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이미지=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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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1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실시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 지도 단정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고교학점제에 수반되는 다양한 과목을 전문적으로 교수할 수 있는 교사 수, 수업 시설 등 인적 또는 물적 인프라에 대한 예산과 운영방향에 대한 청사진이 확실치 않다.

지금 고교학점제에 대해 교육계에 확산하는 이런 저런 예측들은 온갖 장밋빛으로 치장되어 있다. 마치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교실혁명’이 이루어지고, ‘비판적·창의적 사고’가 길러지며,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효과적이라는 찬사만 난무한다.

특정한 교사단체나 교육청에 줄을 서려는 교사들은 아직 가설단계에 불과한데도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내린 확실한 결론처럼 교육청 권력과 그들이 속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문을 퍼뜨리는 데 정신이 없다.

"학종 병폐에 쏙 빠진 교육인, 고교학점제 찬양으로 돌아와"

교사가 교육자로, 지식인으로, 선생으로서 삶을 고려하면 참으로 우려스럽다. 지금처럼 거론되는 고교학점제의 윤곽을 보면 지금은 문제점 투성이라고 지탄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학사정관제’로 논의되던 상황과 아주 유사하다. 그 뒤의 상황은 모두 다 안다. 박근혜정부에 들어오면서 더욱 확대되었고 지금 국민의 원성은 민심의 이반이라고 할 수준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교육진보를 자칭하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생의 성장과 성숙을 도모하며 경쟁과 서열화를 없애겠다던 그 학생부종합전형이 실제로는 기득권을 지키는 데 남용되거나 인간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적 해악으로까지 와 있다.

이처럼 학생부종합전형의 선의지와 결과가 달랐는데 그런 심각한 오류를 반성하지 않고 또 다시 고교학점제를 찬미만 함으로써 누더기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새로운 제도가 권력을 얻거나 개인의 지위나 생계를 유지하는 데 악용되는 사회라면 또한 그 제도를 주장하는 측이 바로 특정한 교사단체나 교육관련 시민단체라고 하면 그들을 어찌 해악적 존재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학생부종합전형 같은 기이한 정책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온갖 선전을 했던 분들이 이제 그 문제가 크게 터지자 성찰과 반성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마치 교육개혁의 수호자처럼 대안을 말하는 위선의 교육정치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는가?

고교학점제 도입, 검토는 어디까지 한건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고교학점제 교육공약 1호를 만들 때에 누군가에게 속았다고 본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교과목을 선택하고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도록 하는데 있다. 지금 고교학점제는 교육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 독일, 미국, 호주,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등이 시행중이다.

실체를 보면 교육선진국과 고교학점제는 무관하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고 그 나라가 교육선진국이 되지는 않는다. 고교학점제는 교육적 효과는 그 나라의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그 제도 자체가 갖고 있지 않다. 즉 한 방편이지 중심 고리가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 시행하지 않는 까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거나 적용하려면 여러 점을 검토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그 나라의 경제구조와 그와 연관된 대학구조 등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특정한 교사들이나 교육단체가 찬미하는 고교학점제는 그런 검토가 거의 없다. 과거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시기에 파라다이스라고 노래하던 전례와 비슷하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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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에 따라오는 유급 제도, 우리나라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서구의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졸업시험’이 있다. 즉 우리의 학제처럼 학생이 고교에서 3년을 마치고 일정한 교과단위를 이수한다고 해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주지 않는다.

미국이든, 독일이든, 핀란드든, 모든 학생은 국가나 주가 주관하는 고교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고교졸업장을 얻고 그 졸업장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해도 대학의 선호하는 과 및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라이선스’(License)로 인정받는다.

가령 독일은 정답이 있는 서술형, 논술형 고사인 ‘아비투어(Abitur)’라는 고교졸업시험이 있는데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을 합산하여 200점 만점에 100점 이상을 성취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그 보다도 훨씬 수준이 낮은 ‘객관식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자가 과목별 차이가 있지만 25% 수준이다. 즉 독일과 비교하면 10명중에 2.5명이 고교를 3년 다녀도 유급이 된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까? 한국의 부모가 내 자식이 3년을 다녔는데 유급으로 졸업하지 못하고 재수를 해야 하는 교육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한 학교에서 유급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러면 유급제도를 없애면 되지 않나? 반문하면서 지금 장밋빛 천사표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그 제도를 시행하려면 유급을 인정해야 한다. 서구유럽이나 많은 나라가 그 제도를 시행하면서 유급제를 두는 까닭은 학생들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 나아가 역량까지도 책임지려는 국가의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제도를 시행하는 일은 초중등교육이 기본교육이자 기초역량을 키우는 과정임을 망각하는 처사이고 학생들 간에 사회문화적 자본인 지적인 학력 격차를 심화하는 정책이다.

그 점에서 맹목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찬양하거나 지난 시절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미화했던 교사나 교육청 및 교육단체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고교학점제를 좋은 제도로 한국교육에 도입하고 정착할 의도라면 또한 그 의도가 공적 시민으로 진정성 있는 태도라면 고교학점제를 찬미하기 전에 그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어떻게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가에 대해 실태를 먼저 봐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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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여..."학종 실수를 따라가지 마시라"

다시 말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속았다고 본다.

핀란드,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처럼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고교졸업자격에 제한을 두는 유급제를 동시에 시행하든지 아니면 고교학점제를 서둘러 시행하지 않아야 한다.

그 제도를 찬미하는 다수는 평가제도로 학생부종합전형론자인데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적 병폐를 가리는 태도이다.

교육학자 이선이 비교교육에서 다루듯이 영미문화권의 교육제도가 언제나 금과옥조는 아니다. 또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전통적인 비서구국인 싱가포르, 호주 같은 나라들은 동양문화권이 아니다. 더구나 그 나라들도 졸업시험제가 있다.

한국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정권에 벌여놓은 여러 교육적 문제를 문재인 정권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마저 이제 떠나가고 있다. 그 상황이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다.

국민이 검찰개혁을 싫어한다고 보나? 기층 민중이든 중산층이든 강남 좌파든 그렇지 않다. 국민들도 알고 있다. 검찰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조국 전 장관이 그 직무를 잘 할 수 있다고도 확신한다.

그런데도 보수와 진보 간에 ‘조국대전’이 일어난 까닭은 무엇인가?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의 탓이라고? 그들의 지지자들만 조국 전 장관을 싫어한다고?

‘그렇지 않다.’ 국민은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악화한 교육문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와 상식적으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실망했고 그 동안 진보를 자청했던 조국 전 법무장관마저 그의 딸이 대학에 갈 경우에 부도덕하게 협조했거나 방조했기 때문에 절망했다.

그것이 본질이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깊이 성찰하셔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김대중과 노무현을 이어가는 민주정부이고 정치의 본질인 국민의 갈등을 조절하여 행복을 키우는 정부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