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합의서 예시문 제소금지 피해자 서명 요구도
이찬열 "형식적이고 비현실적인 내용 삭제하라" 

(자료=이찬열 의원실)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어울림 프로그램’ 교재에 학교 폭력의 책임과 해결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수원장안‧교육위원장)이 2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어울림 프로그램 교사 지도안을 분석한 결과, 폭력 발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내용과 제소를 금지하는 피해자 서명을 요구해 학교 폭력 은폐를 조장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교육부에서 2016년부터 실시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으로 2019년 현재 4506교가 운영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한 수업을 통해 학생이 공감소통, 감정조절, 갈등해결 등 학교폭력 예방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크게 여섯 개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이버 폭력,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 폭력을 다룬다.

일례로 ‘감정조절’ 교사용 지도안에는 ‘행복한 아이는 자신의 행복을 침해하는 사람에 대한 방어능력 또한 뛰어나다.’, ‘누군가가 기분을 나쁘게 한다고 해서 “아! 기분 나빠!”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이 주는 기분 나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감정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등 학교폭력에 대한 비현실적 대응 방법이 실려 있었다.

또 ‘자기존중감’ 교사용 지도안에는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개인적인 중요 요인은 낮은 자기존중감’, ‘부정적인 자기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내면의 역량을 강화하고 또래 관계에서의 갈등상황을 성공적으로 해결’ 등 학교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내용이 여러 페이지를 통해 확인되었다.

(자료=이찬열 의원실)

특히 중학생 교사용 수업 지도안의 ‘화해 합의서’에는 화해 일시 및 ‘이후 다른 사유가 있어도 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소를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고 후일의 증거로서 합의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내용의 화해 합의서가 예시로 들어가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학교 폭력을 처벌 없이 무조건 덮으려고만 하는 교육부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2014년 해당 자료가 발간된 후 5년이 지난 올해에서야‘화해 합의서’가 게재된 수업 지도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체 회수했으며 이를 대체할 다른 지도안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이는 학교 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가해자를 처벌하는 미국이나, 학교 폭력을 교실 전체의 문제로 보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학교 폭력을 방관하던 다른 학생들이 방어자로서 피해자를 돕게 하는 핀란드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대비된다.

이찬열 의원은 “최근 개정된 학교폭력법 개정안은 경미한 학교 폭력은 자체 종결할 수 있게 해 학교폭력이 은폐될 거라는 피해 학부모들의 눈물 어린 우려가 많다"며 “어울림 프로그램의 학교폭력 은폐를 조장하고 가해자에 변명 기회를 주는 형식적이고 비현실적 내용을 삭제하고,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이 중요한 사회문제임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