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웅 성균관대 학생

김수웅 성균관대 학생
김수웅 성균관대 학생

[에듀인뉴스] 현재 대한민국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약 55만명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과 N수 수험생들이 있다. 그들의 현실을 보고 있으면 참 안타까운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방법은 수시와 정시, 크게 두 가지 전형이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수시라는 전형은 취지가 좋은 전형이다. 김영삼 대통령 때 시작되어 노무현 대통령 때 ‘입학사정관제’라는 변천을 거친 수시전형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촉진시키고, 공부 이외에 다른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을 평가한다는 점에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참 좋은 제도이다.

그렇지만 제도를 만든 의도와 다르게 최근에 와서 여러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수시전형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의 진실성이 왜곡되고 있는 지금, 이 제도의 문제점 3가지를 다루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학생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공부도 잘하면서 다른 것도 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대학들은 어려운 과제들을 모두 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하고 역량이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신 등급을 관리하면서, 봉사활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희망학과나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도 해야 하고, 상장을 받기 위해서 대회도 여러 개 준비해야 하고, 선생님들께 잘 보이면서 생활기록부를 잘 써 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직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장래희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인가. 그래서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그 많은 활동을 학생 본인이 했다고 확실하게 증명할 방법이 없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증명할 방법이 없기에 각종 꼼수와 비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스로와의 싸움인 정시와 다르게 수시는 자신 이외에 누군가가 개입할 기회가 열려 있다.

정시 같은 경우, 아무리 좋은 사교육을 받아도 결국 수능은 학생 본인이 시험장에 들어가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하지만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아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에,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 본인이 하지 않은 행동들을 했다고 거짓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 대학교 교수인 아버지를 가진 딸이 고교 시절 대학교 인턴을 했다고 거짓으로 기록하거나, 당장 대치동만 가봐도 자기소개서 대필, 입시 컨설팅 업체들이 수시 입시판을 장악하고 있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안타깝게도 현재의 수시는 이 중 그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수시 제도가 수많은 불평등을 유발하고 있다.

소위 ‘돈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대학을 더 쉽게 가는 방법으로 이용되며, 날이 가면 갈수록 학생들의 실력 싸움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정보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이 제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작성이 불가능한 수준의 경력들을 만들어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는 최대한 많은 학생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소수 학생에게만 입시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이른바 ‘내신 몰아주기’ 혹은 ‘학생부 몰아주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불평등이 계속하여 일어난다면, 대학 진학이 취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한민국 사회 구조상 새로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탄생할 것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시전형의 비율을 축소하고, 정시 전형의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국에 있는 모든 수험생을 같은 선상에 두고 평가하는 정시 전형은 현재의 수시전형에 비해 훨씬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정시 전형이 사교육에 대한 가계의 부담을 늘린다는 말이 있지만, 수시 전형 또한 입시 컨설팅 등과 같은 새로운 사교육 형태를 등장시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사교육이 만연하고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가계의 부담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으로 수시전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논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수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진정으로 평등한 기회를 얻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정의로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는 제도를 수정할 때가 왔다.

현재 수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에 수시전형을 완전히 폐지하고, 정시전형 100%로 바꾸자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의 트렌드를 읽어 보았을 때, 수시 비율 축소 정시 비율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정책결정자들의 현명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