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기고]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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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운영위원장
김진우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운영위원장
김진우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운영위원장

필자는 작년 대입 공론화 과정에 의제 2팀의 팀장으로 참여하였다. 당시의 경험을 돌아보고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에 대한 교훈을 얻고자 한다.

대입 공론화 의의 "가치갈등의 문제, 이해당사자 의견 중요"

[에듀인뉴스] 대입 공론화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이 많았다. 복잡한 입시에 대한 이해 자체도 어려운데 일반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공약을 국민들에게 던져 놓고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 국민 각자가 이해당사자인 대입 문제를 정말로 공정한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등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필자는 대입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공론화 방식을 택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전문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정부의 자신감 상실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관료나 정치인이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하지만 대중의 찬반여론이 분출되면 부담을 느껴 결정 장애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대입 공론화가 이런 경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이는 컸고, 대입 문제는 온 국민의 이해관계와 공정에 대한 감정과 연결되어 있어 일반 대중의 찬반이 뜨거운 상황 속에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순순히 수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했기 때문에 이행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였다.

마침내 정부는 그 결정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해달라고 공을 넘긴 것이다. 국민들이 합의를 이루어주면 정부로서는 결정의 부담을 덜고 욕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공론화를 거치면 정시 확대라는 국민 여론이 우세할 것이고, 이것이 여권 실세 의견과 일치했기 때문에 이를 관철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고 추측한다.

여하튼 이 판단의 이유를 선의로 해석하면 대입 제도의 문제는 사실 관계 문제가 아니라 가치 갈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가보다는 이해 당사자 합의가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꽤 유용한 방식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종종 정치 과정은 정쟁의 포로가 되고, 이해관계에 의해 포섭되고, 관료제 속에서 길을 잃어 일반 국민과 유리되고 공공선을 배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의 중립성도 의심을 받는다. 만약 롤스의 무지의 베일과 같은 중립적 판단 과정이 있다면 신뢰가 생길 것이다. 이 역할을 숙의 민주주의가 해낼 수 있다.

전문성 부족은 큰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이 모든 정보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가치 갈등과 관련된 핵심 정보만 정확히 분별하면 된다. 가짜 정보만 잘 걸러내는 과정만 마련되면 된다. 중립성과 전문성 문제만 잘 해결되면 숙의 민주주의 과정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대입 공론화 과정이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냈고, 그 전까지 존재했던 잘못된 여론들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었다.

최근 학종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도 발생했지만 작년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큰 틀을 뒤집자는 주장은 크게 없다. 만약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또 다시 이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라 추측한다.

대입제도공론화제도를 안내하 대입제도개편 국민소통 플랫폼 메인화면 캡처.
대입공론화제도를 안내란 대입제도개편 국민소통 플랫폼 메인화면 캡처.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드러난 다섯 가지 문제점

첫째, 팩트 체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론화 위원회 차원에서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 주었어야 했다. 예를 들어 학종과 수능 전형 합격생들의 소득 분위에 대한 자료는 기존 연구 결과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참여단에게 확인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는 중립이라는 미명 하에 검증의 책임을 떠넘겼다. 시민참여단은 상반되는 정보들 가운데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개중에는 가짜 뉴스들이 상당했고, 이를 걷어내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둘째, 내용적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의제 1팀과 4팀은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으로 사실상 같은 입장인데 미세한 차이를 이유로 별도로 구성되었다. 그 결과 정시 확대의 입장은 다른 팀에 비해 2배의 발언권을 얻었다. 그리고 수능 절대평가에 비해 수능 상대평가를 주장하는 입장은 3배의 발언권을 얻었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이유는 애초에 결정 방식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팀을 구성하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미시적으로는 각 팀별 발언 시간 등에 기계적 공정성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구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불균형을 방치한 것이다.

셋째, 시민참여단에게 너무 세세한 결정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수능 절대평가를 함에 있어 전 과목을 하느냐, 일부 과목을 점진적으로 하느냐 하는 부분은 토론된 적도 없고, 시민참여단이 그 정도까지 판단할 전문성은 부족하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의견들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무리했다.

시민참여단에게 주어진 정보나 시간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시민참여단은 큰 맥락에서 중요한 가치와 방향을 선택하는 정도로 역할하면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의제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요컨대 참여단이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수준과 실무자나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영역들을 잘 구분하여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결정이야말로 토론이 필요한데 이를 비밀로 추진한 것은 문제였다.

넷째, 토론 운영이 미흡했다.

토론 직전에도 룰을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상호토론도 부족했다. 그것도 경직된 방식으로 이루어져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회자가 오히려 토론을 억제하는 역할인 듯했다.

다섯째, 근본적 문제인데 참여단을 어떻게 구성하며, 누구의 의견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었다.

철저한 의미에서 중립적인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지만 최대한 중립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이라고 하지만 계층별, 세대별, 지역별 인식과 이해관계가 다 달랐다. 내 생각에는 이 문제의 최대 당사자이자 그나마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현재 초등학생 학부모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사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의견을 누구보다 중시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해석의 문제다. 단순한 산술 합산이 아니라 의미를 고려하여 가중치를 두고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BS 캡처)
(EBS 캡처)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가 제대로 되기 위한 다섯 가지 제언

학원일요휴무제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한가? 그렇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론의 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힘 있게 추진하지 않고 중립적 공론화를 통해 풀겠다는 교육감의 의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정치 지형으로 볼 때 강력한 이익집단의 압력이 존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인이 부재한 가운데서 교육감 혼자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확인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는 과정은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의제 설정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자세한 정책 방안이 아니라 가치와 방향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 환자는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몇 센티를 쨀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이것이다.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의 사회로 갈 것인지, 유한경쟁의 사회로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학원심야규제도 그렇고 일요휴무도 마찬가지로 이를 어기는 범법자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들 때문에 모든 규제를 풀고 무한경쟁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유한경쟁의 룰을 만들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의 선택이다. 예체능 학원을 허용할 것인지와 같은 것은 지엽적 문제다.

둘째,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

현재 토론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학원연합회 측에서 내놓은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학원일요휴무제에 대한 찬성 여론은 70%선으로 나오고 있는데 학원 측의 여론조사는 정반대로 반대가 80%선으로 나왔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여론조사라고 하여 사실 관계를 확인하니 마크로밀이 실시한 것이 아니라 학원측이 수집한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만 했다고 했다.1)

1)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현재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 추진 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학원측은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언론은 그러한 자세한 내막을 모르거나 감춘 채 마치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쟁점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팩트에 대해서는 공론화 추진단 차원에서 명백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 주어야 한다.

셋째, 시민참여단 구성을 중립적으로 하되 어떤 의견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학생 40%, 학부모 30%, 교사 15%, 시민 15%로 구성한다고 하는데 특정 집단이 과대 대표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중고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현재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이해관계 위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숙의 민주주의에서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입장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이해관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고 미래의 이해당사자가 될 유아나 초등학생들의 학부모들의 의견이 더 중시될 필요가 있다.

넷째, 의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시민참여단에게 어떻게 물을 것인지 미리 공개하여야 한다.

다섯째, 공정한 운영 못지않게 내용적으로 충분한 질적 깊이를 담을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대입 공론화 때와는 달리 불공정한 구도 형성의 우려는 줄어들었지만 절대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상호 심층 토론과 같이 깊은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의 핵심은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의 사회로 갈 것인지, 유한경쟁의 사회로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부디 이익집단으로부터 독립적인 판단과 미래 세대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결정이 되기를 고대한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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