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

(사진=ytn 캡처)

[에듀인뉴스] 최근 ‘상대적 박탈감’은 유행어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가 입시 과정에서 누린 혜택을 두고 나온 말이다. 

조국 부부가 부유층으로서 교수가 아니었다면 그 자녀들은 대입 스펙용으로 활용된 논문 저자나 인턴 등에 접근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젊은층의 광범위한 분노를 일으켰던 것은 이것이 단지 개인 일탈이 아닐 거라는 두려움에 있었다. 

산업화 시기 고도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것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었다. 이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개천에서 용이 될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높았던 이들이, 아랫세대에게는 용으로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586’ 얘기다. ‘이립(而立)’의 때에 뜻을 세운지 얼마 안돼 이들은 사회 중심부에 화려하게 ‘386’으로 데뷔했다. 그 당시의 어느 세대보다도 높은 교육 수준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주류의 한 축으로 대접받았다. 민주화 공신이라는 도덕적 우위 덕에 그들의 구세대에 대한 도전은 개혁으로서 별 무리없이 받아들여졌다. 

이제 386은 586이 되었다. 20여년 사이 한국 사회 3차 산업혁명을 거쳐 4차 산업혁명까지 논하게 되었고, 개인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고도화된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변하지 않으려 하는 586은 ‘꼰대’가 되었다. 

꼰대의 말은 청산유수다. 이들은 이제 연륜을 과시하며 변화를 거부한다. 실리를 중시하는 젊은층에게 도덕성을 설파한다. 하지만 젊은층이 꼰대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표리부동과 내로남불이다. 

“장학금 지금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던 조국 교수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의 말은 실제와 달랐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강남 좌파’의 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주로 받았던 장학금을 반복해서 수령했다.

이런 뉴스를 보는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들은 자포자기가 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동분서주한 이들이었다. ‘상대적 박탈감’의 이유가 된 ‘부모 찬스’만이었다면 이렇게 처절하게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가짜 스펙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용의 자식’이라는 데서 이들은 ‘절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노력과 수고가 ‘수저’보다 하찮아진 사회는 발전의 동력이 없다.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것은 공산귀족 ‘노멘클라투라’가 지위와 부를 세습하는 동안 사회의 발전을 이끌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어린이들의 꿈이 된 대한민국에게는 머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정유라에 분노하며 박근혜를 탄핵시킨 민심은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에 한 표를 던졌고, 그로 인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의 말대로, 지금 “국민들 사이에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싹텄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퇴 직후의 대국민 메시지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피며 끝까지 매진”할 과제로 검찰개혁과 함께 ‘공정의 가치’를 들기도 했다. 공정의 ‘절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시대,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정치가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길 바란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