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의 교단일기]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운 책의 저자를 만나면?
[최창진의 교단일기]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운 책의 저자를 만나면?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13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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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번째 이야기...'꼴뚜기'를 쓴 진형민 작가와의 추억 만들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창진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초대된 진형민 작가의 강연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초대된 진형민 작가의 강연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산뜻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오늘 아침 책 읽어주기는 ‘꼴뚜기’로 시작한다. 이 책으로 독서 토론 공부를 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특이한 제목임에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오늘은 ‘꼴뚜기’의 ‘꼴뚜기’ 부분을 읽어준다. ‘꼴뚜기’는 왜 책 제목으로 등장했을까? 그리고 이렇게 재밌는 동화를 쓴 작가님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오늘이다! 다들 싸인 받을 준비는 다 된 거지?”

오늘은 우리들의 연예인, 진형민 작가님이 오시는 날!! 진 작가님이 바로 ‘꼴뚜기’를 쓰신 분이다. 이 책을 포함 무려 5편의 장편 동화를 쓰셨다.

우리 학교 5학년 학생들도 1학기 책읽기 활동을 진 작가님의 ‘소리질러 운동장’으로 진행했다. 우리 반 모든 학생이 한 권의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함께 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쓰신 분을 직접 만난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크게 환호했다.

“얘들아~ 그런데 작가님의 사진은 보고 가야 인사를 드릴 수 있겠지? 자! 보자~ 이 분이 진형민 작가님이셔~ 남자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분이란다. 선생님은 처음엔 이름과 책 내용을 보고 당연히 남자 작가분인 줄 알았단다. 하하!”

평상시보다 빠르게 복도에 줄을 세웠다. ‘빨리 가면 강연 전에 작가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서둘러 강당으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반이 제일 먼저 강당에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는 작가님. 나는 아이들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다가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셀카를 함께 찍고 싶다고 요청했다. 갑작스런 부탁에도 흔쾌히 웃어주시면서 사진을 찍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아~ 우리도 사진 찍고 싶은데...... 선생님만 찍으시고 너무 해요~”

“부러우면 선생님 하세요!^^”

아이들은 야유를 보냈지만 나는 연신 싱글벙글 했다.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정리를 하니 작가님이 우리 반 쪽에 와주셔서 말을 걸어주셨다. 반짝이는 눈빛과 성우 뺨치는 목소리를 가지신 작가님에게 아이들은 시선 고정. 싸인 받으러 가져온 책을 들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역시 부지런하면 얻는 게 많다. 참 좋은 경험이다.

문득 작가님이 부러웠다. 모든 학생이 자신이 쓴 책을 들고 있고, 그런 학생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는 모습. 우리가 단체로 구입한 책이 17쇄니까 전국의 얼마나 많은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좋아했을까? 책으로 소통하며 공감하는 작가와 교사와 학생들. 오늘은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진형민 작가의 책 '소리질러 운동장' 책을 들고 함께 단체 사진 찍은 최창진 교사의 반 아이들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진형민 작가의 책 '소리질러 운동장' 책을 들고 함께 단체 사진 찍은 최창진 교사의 반 아이들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저희 집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평일에는 여러분 덕분에 항상 시끌벅적합니다. 그런데 주말에는 그런 운동장이 참으로 조용해요. 여러분들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느 일요일, 조용하던 운동장 한쪽에서 즐겁게 뛰노는 학생들이 보였던 거에요. 유심히 관찰하며 ‘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노는 걸까?’라는 상상력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죠.”

아... 작가는 다르구나. 똑같은 운동장, 똑같은 아이들이지만 작가의 관찰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나도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며 생활하지만, 주말 텅 빈 교실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평일 왁자지껄한 학교에서도 그렇게까지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지 못했다.

작가님 말씀처럼 좋은 책을 쓰려면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자~ 우리 반은 마지막으로 싸인 받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 선생님 진짜 배고파요. 빨리 받고 가면 안 되나요?”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야. 그리고 누군가는 늦게 밥을 먹어야 한다면 우리가 양보하는 게 좋지. 안 그러냐?”

입을 삐쭉이는 아이들을 달래주느라 팔씨름을 하고 놀았다. 아이들에게는 그냥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을 것이다. 아이들과 1대 20으로 팔씨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싸인 줄이 점점 줄어 우리 반 차례가 될 때까지 땀 흘리며 열심히 놀았다. 심지어 아이들이 싸인 받는 모습을 사진 찍어주는 것도 깜빡했다. 아이들은 점점 빠지고 남은 아이들도 얼마 없으니 강당이 조용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싸인을 받았다.

“예비작가라고 써주시면 안될까요?”

“오~ 글 쓰시나요? 등단하시나요?”

“아니요~ 하지만 나중에 글을 꼭 써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초등교사는 누구보다도 동화작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셨다. 매일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니 동화를 쓸 소재가 무궁무진할 테니 말이다.

맞다. 전국의 교사들이 매일 아이들과 벌어지는 이야기를 글로 쓰면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기쁨, 분노, 행복, 슬픔 등 인간이 느끼는 모든 종류의 감정이 총천연색으로 등장하는 거대한 책이 될 것이다. 기간도 길 필요가 없다. 하루 치 분량이면 가능하다.

오늘 진 작가님과 마법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도 행복하고, 교사인 나도 힐링하고 많이 배운 하루였다. 문득 ‘나도 우리 반 이야기로 동화를 써 볼까?’ 생각하다 피식 웃는다.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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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 2019-10-25 13:28:41
양보와 배려를 가르치기 위하여 강압이 아닌 즐거움으로 대체해주신 쌤 정말 멋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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