 위축시키고, 이에 따라 자사고‧특목고의 신입생 선발에 악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가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의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비교과영역 폐지 논의 역시 내신이 불리한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 결정한 학종을 대통령 한마디에 뒤흔드는 것은 정치의 교육 개입이자 교육법정주의 훼손”이라며 “기재 영역‧항목을 바꾸기보다는 기재 내용의 학교‧교사 간 격차를 해소하고, 대학의 학생부 기반 면접 강화 등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 투명성을 기하도록 하는 지원부터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정부‧여당이 현장 교원을 배제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 “대표성도 없고 편향적인 일부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며 “현장 교원과 교총 등 교육계의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