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전남 순천 부영초등교 교사

2016년에 만들어진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은 미끄럼틀도, 그네도, 시소도 없다. 다만 넓은 모래밭과 팽나무 고목, 상하수도관 위로 잔디가 덮인 언덕, 마중물을 넣을 수 있는 옛날식 펌프와 얕은 개울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반복되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내고, 아이들은 놀다가 긁히고 까이는 것과 같은 반성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하게 된다. 전남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 (사진=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에듀인뉴스] 놀이가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이 되려면 놀이를 위한 도구나 환경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또 도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신체를 이용하여 다양한 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놀이방법이나 규칙 또는 함께하는 대상에 따라 흥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놀이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행위를 일으키는 첫 시작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호기심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완전한 놀이’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하나의 ‘완전한 놀이’로 완성하기 위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이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하는데, 반복되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내기 위한 반성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노력’은 아이들에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줍니다. 때로는 놀이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상대의 모습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탐색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다양한 지식들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놀이는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다

아이들은 일상의 삶 속에서 지식을 습득합니다. 삶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학습의 원초적인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흥미나 재미, 즐거움에 의한 자기 주도적인 노력은 목적성취 즉 학습동기와 긴밀한 관련을 맺기 때문입니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학습자의 자발적인 동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강제적으로 주입시켜 가르치기보다는 학습자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나 내적동기가 생겨날 때 학습의 효과는 더욱 잘 일어나게 됩니다. 놀이는 이러한 의미에서 효과적인 학습의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혹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기본요건이 됩니다. 또한 놀이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특성이 있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며 풍부한 학습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지적 성장이 활발히 일어나는 영·유아기에서 아동기는 놀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기입니다. 학습과 발달을 연결해 주는 역할만이 아닌 아동 스스로 자신의 발달을 성취하며 많은 것을 학습해 나갑니다. 인간 존재로서 아동들은 삶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자신만의 발달과정을 만들어갑니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듯이, 놀이는 전인적 발달을 촉진시켜왔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학교교육에서도 놀이중심교육을 실천하려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놀이를 학습이 아닌 놀이과정에서 얻어지는 ‘학습 잠재력’에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출신의 마술사이자 시각 예술가 칼레 하카라이넨(Kalle Hakkarainen)은 다음과 같이 놀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놀이는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이며 놀이과정 그 자체로 중요하다. 놀이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경험과 정서에 새로운 차원을 덧붙이며 정신적 유연성을 만들어 환경에 대한 탐색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놀이는 유아들에게 감각 형성, 정서적 경험, 상상의 욕구와 동기를 실험할 무대를 제공한다. 즉,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학습 잠재력을 기르고 교과 학습을 위한 바탕을 마련한다. - 칼레 하카라이넨(Kalle Hakkarainen)

학습 잠재력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있든 놀이라는 실제세계의 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자발적 행위이며 기쁘고 즐거운 것입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비실제성을 지니고 있어 상상적인 측면이 강하고 행위의 결과보다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결과에 대한 목적이 아닌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또 모든 놀이에서는 경쟁이나 고유의 규칙들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규칙의 대부분은 놀이 참여자에 의해 정해지고 새롭게 재구성되는데 놀이과정에서 정해지는 경쟁이나 규칙 등의 질서들은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전인적인 발달을 조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놀이 기회와 놀이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신나게 놀고 즐겁게 배우는 경험을 선물하는 것과도 같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놀이를 선물하는 것이 ‘왜’ 아이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일까?

첫째, 놀이는 신체발달과 기본적인 운동능력을 갖도록 촉진합니다. 영유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빨고, 만지고, 주의 깊게 바라보는 탐색적인 행위들은 신체발달에 필수적인 정보와 기능을 제공합니다. 놀이 기(play age)라고 할 만큼 건강한 아이들은 신체운동 놀이를 즐기며 근육과 함께 몸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기술을 발달시켜갑니다.

신체를 이용하여 신나게 노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성취욕과 끈기, 도전정신이 월등하며 놀이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시도과정에서 발생되는 집중력은 이후 탐구력과 지구력에 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둘째, 놀이는 사회성 발달을 돕습니다. 놀이에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펼치며 주인공이 되어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역할놀이를 통해 가족구성원의 역할을 경험하고, 또래와 사이좋게 놀거나 싸우는 경험을 통해 타인과 살아가는 지혜와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이해하게 됩니다.

협동을 통해 자기중심적 행동에서 벗어나 집단 내에서의 규범, 질서, 조직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고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회화를 학습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놀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심리학자들은 주장한 바 있습니다.

셋째, 놀이는 억압된 의식이나 감정 등의 에너지 발산시켜 건강한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아이들은 놀잇감을 쌓고 무너뜨리며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고 긴장을 해소합니다. 극 놀이에서인형이나 캐릭터 역할을 통해 자신의 현재 감정을 이입하며,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채워 나갑니다. 개인의 부정적 경험에 의한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부모나 또래와의 갈등을 재연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 건강한 정신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넷째, 놀이는 의사소통능력을 발달시켜줍니다. 언어는 인간생활에 필수입니다. 놀이는 언어를 발달시킵니다. 놀이를 하려면 대상과의 소통이 요구되며 혼잣말이든 대화이든 말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또래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습득된 언어사용능력은 더욱 정교하게 발달하고 언어규칙에 대한 이해를 돕게 만듭니다.

다섯째, 놀이는 지적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사고를 발달시켜나갑니다. 다양한 모양이나 질감, 질량, 색깔, 크기, 성질 등을 가진 재료나 놀잇감을 가지고 놀 때 물체의 성질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때 감각의 인식이 증대되며 사물에 대한 개념역시 형성하게 됩니다. 
 
여섯째, 놀이는 창의성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아이들은 단순한 놀이에서 복잡한 놀이로 발전시켜 갑니다. 놀잇감의 사용법을 인지하고 다양한 놀이를 제안하며 구상하기도 합니다. 또한 놀이를 통해 문제해결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내며 자신들만의 재미있는 놀이를 탄생시켜 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해 어려움을 참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부모들, 학교에서 진정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 그리고 전통적인 학교문화에 따라 틀에 박힌 학습을 경험한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어른들부터 ‘학습’에 대한 정의나 개념에 대해 그동안의 생각들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아이들을 위해 이루어지는 교육은 그들이 지닌 내적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완성해가는 의미 있는 경험의 연속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할 것입니다. 사고와 행위는 아이들의 일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학습설계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주위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기존의 인지체계를 변화시키며 발전시켜 갑니다. 아이들의 논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촉진시키는데 놀이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상력은 사고발달의 중요한 부분으로 창조적 능력을 발달시키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 색감을 활용한 미술놀이나 여러 모양의 블록놀이 등은 창의성을 자극하고 눈에 보이는 구조물을 완성시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놀이는 아이들의 일상 속 행위와 사고의 연속과정을 통해 얻어진 학습의 결과이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며, 그들의 삶을 온전히 완성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선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확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희진 전남 순천 부영초등교 교사이자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전남 학습자중심교육연구회 회장인 그는 교육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전라남도교육청 주관 정책연구 팀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등 10회, 교육방법 현장연구 1등급 표창 등 7회를 수상했다. 현재 ‘모든 곳의 모든 학생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을 꿈꾸며 교육 정보와 지식을 정기적 세미나와 블로그 ‘희진쌤의 지식창고(https://heejinssam.blog.me)’를 통해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교육 미래학교’, ‘학습자중심교육 진짜 공부를 하다’가 있다. heejinssam@hanmail.net
박희진 전남 순천 부영초등교 교사이자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전남 학습자중심교육연구회 회장인 그는 교육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전라남도교육청 주관 정책연구 팀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등 10회, 교육방법 현장연구 1등급 표창 등 7회를 수상했다. 현재 ‘모든 곳의 모든 학생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을 꿈꾸며 교육 정보와 지식을 정기적 세미나와 블로그 ‘희진쌤의 지식창고(https://heejinssam.blog.me)’를 통해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교육 미래학교’, ‘학습자중심교육 진짜 공부를 하다’가 있다. heejinssa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