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 제4의 길' 저자, 경기혁신교육 10주년 국제콘퍼런스서 강연
성취도 높지만 불행한 한국 학생 "표준화 시험 아닌 정체성 교육 필요"

25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경기혁신교육 10주년 국제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앤드류 하그리브스 교수.(사진=지성배 기자)
25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경기혁신교육 10주년 국제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앤드류 하그리브스 교수.(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학부모는 차라리 수능이 학종 보다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정시 비율 상향을 검토해달라.”(문재인) 

“학생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행복도는 낮은 한국, 표준화된 시험에 의한 교육적 성공을 성과와 동일시하는 시험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앤드류 하그리브스)

문재인 대통령이 “수시에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25일. 경기혁신교육 10주년 국제콘퍼런스 강연에 나선 앤드류 하그리브스 교수는 “표준화된 시험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그리브스 교수는 ‘2017년 PISA 학업성취도와 삶의 만족도’ 비교 표를 제시하며 “한국은 학업성취도는 최상위 수준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하위에서 두 번째”라며 “성공은 하지만 행복도가 낮고 비참함을 느껴 자살에 이르는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성공에 집착하는 동시에 비참함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만족감과 희생, 부모의 명예, 교감·교장을 존중하는 것,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것 등을 웰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웰빙을 위해선 목적, 성취감과 동시에 학습을 통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속감, 시민의식, 지역의식 등을 통해 정체성과 자아를 확립하도록 도와주는 게 공부와 시험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그리브스 교수는 이를 위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는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는 주체”라며 “세상을 정상적인 축으로 옮길 유일한 방법은 훌륭한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고 그 일을 하는 것이 교사”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은 3대 명문대에 아이들을 보낼 생각에 학교는 시험이라는 지옥을 만들고 부모는 사교육을 시키는 것 아니냐”며 “아이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학교 전체가 아이들을 알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모든 교사가 아이 하나하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은 정체성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누구인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 누가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교육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교육 개혁의 정의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드류 하그리브스 교수는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의 관점으로 세계 학교교육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공교육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새로운 방향성으로 ‘제4의 길’을 제시했다. 그의 저서 '학교교육, 제4의 길'은 사회학적, 교육학적 통찰에 구체적 세계 사례를 더해 설득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