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능률교육을 창립해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에듀인뉴스] 대통령이 어제(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라는 말을 함으로 인해 교육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교육의 수장인 교육부장관이나 할 말을 대통령이 해버린 것은 유감이다.

더구나 교육부장관은 전날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정시 확대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을 언급한 바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대학입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 수준에서 할 일은 학교교육이나 대학입시가 추구해야 할 철학과 큰 방향을 제시하고 유지시키는 일이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왜 이런 언급을 하게 되었을까? 언론의 분석처럼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 때문이라면 이는 교육의 중립성 강화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에 정면 배치되고 모순된다. 대통령이 나서서 교육을 정치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정시의 확대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지향점과도, 대통령의 또 하나의 교육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대통령이 나서서 교육변화의 구체적인 전략까지 언급하고 지휘를 한다면 이는 교육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르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사진=ebs 캡처)
(사진=ebs 캡처)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학원에 가서 별도로 수능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고교와 대학 교육의 긴밀한 연계(alignment)가 강조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우선 수능 시험의 내용과 형식을 학교교육의 내용과 방식에 일치시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일본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이다. 일본은 새로운 학력을 기초적인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으로 규정하고 대학입시에도 이 세 가지 역량을 충실히 반영하는 식으로 시험을 바꾸기로 하였다.

서술형 문항도 단계적으로 도입이 강화될 예정이다. 한국의 수능시험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방향과 다른 수능시험을 여전히 5지선다형 고부담 시험으로 두는 것은 큰 모순이고 '교수-평가'의 불일치(mismatch)다.

물론, 시험 문제의 유형만 학교교육과 일치시킨다고 해서 학교교육의 질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깊은 이해’를 목표로 ‘깊은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수능의 영향력이 큰 경우 학교교육은 수능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에 ‘얕은(피상적) 학습’이 불가피해진다.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려면 IB처럼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수능이 자격고사 성격으로 변화되면(예: 절대평가 5등급) 대학의 서열이 크게 무뎌진다. 이를 통해 경쟁이 완화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취업, 결혼, 삶의 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영향력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2035년쯤에는 학벌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사회, 입시중심 교육을 중단하고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시키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의 모든 의식, 관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에 당장 착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와 같은 말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교바사)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