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최소한의 교사 인권 보장도 못 하겠다는 교육부 이해 안 돼"

수능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 지급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올해도 교사들이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수능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 지급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올해도 교사들이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올해도 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는 지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교원단체가 한 목소리를 담아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수능 감독관 대책을 요구했으나 교육부는 키높이 의자도 감독관 증원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 

앞서 교총, 전교조, 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네트워크, 교사노조연맹, 좋은교사운동 등 6개 교원단체는 이달 초 전국 교사 2만9416명의 서명을 받아 시험장에 키높이 의자 배치, 감독 교사 증원, 대학 교원도 수능 감독 참여 등 대책 마련을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전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키높이 의자에 앉아 감독하면 주변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민원 발생 소지가 있고 감독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 감독관을 2교대 운영하려면 현재(7만5000여명)보다 감독관을 두 배로 차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대안으로 올해부터 시·도교육청 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감독관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13만원인 수당을 내년에는 14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교사들은 수당 인상 등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년 넘게 수능시험 감독을 했다는 한 교사는 "10시간 넘게 예민한 학생들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한 번 서 있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수업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청 직원이 올해 희망자가 많이 나와 내년에는 2교대 꼭 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교사는 "책상에 앉아 대책을 만드니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수당 인상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엄민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키높이 의자 제공은 교사에게 혜택을 제공하라는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감독에 나서는 교사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교원정책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키높이 의자에 앉아 감독한다고 민원이 발생하고 감독이 느슨해진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누구의 생각인지 직접 수능감독 똑같이 해보라 하고 싶다"며 "의자라도 달라는 감독 교사들의 고충을 이렇게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부를 보며 교사를 대하는 시각을 그대로 느낀다"고 비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수능 감독에 교사 동원을 당연히 여기는 교육 당국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사들이 헌신하고 있는 만큼 2교대 배치, 키 높이 의자 제공 등으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현재는 시험관리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교사들에게 떠넘기면서도 교사에 대한 배려나 기본적 조건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 당국이 책임지고 전향적으로 검토해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