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의 정책 제안] 정시 확대, 정책 판단 기준은 '교육'인가 '지지율'인가
[전경원의 정책 제안] 정시 확대, 정책 판단 기준은 '교육'인가 '지지율'인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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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하나고 교사

대입 기회균형선발과 지역균형선발은 누가 챙기고 있나
(사진=ebs 캡처)

[에듀인뉴스] 부모의 소득 격차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대물림되고 있다. 자녀의 교육격차는 다시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계급과 특권 대물림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채, 점점 고착화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 학력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흐름이 존재하는 한, 교육문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교육개혁이 곧 사회개혁이다. 

우리는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배려에 나서야 한다. 대입제도 개선도 그 방안으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과 차상위계층 가정 자녀 등 경제적 배려 대상 가정 자녀들의 교육격차와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시 선발 비율을 높이는 것이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인가. 아니면 현재의 교육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인가. 수능 비중을 늘리면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당연히 수능 준비가 잘 되는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이 수능 준비에 최적화된 지역인가. 정답은 쉽고 간단하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서초구를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 밀집 지역이다. 대구에 가면 수성구가 있다. 부산에는 해운대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광주에는 봉선동이 있다. 정부가 이들 지역의 집값을 올려주는 대입정책을 공공연하게 대변하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이 앞서고 힘이 빠진다. 

그렇다면 수능 시험은 과연 공정한가. 수능 시험 체제에서 EBS 인터넷 수능강좌로 공부했던 수많은 지방의 학생과 학교에선 왜 그토록 희망하는 서울대학교 합격생을 10년이 넘도록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단 말인가. 수능이 그렇게 공정하다면 말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을 높이자 서울대학교 합격생을 배출한 전국의 고등학교 숫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주목해야 한다. 수능 정시에서는 500개 미만의 고교에서 학종 도입 이후 900여 개 고교로 확대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질문에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농어촌이나 도서 산간벽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학교 수업과 EBS 인터넷 강의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선 누가 목소리를 내는가. 누가 그들의 미래를 위해 응원하고 있는가.

기회균형선발과 지역균형선발은 물론이고 학생부교과전형의 비중을 늘리라고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과 계속 협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비율을 늘려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는 교육부 보도자료에 기가 찰 노릇이다.

그것이 정부가 할 말인가. 이러고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부라고 자임할 수 있는가.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은 불과 6%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은 학생부교과전형 선발인원이 아예 단 1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대학을 대상으로 학생부교과전형 선발 비율을 더 늘려달라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일 것이다.

물론 어떤 대입 전형을 선택해도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국가’는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하고 거짓과 숨김없이 진실해야 한다.

교육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는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설사 현재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교육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면, 그 방향이 옳다면, 국민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함께 극복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주인인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수능 비중을 3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는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했다. 수능 정시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기존과 다른 입장과 로드맵을 밝혔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기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교육적 관점에서 고뇌하고 치열한 토론 끝에 도출된 결론이라면 차라리 억장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오로지 여론지형과 지지율이 교육 정책 결정의 잣대가 된다면 교육은 버티지 못한 채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공교육을 어렵사리 소생시키고 있는 현장교사들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학생들이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통스럽다고 신음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학부모들이 이 나라에서 더는 참기 어렵다는 외침이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이 모든 절규와 신음과 외침이 수능 정시만 확대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이렇게 중차대한 교육개혁의 문제를 청와대와 교육부가 지지율과 여론 그리고 선거를 의식하며 결정한다는 것은 후세에 씻지 못할 죄를 짓는 일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친 어깨로 자정을 훌쩍 넘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아이들, 학기 내내 아이들과 씨름하다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번-아웃 되어 탈진한 채, 병원에 입원할 만큼 소진되는 현장의 선생님들, 나보단 더 좋은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자식 교육에 헌신하는 부모님들. 

지금, 여기, 이들의 행복만 생각한다면 교육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진정 모른단 말인가. 다시금 비참한 우리 교육의 실상을 정직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 정시 확대 주장은 참된 교육적 가치를 존중한 결정인가. 아니면 현재의 지지율과 여론에 따른 정무적 판단이었는가.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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