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Q. 혁신 학교를 더 발전시키면 되지 않을까
Q. 한국사, 한국 문학 등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교육이 제대로 될까

[에듀인뉴스] 지난 4월 IBO((International Baccalareaute Organization)와 대구교육청, 제주교육청은 서울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생각을 꺼내는 수업과 평가의 신뢰도 확보라는 도입 명분과 기존에 혁신을 추구해 온 교수 방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IB는 뜨거운 감자였다. <에듀인뉴스>에서는 IB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그간 쌓인 질문을 중심으로 한 Q&A 기획을 1부 평가시스템, 신뢰할만한가 2부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3부 국내 도입 시 우려와 혼란 등에 대하여 준비했다.

(출처=서울시교육청)
(출처=서울시교육청)

▲혁신 학교를 더 발전시키면 되지 않을까

지난 10여 년간 일부 혁신학교에서 고무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는 답답한 교육 현실에 희망의 빛이 되었다. 그런데 혁신학교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점차 늘고 있다.

지금껏 혁신학교 운동은 혁신을 방해하는 경직된 교육시스템을 방치한 채 이루어진, 일종의 문화운동이었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의 교육에 대한 권한과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해 놓은 현 제도적 한계를 문화로 돌파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혁신학교에서는 대입을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의 혁신교육 운동이 고등학교로 제대로 이어지기 힘든 구조이다.

혁신교육 운동 속에서 더디지만 자생력을 확보해 나가면서 교육의 건강성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인된 IB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교육에 변화와 혁신을 도모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민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2가지가 상호 대치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는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IB 한국어화는 한국 전체에 IB 인증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혁신학교가 대입에 가로막혀 있는 점, 개별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학교 교사의 자생력을 더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IB가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IB는 교육과정 대강화, 교과서 자유발행제, 내신 절대평가, 수능 객관식 폐지 및 절대평가, 교사별 평가, 영어교육 개혁, 꺼내는 교육 등 이슈가 이미 다 적용되어 있다. 이러한 이슈 중 하나만 도입되고 나머지는 변화가 없다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장기 로드맵을 설계하여 수년 전에 미리 예고하고, 도입은 한꺼번에 시행되어야 부작용이 적을 것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IB 교육을 혹여 특징별로 분리하여 일부만 도입하려 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IB 시범 도입과, 궁극적으로 해야할 한국형 바칼로레아 개발은 우리 교육계의 여러 이슈 중 일부만 반영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한 장기 개발 계획을 기반으로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사, 한국 문학 등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교육이 제대로 될까

IB에서는 우리 공교육 못지않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함양하도록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 콘텐츠와 교재는 우리 교사가 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어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면 ‘홍길동전’, ‘춘향전’ 등 우리 고전부터 국내 작가의 근현대 작품까지 다양하다. 시험문제와 과제의 예시 또한 다음과 같다.

‘옥수수와 나’(2012)에 실린 김숨의 ‘국수’와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1985)의 지문 중 하나를 골라 문학적으로 해설하시오.(2시간)

제주국제학교의 IB 학생이 쓴 소논문 주제:

•제주 전통 갈옷을 만드는 감즙의 항균력은 감즙 보관 온도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제주 해녀 문화의 고찰.

IB는 전 세계 각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지역의 정체성과, 이를 글로벌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현재 우리 교육의 수업, 즉 학생 개개의 생각을 기르기보다 정해진 교과서와 교사의 생각을 주입하고 이를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방식의 수업은 우리 문화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 아니다. 일제 식민지와 미군정을 거치면서 도입된 방식이다.

IB 시험문제에는 우리 문학 작품을 분석하게 하는 시험이나 우리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묻는 시험 등이 있다.

IB 수업과 시험문제를 들여다보면, IB가 외국의 교육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비판적,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해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오히려 속박에서 해방시켜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B는 기존의 식민화된 교육을 벗어나서 지금까지 박탈되어 있던 교사의 교육권(교과서, 진도, 평가, 내용, 방법의 선택권)과 학생의 학습권(교과서의 생각이나 저자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을 키울 수 있는 학습)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출처=IB를 말한다(창비교육) By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