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비율 36.8% 전망…누리과정 부담으로 재정여건 악화

 

전국 시·도교육청의 채무가 급증해 내년 말에는 17개 교육청의 채무 총액이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여건에 따른 세수 악화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부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말 전국 교육청들의 지방채 잔액은 10조7천164억원, 민간자본을 미리 당겨 학교 시설을 건립한 민간투자사업(BTL) 잔액 합계는 6조3천976억원으로 두 금액을 합친 채무총액은 17조1천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도교육청 전체의 세입예산 총액 대비 채무 비율은 올해 말 현재 28.8%다. 각 교육청이 전망한 2016년 채무상황은 더 암울하다.

내년 말에는 시·도교육청의 BTL 잔액이 올해보다 소폭 감소한 6조원 상당으로 전망됐으나, 지방채 잔액은 14조3천668억원으로 늘어 채무총액은 20조3천676억원, 채무 비율은 36.3%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국 교육청의 평균 채무비율은 2012년 17.7%, 2013년 18.2%, 2014년 19.8%로 완만하게 늘다가 올해는 28.8%로 10%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내년에는 36.8%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교육청의 내년 채무비율 전망치는 경기 48.4%, 서울 29.9%, 대구 39.6%, 충북 31.3%, 충남 32.6%, 경북 36.8%, 경남 38.1% 등이다.

이처럼 교육청의 채무비율이 급등하는 것은 각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부담하면서 예산 부족분을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제여건의 악화로 세수가 감소한 데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누리과정을 교육청이 떠안으면서 교육재정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9월 누리과정 비용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 교육청들의 예산 확보에 더욱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국회는 지난 3일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우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 3천억원을 편성했지만, 내년 누리과정 비용의 부족분 2조1천여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예비비를 제외하고도 1조8천억원 가량이 부족해 교육청들은 지방채를 발행해 상당 금액을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은 누리과정이 중앙정부 사업인 만큼 전액 국고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방채 발행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기·인천 교육감들은 지난 1일 공동회견에서 "교육청들은 일방적으로 떠안은 누리과정 예산으로 지방채가 급증해 재정위기 지자체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며 교육부가 요구하는 4조원의 지방채를 내년에 추가로 발행하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0兆 빚더미 교육청, 올해 살림살이 어떻게 했나

교육·시설예산 줄이고 무상급식 유지 또는 늘려

심각한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교육청 중 상당수가 교육·시설예산은 크게 줄인 반면, 무상급식 예산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안고 있는 채무 잔액은 총 10조8540억 원에 이른다. 올 한 해 새로 발행된 지방교육채만도 6조1426억 원이다. 반면, 상환액은 1693억 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이자상환이었고 원금상환한 곳은 73억 원을 갚은 인천 한 곳밖에 없었다.

이 영향으로 일선 학교들은 교육환경개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 수요액은 4조407억 원이었으나, 실제 반영된 금액은 1조5234억 원에 그쳐 예산반영율이 4년간 최저인 38%를 기록했다.

기초학력 보장 예산도 크게 줄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175억 원 집행됐던 것이, 2013년에는 811억 원, 2014년에는 643억 원으로 3년새 47%나 줄었다. 집행액과 예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예산은 431억 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도 무상급식만은 건재했다.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에 따르면 총액은 1373억원 줄었지만, 지자체 지원 중단으로 내홍을 겪으며 1770억원 가량을 감축한 경남을 제외하면 오히려 늘었다. 지역별로 따져도 대구, 경기, 충북, 전북, 경남을 제외한 대부분 시·도에서 증액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교교육에 직결되는 교육·시설예산을 삭감한 교육청들이 무상급식은 유지·확대한 것이다. 학교 살림이 어려워진 데는 3조9천억원에 달하는 누리과정 예산 탓도 컸지만, 교육감들 역시 자신들의 공약인 무상급식은 끝까지 고수한 셈이어서 비판을 면하긴 힘들다.

교육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확대가 전체 교육예산 파이를 키우는 데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공약인 자유학기제조차 국비 반영을 거부, 교부금으로 운영토록 한 예산당국이 6조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 교육당국의 증액 요구를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의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해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세계적으로 무상급식은 스웨덴, 핀란드 밖에 없고, 미국은 40%, 일본은 14%만 한다"며 "복지는 지속가능해야 하고, 나라가 어려워지면 서민·중산층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상급식비는 하늘에서 떨어진 비용이 아니라 기존 교육청 예산"이라며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 안전 환경개선, 리모델링, 책걸상 교체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