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이야기⋯삶이 있는 글쓰기로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왼쪽)류창기 교사와 (오른쪽)최창진 교사. 최 교사는 류 교사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왼쪽)류창기 교사와 (오른쪽)최창진 교사. 최 교사는 류 교사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잠시 뒤 3시부터 연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늦지 않게 모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텅 빈 교실, 모니터에서 메신저가 깜빡깜빡거리며 내 클릭을 기다린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연기된 교육과정 강의가 우리 학교에서 열리니 참여를 독려하는 쪽지다. 5교시만 있는 수요일의 달콤한 오후를 즐기고 싶었지만^^

다른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맨 앞으로 간다. 보통 선생님들은 뒷줄부터 자리를 채우지만 나는 앞자리가 편하다. 강사님과 눈을 맞추고 직접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활발한 리액션으로 선물도 받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나는 맨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한산초에서 근무하는 류창기입니다. 현재는 자율휴직중입니다. 그리고 교육실천이음연구소를 개설해서 9시에 출근하고 11시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생겼다. 혁신학교의 태동인 남한산초에서 근무를 하셨고, 경력 10년 이상인 교원이 자기계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급휴직을 1년 동안 하시며, 연구소를 개설해서 출퇴근을 하신다는 소개 문구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교실에서 교사는 어른이어야 한다.”

강사님의 키워드는 ‘어른’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진짜 ‘어른’을 만나 본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말 ‘어른’처럼 행동하는지 물으셨다. 생각도 하지 못한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은 컸지만 과연 마음도 그럴까?

“저는 교직생활 대부분인 20년 동안 6학년 담임교사를 했어요. 그리고 수업일수 190일 동안 매일 수업을 영상으로 찍고 기록으로 남겼어요. 그리도 다음카페 ‘별별학교’에 업로드해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이 있는 수업’이라는 책을 냈어요. 일종의 교사 성장 답사기죠. 사실 아직도 저는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초등학교에서 6학년은 기피학년이다. 사춘기의 말년병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졸업식까지 끝나지 않는 업무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20년 동안 6학년을 하셨다니 놀랐다. 게다가 매일 수업 영상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까지 하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삶-말-글>의 철학으로 학급 운영을 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바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주제는 ‘선생님’으로 했다.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류창기 교사의 강의를 들은 후 바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글쓰기를 시도하는 최창진 교사.(사진=최창진 교사)
류창기 교사의 강의를 들은 후 바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글쓰기를 시도하는 최창진 교사.(사진=최창진 교사)

“선생님~ 근데 왜 갑자기 아침부터 글쓰기에요?”

“아 글쓰기 싫은데 몇 줄 써야 해요?”

우리가 앞으로 만나서 추억을 만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대답하며 5줄 이상은 써보자고 말했다. 대신 형식은 자유며, 내 생각을 가감 없이 솔직히 써보자고 말했다. 아이들은 투덜대며 종이를 받아갔지만 금방 글을 써 내려갔다.

“우리 반 담임 최창진 선생님은 참 이상하다.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를 하라 하고 자기 자리 청소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지만 선생님 자리는 돼지우리. 선생님이나 잘하시고 잔소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에게 관심 있는 건 괜찮지만 너무 많이 관심을 주셔서 너-무 부담스럽다.”

순간 어제 연수에서 들은 ‘어른’이 떠올랐다. 나는 확실히 ‘어른’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부끄럽지만 받아들여야 할 내 모습이었다. 아이가 쓴 글을 읽으니 말로 대화하는 거랑은 확실히 다른 어떤 느낌이 들었다.

글을 곧잘 쓰는 학생도 있지만, 글쓰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학생도 많았다. 류창기 선생님한테 배운 대로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대답한 내용을 그대로 타자로 입력했다. 그런 다음 보여줬다. 이게 너의 글이라고. 이걸 그대로 쓰면 된다고. 아이들은 “아~~ 글쓰기가 별거 아니네~”라며 자리로 돌아가 쓰기 시작했다.

아침 시간 책을 읽어주며 글쓰기를 또 했다. 책 <꼴뚜기-인생 최대의 위기>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강제로 공부를 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부모님을 속이다가 들키는 내용이다. 아이들의 삶이 궁금했다.

“혹시 여러분도 부모님을 속인 경험이 있나요? 혹시 있다면 손 들어 볼까?”

세상에... 과반이 훌쩍 넘는다. 여기저기 키득키득 소리가 들린다.

“나는 사기꾼들과 살고 있구나. 그럼 속였을 때 나는 들키지 않는 편이다. 손 들어 볼까?”

세상에... 전부 들키지 않는다. 여기저기 무용담이 펼쳐진다.

“나는 전국의 초고수 사기꾼들과 살고 있구나. 혹시 최창진 선생님도 속인 경험이 있다?”

세상에... 엄청나게 많다. 나도 학창시절엔 많이 속였으면서도 입장이 바뀌니 당황스럽다.

“그럼 우리 다음 글쓰기 주제는 ‘사기’로 합시다!!”

삶이 있는 글쓰기는 재미가 있다. 삶이 있는 글쓰기는 계속 읽고 싶다. “빌려온 말,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말,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그대로”라고 말씀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이 굉장히 공감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도 매주 월요일마다 하는 ‘주말 이야기 삶 나누기’인 것 같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고 함께 웃고 싶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