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조국, 존 롤스의 정의론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을 아는가?
[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조국, 존 롤스의 정의론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을 아는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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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환 경기 남양주 광동중 교사

차등 원칙과 기회 균등, 분배의 절차 모두 위반
양분된 대한민국 "그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

[에듀인뉴스] 외교는 막혀있고 안보는 뚫리고 경제는 가라앉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1.8%로 낮게 잡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위협적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고 중소상공인들은 살라 달라며 절박하게 호소하는데 정치권은 조국 정국에 매몰되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언론은 연일 조국 보도에 열을 올리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소위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조차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영논리에 숨어 SNS에서 투사처럼 활약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다. 온 나라가 조국의 블랙홀에 처박혀 버렸다. 총체적 난국이다. 필자는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과제, 특히 교육계에 던져준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교육계의 방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조국 사태, 어떻게 흘러 왔나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의 하나인 검찰 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야권은 과거 그의 언행과 행적을 문제 삼았고 언론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그의 언행과 부적합한 행위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조 후보와 여당은 위법성이 없음을 강조하며 이전과 다른 잣대를 들고 나왔다. 청문회는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자질, 고위 공직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검증할 뿐 위법성을 검증하지는 않는다. 위법성은 단지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기면 그만이다.

조국 사태의 핵심 쟁점은 사학재단 운영, 사모펀드 관련 의혹, 자녀의 대학 및 대학원 진학과 장학금 문제로 요약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관련한 사안은 마치 역린과도 같아 특히 논문 제1저자 등재와 장학금 지급 관련 의혹은 대학 및 대학원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대학가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럼에도 마침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제1 야당은 장외 집회와 삭발 투쟁으로 대응하였고 대학가에서는 ‘조국 반대 촛불 집회’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전국 단위 집회를 추진하기로 결의하고(한국일보,2019.09.21.) 자녀부정입학에 대한 불공정을 문제 삼고 사퇴를 촉구하였다.(조선일보,2019.09.20) 전국 290여개 대학 4000여명의 전현직 교수들은 청와대 앞에서 ‘조국사퇴’ 시국선언을 통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라 요구하였다(동아일보,2019.09.20.) 이어 법조계와 의료계로 번지고 있다.(조선일보,2019.09.22)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인 40.3%라는 지지율로 떨어졌다.(한국일보.2019.09.19)

사교육계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 2009년 당시 대입에서는 합법이며 다만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강남을 중심으로 아이를 명문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첫째가 엄마의 정보력, 둘째가 할아버지의 재산, 셋째가 아이의 체력이라는 유행어가 돌았는데, 조국 딸이 논문 제1저자가 된다는 것은 당시 앞서가는 부모들의 정보력과 당시 입시의 틈새시장 공략으로 부모의 특권적 지위와 편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의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한편,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결과 자택 PC 하드디스크에서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증명서에 직인이 찍히지 않은 미완성본이 확인됐다. 소위 ‘스펙 품앗이’로 알려진 제1논문 저자 등재의 책임교수 아들과 변호사의 고교생 자녀 인턴 활동 증명서 파일도 함께 발견되었다고 보도되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검찰 수사는 조장관을 향하고 있다.(동아일보,2019.09.24)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사회 전 방면에 걸쳐 386세대의 공과 과를 해부한 사회비평서 '386 세대유감' 표지. 김정훈 CBS 기자, 심나리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자, 김향기 국회의원 비서관 등이 공동집필했다.(2019, 웅진지식하우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사회 전 방면에 걸쳐 386세대의 공과 과를 해부한 사회비평서 '386 세대유감' 표지. 김정훈 CBS 기자, 심나리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자, 김향기 국회의원 비서관 등이 공동집필했다.(2019, 웅진지식하우스)

조국 사태로 새삼 386 세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86 세대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경험을 직․간접으로 공유한 집단이라는 동류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386 세대는 사교육 시장의 공급자가 되면서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자 ‘자녀의 신분 상승’을 위해 사교육에 올인하였다.

더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386 세대 부모들의 경쟁이 극심하였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진학에 큰 영향을 미쳐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꾾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조기유학의 붐으로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으며 외고․특목고 열풍을 만들어 냈다. 결국 교육이나 입시에서 편법논란을 나왔다. 조국 장관이 대표적 사례이다.(중앙일보,2019.09.24)

교육의 형평성과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고 높은 도덕성을 386 세대의 이미지로 내세운 학생 운동권이 정계에 들어와 신주류를 형성하면서(68명) 관계․기업․언론 등 사회 각 분야를 장악하였다. 지난 15년에 걸쳐 한국 사회의 핵심으로 작용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20대에 분배 정의를 부르짖던 386 세대가 지금은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이철승 서강대 사회학)하며 20년 장기집권을 꿈꾸는 수구세력으로 전도되었고 도덕성이 추락하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들 역시 과거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386 세대의 내로남불식 몰염치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를 남겼다.(중앙일보,2019.09.23) 교육계는 공정한 입시 제도와 우리 사회의 도덕성 교육이라는 화두를 안게 되었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지 결코 이념이나 진영으로 나뉠 논쟁거리가 아니다. 분명 ‘조 장관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한국일보,2019.09.29. 진중권)

조 장관은 상식적으로 사퇴하고 의혹을 해소했어야 한다.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얘기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정직한 엘리트’만큼 국가와 사회 공동체에 더 큰 해악은 없다.

386 세대의 유통기한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386 세대는 의미있는 진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도 80년대의 운동권 사고에 갇혀 있으며 시대에 뒤떨어지고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우리 사회에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 한일 관계를 파멸시켰다. 외교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관계도 소원해졌고 경제마저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고 있다. 한국은 서서히 침몰하는 거함(동아일보,2019.09.21)이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당은 ‘베네수엘라 리포트’ 발표를 통해 ‘차베스와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조선일보,2019.09.20.)하다고 주장한다. 현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은 2007년 수능 위주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내외 활동과 면접을 통해 선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조 장관 자녀의 논문 제1저자 문제와 같이 사교육이 과열되자 2013년에 교내 활동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환하였다. 특히 논문과 외부수상 실적을 제외하고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으로 한정 지었다.

이후 일부 학교에서 ‘교내수상실적 몰아주기’와 ‘학생부 조작’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2018년에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조국 사태를 통해 현 교육부는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현재 학생부의 비교과활동(창의적체험활동:자․동․봉․진)을 폐지하고 교과활동 중심의 특기사항을 통해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동안 교육계는 거시적 담론보다 미시적 현안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넋을 놓고 있다가 대통령의 뜬금없는 “공정한 입시 제도를 마련하라”라는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교육부를 지켜보는 것도 민망하다. 그나마 교육부의 서울 소재 13개 대학에 대한 전수조사는 다행이다. 병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시의적절한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전수조사가 외고나 특목고 죽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다만 그 처방이 물레방아 돌 듯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으로 회귀하는 처방이 아니길 바란다. 수능 회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력과 논리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보완이 정답이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 교육활동은 대학입시제도에 포커스가 맞춰져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된다. 인성 교육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번 조국 사태가 교육계에 공정한 입시제도 세우는 과제를 주었다면 그 교훈은 지금부터라도 ‘사람됨의 교육’, ‘시민교육’을 초․중등교육 현장에서 녹아내야 한다. 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존 롤스의 정의론 표지(황경식 지음, 2018, 샘앤파커스)
존 롤스의 정의론 표지(황경식 지음, 2018, 샘앤파커스, 출처=네이버블로그 ansdkgid)

정의란 무엇인가? 이 거창한 질문도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씩 소급해 올라가다 보면 결국 결론은 소박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공의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 플라톤에서 로마의 키케로를 거쳐 현대의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하나의 흐름으로 관통한다. 존 롤스(J. Rawls)는 그의 정의론에서 사회의 제 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분배 정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원초적 입장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계층 간의 위치를 모르며, 누구도 자기가 어떤 소질이나 능력, 지능, 체력 등을 천부적으로 타고났는지를 모른다. 원초적 입장에 있는 상호 무관심한 합리적 당사자들은 원칙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능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며, 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선택할 것이다.”

“출생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은 그들은 누구든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전제에서만 자신의 행운을 이용해 이익을 받을 수 있다. 태어나면서 혜택을 받은 사람은 재능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득을 얻어서는 안되며, 그들을 훈련․ 교육시키는데 들어간 비용을 갚고, 가진 재능을 이용해 그러한 행운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롤스의 그 유명한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이다. 제1원칙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갖고 태어난 능력과 신분에 따른 불평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를 최대한 누려야 한다는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제시하고, 제2의 원칙은 차등의 원칙과 기회 균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즉 사회 가치의 분배는 사회적 약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분배되어야 하며,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직위와 직책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롤스의 분배적 정의는 이러한 절차적 원리가 공정하게 적용된다면 결과의 불공정도 합리적 정의로 간주한다.

조국 사태의 경우 첫째, 롤스의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을 위반했다. 부유한 집안 환경에서 사회 특권적 지위에 있으며 그러한 특권적 지위에 대한 사회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편법을 통해 무임승차하며 혜택을 누림으로서 사회의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다.

둘째, 제2원칙인 차등의 원칙과 기회 균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대학의 장학금은 본인의 말처럼 성적보다는 경제적 요소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회적 약자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이익을 취득하였다.

셋째, 논문 제1 저자의 등재는 분배의 절차에 있어서 공정하지 못한 편법을 활용함으로써 기회 균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지난 10월 3일은 개천절이었다. 하늘에서 로고스가 우리 곁에 다가와 법으로 현화한 날. 그러나 그 법을 집행하는 대검찰청 앞에서 대로를 사이에 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두 패로 나뉘어 시위를 벌였다. 평소 존경하는 어른을 모시고 서초동에 갔더니 도로 곳곳이 막혀있었다. 한쪽에서는 엄정한 조국 수사와 조국 퇴진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쳤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다. 우리 현실의 축소판이다. 저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가! 참으로 ‘큰 어른’들이 절실히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장부환 경기 남양주 광동중학교 교사
장부환 경기 남양주 광동중학교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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