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목민심서'로 본 '조국'과 '리더십'의 요건
[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목민심서'로 본 '조국'과 '리더십'의 요건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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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경기 안양 동안고 교사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만은 구해서는 안 된다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산 정약용.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꼽힌다.
다산 정약용.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꼽힌다.

책에는 작가의 고뇌와 시대정신이 담겨있다. 조선 후기에는 치열한 당쟁, 노론 중심 성리학의 한계, 선진유학파들의 새로운 개혁 요구 등 기존 체제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란 당시의 지식인 다산 정약용은 실학자로 불리는 학자들이 많은 곳에서 학풍을 이어가며 자신의 철학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식견을 쌓는다. 하지만 ‘황사영백서사건’에 연루되어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1801~1818)을 하게 된다.

그는 힘과 권력이 없는 자가 할 수 있는 일로 학문 연구에 매진했고 자신의 실학적 학문을 집대성하기에 이른다. 특히 당시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무능함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목민관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태도에 대한 지침을 담아낸 것이 목민심서이다.

목민관은 백성을 애정으로 돌보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책 전체에서 풍기는 다산의 애뜻한 마음이 애민(愛民)으로 통하도다.

(이미지=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네이버 지식백과)

◇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만은 구해서는 안 된다 ◇

“윗사람을 섬기는 사람을 백성이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을 선비라고 한다네, 선비는 벼슬하는 사람이고, 벼슬하는 이는 모두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지. 경관은 공공 문서나 서류를 다루고, 맡은 공무를 처리하는 것이 그 임무라서 열심히만 하면 일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그러나 수령 자리는 백성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라를 다스리는 것만큼 중요하다네. 그러니 어찌 목민하는 벼슬을 스스로 구해서 하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관직에 있는 자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모범이 되는 행동을 솔선수범함이 중요하다.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외면하고 양반으로서 풍요를 누린다면 어찌 백성들이 따르고 존경하겠는가? 수령이 백성들로부터 신뢰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검소한 생활로 위엄이 있으며, 가정을 돌봄에 소홀함이 없고, 법을 준수하며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여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준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조국 사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권의 핵심권력으로 중용된 자가 자녀 대학 입학의 유리함을 위하여 표창장이라는 공문서를 위조하고, 지인들을 통하여 논문 책임연구원의 자격으로 자녀 스펙을 허위 도모했고, 사모 펀드를 조성하여 사재를 축적했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을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였다.

이 죄가 '가짜뉴스'라 열변을 토하는 이들이 있다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와 증인이 팩트임을 확인해주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지 않는다. 지혜를 발휘하는 백성이라면 묵묵히 검찰에서 냉정하게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며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하기도 할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이 뻔한 거짓말이다. 뻔한 비상식적 억지 주장을 공적으로 하는 파렴치에 공분이 인다.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 외치며 광화문에 국민이 들끓는다. 조선 시대에 백성은 어떻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을까?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정약용의 저서. 48권 16책, 필사본. 목민관이 지켜야할 지침을 밝히고 있으며, 관의 입장이 아닌 민의 입장에서 저술하였다.(출처=장서각도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정약용의 저서. 48권 16책, 필사본. 목민관이 지켜야할 지침을 밝히고 있으며, 관의 입장이 아닌 민의 입장에서 저술하였다.(출처=장서각도서)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목민관에게서 가장 근본이 되는 첫 번째 마음 자세로 청심(淸心)을 제시하였다.

“청렴하게 한다는 것은 수령된 자의 본연의 의무로서 온갖 선정(善政)의 근원이 되고 모든 덕행의 뿌리가 된다. 청렴하지 않고 목민관이라 할 수 있는 자는 일찍이 없었다”고 했으며 청렴한 관리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으로 “그가 지나간 곳은 산림(山林)이나 천석(泉石)이 모두 맑은 빛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집어야 할 것이 있다. 영향력 관점에서 볼 때 보통 시민의 행동과 공무를 하는 관리의 행동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조국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 국민의 마음을 휘저어놓고 있다. 그래서 고위 공직자의 행실은 더욱 검소하고 근엄하고 무게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듯 다산에게 청렴은 백성을 이끄는 자의 본질적 임무이고, 모든 선행의 원천이며, 모든 덕행의 근본이었다. 그것의 요소로는 자기 단속, 집안 단속, 청탁 거절, 근검절약, 베풂 등이 언급되었는데 현대에도 시사되는 바 크다.

그다음으로 목민관에게 중요한 덕목으로 제가(齊家)가 있다.

“자기 몸을 바르게 가진 뒤라야 집안을 바로 이끌어 갈 수 있고, 집안이 바로 이끌어진 후라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천하에 통하는 원칙이다. 그러니 그 고을을 잘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바르게 이끌어 가야 한다”고 하였다.

가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공직에 나가지 말아야 하고 그래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것이 이 시대에도 절절히 와 닿는다. 집안을 먼저 바로 세우는 것이 성공적 리더의 필수조건이다. 공무를 담당할 공직자가 사사로운 정리에 얽매여 자신이 원하는 일을 떳떳이 할 수 없다면 백성을 바른 길로 이끌 수 있을까?

조국 사태에서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그 연루된 사람들의 비상식적 행적으로 전 국민의 분노를 사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가장이 국가적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기본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세 번째로 목민관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수법(守法)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법이란 임금의 명령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임금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이다. 남의 신하된 자가 그 어찌 감히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라고 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의 명령이 법이었던 시기였으므로 임금의 명령이 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대통령이 법이라 할 수는 없고 대통령도 법을 지켜야 하는 하나의 최고위직 리더다. 만인 앞에 법은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를 수행하는 자가 법을 피해간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 하겠는가?

하지만 권력을 쥐게 되면 법도 본인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법적으로 불리해 보이면 명분을 만들어 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내 사람이고 내가 원하니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법무부 최고직에 임명해도 된다’는 식이 그렇고 또한 ‘검찰개혁’의 요구에서 드러난 오기다.

검찰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검찰의 고유 기능이 작동되지 않을 때 거론될 수 있는 용어다. 고유 역할이란 고등학교 때에 배운 기억으로는 삼권분리 하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엄중한 법 집행이다. 하지만 집권세력에서 부르짖고 있는 그 용어는 검찰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 심리의 표출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인 ‘공수처’ 설치에 그리도 집중하는가 보다. 다산이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설명해주었을까?

다산은 애민(愛民) 정신으로 민본주의를 몸소 실천했다.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애썼다. 노인을 공양하는 양로를 중요시했고, 독거노인의 재결합을 돕는 공무제도를 제안하고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을 4궁이라고 하여 그들을 구제하는 진궁을 중요시했다고도 한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현대 복지제도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리에게 애민정신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활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심으로 백성들을 돌보고자 한다면 모두가 지속적으로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돌보아야 하지만 과도한 복지는 진정한 복지라 볼 수 없다. 가령 청년수당의 경우 멀쩡한 청년들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성남시에서 시작되어 다른 곳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미취업 청년에게 한 푼이라도 주어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러한 예산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쓰여질 때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과연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금액을 모두에게 지급되는 것이 타당한 방식일까? 어느 범위까지 약자로 보고 돌보아야 할까?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사회적 체질 강화가 시급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나라의 경쟁력은 인재 등용에 있을 것이다. 다산 또한 용인(用人)의 원칙을 제시했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일은 사람을 잘 등용하는 데에 달렸다. 군현(郡縣)이 비록 작으나 인재를 등용(登用)해야 한다는 것은 나라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고 했듯이, 다산은 인재 등용 원칙으로 시험만으로는 훌륭한 인재를 가려낼 수 없다고 했다.

인품과 능력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였으며 지연에 얽매이는 문화를 극복해야 하는 그릇된 의식으로 여겨 지역, 신분 종교, 학벌에 관계 없이 인재 등용하는 것을 주장하였다.

현 정권이 자신들에게 투표했음직한 개인과 지역 그리고 단체에 무한한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그 나라가 평화로울 수 있을까? 평화를 정치의 기치로 제시했지만 진정한 평화의 자리에 반목과 갈등이 보인다. 오히려 이 나라 리더십에서 의도적 편 가르기가 느껴진다면 이는 용인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진정한 용인은 누구 라인이라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으로 뽑아 신뢰와 권한 위임을 부여하는 것이리라.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의 요건일 수 있는 가치들이 목민심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렴, 준법정신, 합리적 행정 그리고 용인 등은 현대의 공무원 임용 시부터 강조되는 교육 내용이다. 200년 전 관리의 부정부패와 무능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행동강령이 이 시대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변치 않는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탐욕에 대한 유혹에 약한 것도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그 무엇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하지 않도록 견제구가 있어야 할 것인데 이른바 백성이다. 백성이라는 이름의 견제구 오늘도 국민은 광화문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서 지혜로운 리더는 백성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학생들과 만난 고전, 선조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는다

인문계 고교에 근무하면서 학생에게는 수시대비 프로그램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교사에게는 성취감을 주며 학부모에게는 기쁠 수밖에 없을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인문고전독서글쓰기로 진로job고 인성job기’ 프로그램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딱딱하고 고리타분할 법한 프로그램을 하루 6시간씩 2회씩 2기수를 진행하여 한해에 두 권의 고전 만나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첫해에는 키케로의 ‘의무론’과 공자의 ‘논어’를, 그다음 해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그리고 금년에는 ‘맹자’와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만났다.

그야말로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子曰(자왈)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락호)아

人不知而不溫(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배운 것을) 익힌다면 즐겁지 아니한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벗이 있다면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이다.

학생들과 인문고전을 매개로 만나고 서로 배우며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이 또 하나의 성과다.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 또한 죄를 짓는 것이리라.

우리는 시간을 아끼어 배워야 하고 또 배운 대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닐까?

이는 고전을 통한 교육의 힘이리라. 활동 후에는 어떻게 발표하라고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논리에 입각한 결론으로 우리는 교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통한 교육은 선조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는 교육이다. 시대를 바로 읽게 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진로교육이고 인성교육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목민심서가 바로 이 시대에 필요한 지침서인 이유다.

이순옥 경기 안양 동안고 진로진학상담교사
이순옥 경기 안양 동안고 진로진학상담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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