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문명(文明) 강조하는 교육으로 거듭나야

 

'니트족(NEET)’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근로 의사가 없는 청년의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니트족 최종보고서'는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만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청년 실업의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자아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물론, 심지어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사리 취직을 하고도 쉽게 실망해 그만두고, 다시 실업자가 되어 직업 탐색만 하다가 청춘을 보낸다. 기성세대는 '배부른 소리하지 마라'고 비판하지만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청년들 고민의 근저에는 '가치의 충돌'이 존재한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단지 직업을 가져서 생활비를 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자기 존재 가치의 현실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의 갈등은 반복되고 급기야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터져 나온다. 이를 틈타 포퓰리스트들은 '사회참여수당 50만원 지급'이라는 황당한 정책까지 내놓고 있으니 기가 막히는 현실이다. 무상-반값-수당 교육으로 홀로서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세태다. 이른바 '가치 상실’의 시대다.

여기 한 몫 해온 것이 바로 현행 제7차 개정 교육 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사회’ 과목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라는 제1단원에서부터 1학년 학생들은 '사회적 존재'로 귀속된다. 교과서에 따르면 '개인'으로서의 자아는 친구 사이에 대화를 나누는 상황으로만 한정될 뿐, '개인은 항상 집단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배려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존재'다. 원시 부족 사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은밀하고 애틋한 인간관계를 '개인과 거대 사회'의 관계에 대입시킨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개인 보다 집단이 우위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개인과 시장의 관계다. 헌법 제119조도 “개인 또는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것”을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1단원에서부터 경제 까막눈이 된 학생들은 '공정성과 삶의 질’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2단원에서 '복지’를 접하게 된다. 이 단원은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보편적 인권 논리를 앞세우며, 국가로부터 '의식주’나 '일자리’를 보장받을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청소년, 여성, 노인, 근로자에서부터 중소기업에까지 이르기는 광범위한 대상을 사회적 약자로 지정하며 국가에 이들을 부양할 의무를 지운다. 무차별적 약자 지정이다. 말이 국가 책임이지, 마지막 강자로 남은 이른바 대기업에게 그 책임을 지우는 논리다. 좋게 말하면 '국가 의존증 교육’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강자가 되기를 꺼리고, 항상 약한 존재로 남아 시혜를 받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양산 교육’일 것이다.

'개인은 악, 집단은 선’ '약자 대 강자’ '노동자 대 기업가’라는 이분법적 인식의 눈을 뜬 학생들은 '합리적 선택과 삶’이라는 3단원에서 비로소 현실 경제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1학년 '사회’ 과목 내 수업시수가 10시간 정도에 불과한 금쪽같은 경제 교육 단원이다.

그런데 이 단원에서조차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주제가 '고령화에 대한 대처 방안’이다. 정부는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지원해야 하고, 보육시설 등을 증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모든 교과서가 첫머리서부터 최저임금제를 소개하며, 심지어 이를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까지 언급한다.

자유와 경쟁, 개방과 분업의 원리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케인즈식 처방조차도 보이지 않는 경제 단원이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설명이 뒷부분에서 나오지만 '창조’ 또는 '창업’이라는 기능적 관점에만 초점을 둘 뿐, 경제 개발의 기적을 이끈 본질적인 기업가 정신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를 다루는 단원에서도 알맹이가 빠져 있는 마찬가지다. 세계화란 과학기술 및 지식 정보의 발전에 의해 '개인 대 개인’, '국가 대 국가’ 간의 경쟁의 원리가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초월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교과서는 세계화의 핵심 개념인 '경쟁’의 원리를 '상호 의존성의 강화’라고 왜곡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고,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소식과 정보를 접하고, 외국인들이 먹는 음식을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것 정도로 밖에 배우지 못하니, 학생들이 세계화의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 승리하고 결국은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창조적 개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획일성과 평준화가 주는 안락함, 그리고 심지어 국가민족주의가 주는 폐쇄성이 사회 교과서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다.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다보니 주체로서 독립해서 살아가야 할 개인은 무능자로 전락한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거나 낮은 연방제 통일을 내세우는 설명은 애교 수준이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하에서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이룬 만큼, 사회 질서에 대한 교육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 옳다. '평등=정의' ’불평등=자유'라는 관점에서의 기술을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홀로 서기를 위해선 최소한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 자유와 경쟁이 가지는 장점에 대한 보충은 대폭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개인을 위한 최소한의 존중일 것이며,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김소미 서울 용화여고 교사 , 교육학 박사

 

 

*이 글은 필자와 자유경제원의 동의 아래 게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