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Q&A-평가시스템에 쏟아진 의문들] ②대학은 IB를 얼마나 신뢰하나
[IB Q&A-평가시스템에 쏟아진 의문들] ②대학은 IB를 얼마나 신뢰하나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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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평가시스템, 신뢰할만한가

▲대학에서는 IB를 얼마나 신뢰하나
▲벼락치기가 가능한가

[에듀인뉴스] 지난 4월 IBO((International Baccalareaute Organization)와 대구교육청, 제주교육청은 서울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생각을 꺼내는 수업과 평가의 신뢰도 확보라는 도입 명분과 기존에 혁신을 추구해 온 교수 방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IB는 뜨거운 감자였다. <에듀인뉴스>에서는 IB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그간 쌓인 질문을 중심으로 한 Q&A 기획을 1부 평가시스템, 신뢰할만한가 2부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3부 국내 도입 시 우려와 혼란에 대하여 등으로 나눠 준비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대학에서는 IB를 얼마나 신뢰하나

1968년도에 IB 본부가 설립되어 지금까지 운영되어 왔는데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하버드를 비롯한 전 세계 많은 대학에서 IB 점수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매우 선호하고 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이 IB 점수 하나만으로 입학이 가능한 대학도 무수히 많다. 대한민국 수능 점수는 우리나라 이외에 전 세계 어디서도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험에 대한 신뢰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세계 주요 대학에서 IB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다. 대학 입학 후 좀 더 성공적이라는 데이터들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입 합격률도 우위에 있다.

다음 그래프는 호주와 뉴질랜드 입학 사정관들이 IB와 호주 입시, 뉴질랜드 입시, 영국 입시에이레벨, 미국 입시AP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교한 조사 결과다. 깊이 있는 학습, 폭넓은 학습,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연구력, 자기 관리력 같은 항목 대다수에서 IB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표=창비)

맨 위의 그래프에서 유일하게 ‘깊이 있는 학습’ 영역에서만 IB가 영국의 에이레벨에 다소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는데, 정작 영국에서 한 조사는 이와 다르다.

그 아래 그래프는 영국에서 발표한 IB와 에이레벨 비교 결과다. 상위 20개 대학 진학률에서 IB 학생이 에이레벨 학생보다 유의미하게 우수했고, 이후 재학생들의 성공에 있어서도 IB 학생이 좀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세 번째 그래프는 시카고의 공립학교 학생들을 조사한 것인데, IB 학생들이 미국 일반학교 학생보다 대학 진학률이 훨씬 더 높고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두드러지게 높다는 결과를 보여 준다.

미국의 경우에는 IB 학생을 일반 학생과 비교할 때 영국보다도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사립보다 공립학교에서 IB를 도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앞서 말했듯 미국 전역에 도입된 2400여개의 IB 학교 중 약 90%가 공립이다.

특히 저소득층에 도입되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비교·분석한 자료도 있다. 미국에서는 평균 학생들보다 IB 학생들이 대학 진학률이 높은데 특히 저소득층일 경우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벌어졌다. 즉, 저소득층 학생일 경우 IB의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미국 전체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66%인데 공립학교 IB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2%까지 증가한다. 또 미국 전체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46%인데 저소득층 학생들이 IB를 공부한 경우 대학 진학률은 79%까지 증가한다.

즉 일반 학생들은 IB를 하면 대학 진학률이 16%포인트 증가하는데, 저소득층 학생들이 IB를 공부하면 대학 진학률이 33%포인트까지 증가한다. 저소득층에서 IB가 더 두드러진 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창비)
(표=창비)

IB가 미국의 AP나 영국의 에이레벨, 독일의 아비투어만큼 확산하지 않은 것을 두고 IB의 신뢰성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걱정은 어불성설이다. IB를 AP나 에이레벨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AP나 에이레벨은 국가 교육 과정 및 국가 입시이기 때문이다. IB는 비영리 민간 교육 재단에서 만든 교육 과정이자 시험인 만큼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 과정과 확산성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자국의 국가 교육 과정과 국가가 주도하는 입시가 있는데도 IB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왜 일개 민간교육 재단에서 만든 IB가 그들 국가에 도입되고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영국의 대다수 학교들은 에이레벨을 하고 있고, 영국에서 IB를 하려면 별도의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명문 고등학교에서는 에이레벨에 더해 IB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역시 교육 개혁을 하고자 하는 학교에서 사립과 공립을 불문하고 IB 도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IB보다는 엑서터, 앤도버, 민사고 등 명문 고등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들 학교의 교육은 상위 0.1%만을 위한 초엘리트 교육이다. 게다가 특정 학교의 교육에는 학교와 개인의 노하우는 있어도 보편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IB는 초엘리트들뿐만이 아니라 중위권, 나아가 하위권도 교육이 가능한 프레임워크이며 전파와 확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B의 신뢰도는 시험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도 있다. IB를 통해 2017년 기준 67만여 건의 대입 시험이 치러졌다. IB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벼락치기가 가능한가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시에 있는 공립 휴런고등학교가 최근 AP 학교에서 IB 학교로 바뀌었다. 이 학교는 변화의 과도기 중이라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학생들이 기존의 AP를 그대로 선택할 수도 있고 IB의 일부 과목만 이수하는 수료 과정, IB의 전체 과정을 이수하는 디플로마 프로그램, IB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 CP 중에서도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융통적인 학제를 운영했다.

그런데 성적이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백인들은 대부분 IB를 선택했고, 한국인들은 대부분 기존의 AP를 그대로 선택했다. 이유를 조사해 봤더니 한국 학부모들은 “AP는 시험이잖아요. 그러니까 학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IB는 과정이라 그게 잘 안 돼요”라고 대답했다.

AP는 수업을 듣고 마지막에 시험을 한 번 보면 그 시험 결과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벼락치기가 가능하다. 또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혼자 공부하거나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니 그런 테스트에 능한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AP를 선택한다.

반면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2년 내내 수업 시간에 하는 모든 활동이 평가의 대상이다. 물론 그 평가가 일일이 합산·누적되어 대입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이 설정한 과제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게다가 과제가 매우 많은데, 대체로 자신의 생각을 써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생각을 꺼내기에 앞서 수많은 다른 생각을 종합해야 한다. 그러니 구조적으로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어떤 면에서 벼락치기보다 IB 공부가 더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험 기간에만 반짝 공부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기 과제를 발전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철저한 ‘과정중심 평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며 공교육 정상화·내실화 측면에 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고등학교의 경우 IB 시험도 재시험을 치를 수 있다. 시험을 치렀는데 점수가 좋지 않은 경우 재시험을 보기도 한다. 전 과목이 아닌 특정 과목만 치를 수도 있다. IB 시험이 5월, 11월에 있으니 자신이 처음 치른 시험에서 6개월 후에 재시험을 볼 수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수능과 병행할 수 있나

IB는 한국 수능 시험과 병행할 수 없다. 일단 시험 날짜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IB는 졸업 시험 기간이 길게는 3주다. 하루에 한두 과목 정도 시험을 보는데 매일매일 보지 않고 2, 3일에 한 번씩 볼 수도 있다. 자기가 선택한 과목의 시험이 전 세계적으로 있는 날에 봐야 한다. 모든 과목에서 졸업 시험이 2, 3개씩인데, 짧은 것은 45분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어떤 시험은 2시간 45분 동안 봐야 한다.

이 졸업 시험을 한국의 경우 11월에 보게 되는데 대략 11월 1일부터 18일 또는 20일까지 시험이 계속된다. 그런데 우리 수능도 대체로 그 사이에 시험 날짜가 정해진다. 그래서I B 학생은 수능 시험을 보기가 어렵다.

시험 기간을 겹치지 않게 한다 하더라도 IB 학생이 수능 시험 준비까지 하는 것은 교육학적으로도 인식론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A라는 아이가 고3까지 IB를 했다면, 끊임없이 모든 것에 대해 ‘이것이 정답이 아니라면’ 하는 질문을 던지고 내 생각을 꺼내는 훈련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능은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고 정해진 정답을 찾는 시험이다. 예컨대 수능 사회 탐구의 ‘법과 정치’라는 과목의 시험 문제를 보면 해마다 20문항 중 20문항이 ‘다음 중 옳은 것은’ 혹은 ‘옳은 것을 고른 것은’이라는 질문이다.

법과 정치는 어제까지 옳고 합법이었던 것이 내일부터 그르고 불법일 수 있는, 관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예민한 분야이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정해 놓은 ‘옳은 것’을 맞히는 능력에 고득점을 주는 시스템이 우리의 현재 수능이다.

하지만 IB에서는 ‘옳다’라고 누군가 주장한 것에 대해 ‘정말 옳은지, 왜 옳은지’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게끔 유도한다. ‘다음 중 적절한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것이 왜 적절한지 혹은 왜 적절치 않은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게끔 독려한다. 즉, 수능에서 말하는 정답을, IB 과정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따지고 논의할 수 있어야 고득점이 나온다.

정답이 적절할 때도 왜 적절한지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고득점을 받는 구조다.

이런 두 시험을 동시에 치르도록 하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은 매우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일일 뿐만 아니라 철학, 인생관, 세계관을 뒤흔들 수 있다.

세상에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패러다임과 정해진 정답은 없으며 스스로 최선의 답을 발굴해야 한다는 패러다임 사이에서, 두 인식론 사이에서 학생이 ‘멘붕’(‘멘탈 붕괴’를 이르는 속어)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면 온전히 IB 교육을 하거나 아니면 온전히 기존 수능 체제 교육을 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출처=IB를 말한다(창비교육) By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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