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공정성 판단을 위한 실증적 검토

수능 100%, 학생부교과 100% 선발은 위험
핵심은 다양한 상황에 있는 학생..."다른 전형 요소 함께 고려한 대입전형이어야"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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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대입전형 공정성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동안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긍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공정성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더 큰 폭의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대입제도가 위협하지 않고, 더 많은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의 제공과 공정한 결과가 보장되길 희망합니다.

바람직한 대학입시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상의 학생 사례를 제시하여 각 전형별 합격·불합격 예측을 통해 전형별 문제점을 실증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개선책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 기계공학과 지원자 구성 예시

 ※ 종합전형의 경우, 더 많은 자료를 종합하여 판단하지만 간략한 예시를 위해 생략함.

♣ 참조사항

수학·과학의 자기주도 학습 경험은 학교수업 중 고교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관심 분야 학습을 시작하여 학생 스스로의 주도하에 그 깊이를 더해 간 학습경험임.

학교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질의& 응답)을 통하여 학교 선생님이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서술해 주실 수 있음.

※ 종합전형은 나, 다, 라, 마 지원자의 확인·검증 면접을 통해 서류 제출사항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활동의 자기주도성 등을 검증하여 최종적인 합격자를 선정함.

♣ 참조사항

종합전형은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학업과 교과연계 활동(비교과)을 종합적 정성평가로 판단하므로 정량화 된 지표인 숫자로 명확히 등위를 가려 합격과 불합격을 나타낼 수 없음.

이에 따라 예측가능성, 공정성, 투명성 등이 부족하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것은 종합전형의 단점이자 문제점이 아니라 종합전형만의 장점이며 강점이라 생각됨.

숫자로 표현되지 못하는 긍정적인 것들을 빠뜨리지 않고 보완해서 대학(학과)이 실질적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기 때문임.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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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교과성적과 정시 수능성적 100% 전형이 가진 문제점은?

◉ 수시 교과성적 100%전형의 구체적 문제점

△고교별 상황이 다른 학생부 성적 적용의 문제

각 고교별(교과목별)로 학생 구성이 다르며 그 실질적 학업태도 및 학업역량의 수준이 다른데 각기 다른 모집단간의 상대평가 결과 값인 고교별 학생부 등급을 전국 공통으로 똑같다 생각하고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요?

△교과목 선택이 다른 학생부 성적 적용의 문제

학생마다 선택한 교과목이 다르고, 그 교과목별 학생 구성이 모두 다릅니다. 특히 교과목별 학습 범위의 분량, 수준, 학생의 부담정도가 다른데 그런 유의미한 것들을 상대평가의 학생부 등급만으로 평가하는 교과전형에는 전혀 반영할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물리1을 들은 학생 100명이 있습니다. A라는 학생은 2등급, B라는 학생은 3등급을 받았습니다. A라는 학생은 물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어 물리2를 더 들었습니다. 하지만 물리2를 듣는 학생은 학업에 대한 부담 등으로 20명에 불과하여 물리2 성적은 5등급을 받았습니다.

두 학생의 물리과목 학생부 평균 성적은 A는 3.5등급, B는 3등급입니다. 물리 과목에 대한 두 학생간의 평균 성적 값에 대한 결과만으로 합·불을 가린다면 B가 합격해야 합니다. 과연 공정하다 할 수 있을까요?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학생 선발과 학생부 성적 적용 문제

대학은 해당 모집단위(학과)별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계열, 예체능계열별로 학문적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부 교과등급의 숫자 값만으로는 그런 구체적 특징을 고려한 평가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공학계열에 입학하는 학생이라면 수학, 과학 교과목을 더 많이 듣고, 해당 교과목 성적이 더 우수하면 대학에 입학해 더 잘 적응하고 긍정적이라는 '대학 입학생들의 학교적응과 대학 성적 등에 관한 종단연구' 결과 값이 각 대학마다 존재하지만 정량적 평가를 하는 전형방법에서는 그런 평가적 고려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학계열에 입학하고자 하는 2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A라는 학생은 국어, 영어, 사회는 모두 1등급이지만 수학, 과학은 3등급입니다. 전교과목 평균 1.8등급 정도의 성적 값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에 B라는 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은 모두 3등급이지만 수학, 과학은 1등급입니다. B의 전교과목 평균 성적이 2.2등급 정도라면 학생부 평균 교과등급의 숫자 값에 따라 A를 뽑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요?

1등급에 가까운 것이 더 좋은 것이니 공정한 것이고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선택을 대학에 강요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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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 수능성적 100%전형의 문제점

△수능 점수 결과로만 정시 합·불이 결정되지 못하는 현실

수능전형은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점수로 명확히 합격과 불합격이 구분되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열화 된 대학 순위표(소위 정시 배치표)에 따라 전국의 비슷한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집중해서 같은 대학,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합니다.

수능 1등급 학생과 5등급 학생이 경쟁해서 1등급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는 당연합니다. 현실은 수능 1문제 차이를 넘어 어떤 과목을 선택해 표준점수, 백분위가 유리했느냐 여부, 표준점수 1점, 백분위 0.1점 차이로 합격이 결정됩니다.

심지어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보다 내 점수가 더 높았음에도 정보력이 부족하고 배짱이 부족해서 더 좋은 점수를 갖고 있는 학생이 합격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왜 합격선 점수가 무너져서 턱없이 낮은 점수로 합격하는 학생이 정시모집에서 종종 발생하는데 그런 경우는 불공정하다고 안하고 운이 좋았다고 부러워만 하는 걸까요?

△정시 지원 정보력 차이로 인한 결과의 형평성 문제

수능점수 100% 전형의 정시모집에서 여유 있는 점수 차로 대학에 지원하여 최초 합격한 학생이 있다면 최상위권 의대나 S대에 합격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정시 컨설팅을 제대로 못 받은 것입니다. 아슬아슬하게 추가합격 하는 것이 제대로 정시에 지원하는 전략이고 성공적인 입시 결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정시모집은 수능점수가 비슷한 학생들 간의 아슬아슬한 경쟁이므로 정시 컨설팅의 위력이 절대적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컨설팅을 위해서는 누가 얼마나 많고 정확한 점수 표본 값을 모아서 갖고 있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대규모 재수학원을 운영하는 대형 사설기관들이 매우 유리한 구조입니다.

전체 수험생과 학부형을 위한 '어디가' 사이트의 업데이트가 다소 늦은 편이고 일부 제한된 정도의 자료만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여 봤을 때, 대입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사설교육기관 등이 모의 원서접수라는 명목 하에 학생들의 점수 값을 취합하여 사설컨설팅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이기도 합니다.

결국 정시모집에 있어 수능 점수보다 더 합격에 결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정시 지원 정보력의 차이는 공평하고 공정한 것일까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제공이 가능하고 무상으로 그런 것들을 쉽게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권력 있고 돈 많은 분들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합격이 가능할 것 같은 조건이 되는 학생이 지원해도 합격일지 불합격일지 깜깜이 전형일 수밖에 없어서 더 공정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비교했을 때 명확한 숫자 값에 따른 정확한 등수 계산으로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합격을 예측할 수 있는 준비된 정시 컨설팅은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진정으로 그들만을 위한 SKY캐슬이 아닐까요?

△수능 선택과목과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학생선발의 문제

과거 학력고사 및 수능 초창기와 달리 현재의 수능은 학생마다 선택 교과목이 다릅니다. 모든 학생이 공통된 교과목을 시험 본다면 원점수의 전체 합계로 정확히 순위를 정해주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표준점수, 백분위, 과목별 가산점, 감점 등의 방식을 복잡하게 사용합니다.

선택 과목에 따른 가산점 문제는 상위권 대학보다 중위권 대학의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각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고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수학 가형에 10% 가산점을 주는 것이 왜? 명확히 그래야만 하는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사전에 공지했다는 사실로 공정성 시비를 피해가는 것일 뿐입니다.

대학에 근무하며 경험한 바로는 실제 입학생들의 학업성적 결과 값 등을 종단연구해서 분석해 볼 때 가산점 비율의 타당성은 거의 없다고도 보여 집니다.

이를테면 공학계열의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등 수학이 더 필요한 학과들은 수학 가형을 6등급 받은 학생이 수학 나형을 2등급 받은 학생들보다 대학 입학 후 학업성취도가 좋았습니다.

당연히 수학 가형에 가산점을 25% 또는 30%로 상향해서 선발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았고 그렇게 하자는 연구결과도 나왔지만 그렇게 못한 이유는 정시모집 경쟁률과 그에 따른 입시결과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경쟁률 하락이 예견되고 그럴 경우 실질적인 입학생의 수준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입니다.

결국 정시모집의 모든 전형요소들도 뜯어보고 깊이 있게 따져보면 엄격히 공정, 타당, 합리적이다 말하기 곤란합니다.

왜? 어떤 대학의 어떤 모집단위에서는 국어 30%, 수학 40%, 영어 20%, 탐구 10%의 수능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 점수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합리적, 타당하며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그 비율이 달라진다면 분명 합격할 학생들이 달라질 것인데도 말이죠. 그냥 그렇게 하자고 미리 규칙을 정했다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 그 내용을 따져보면 해당 전공별 더 입학해서 공부하기에 적합한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도 말이죠.

공학계열 입학할 학생을 선발하는데 당연히 탐구과목을 과탐으로 선택한 학생이 입학 후 더 긍정적인 학업성취 결과와 학교적응이 기대 됨에도 대학의 정시모집 입학생 선발절차의 현실은 사회탐구를 선택해서 1등급 받은 학생이 과학탐구를 선택해 4등급 받은 학생보다 유리하게 점수 적용을 받아 합격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런 전형 방법이 공정, 타당, 합리적이고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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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타당, 합리적 대입전형은 무엇일까?

학생부 교과 성적 100%전형, 수능성적만 100% 반영하는 전형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나름의 객관성과 편의성을 갖추고 있을지 모르지만 앞서 살펴 본 것과 같이 많은 문제점들이 있고 공정, 타당, 합리적이지 못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전형 방법들의 요소들이 전혀 무의미하고 틀렸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100% 학생부 교과 성적 또는 수능성적으로만 하지 않고 다른 전형 요소들을 함께 반영하여 보완한다면 보다 다양한 상황에 있는 여러 학생들에게 골고루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공정성과 타당성을 강화하면서 여러 문제점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각 전형의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후, 수능 (최저) 조건을 최종적으로 반영하며

1) 현행제도처럼 수능 등급을 최저학력 제한 조건으로 운영할지, <미충족자 무조건 탈락>

2) 구분 조건별 선발하는 비율을 설정할지, <A구분 70%, B구분 20%, C구분 10% 선발>

3) 구분 조건별 가산점을 주어, “서류ㆍ면접 점수 + 수능 등급 (가산점)”으로 할 것인지를 대학별 상황에 맞춰 계획하여 운영하고 각 평가요소별 전형결과와 실제 입학 후 학생들의 학교적응도 등을 추후 분석하여 각 대학별 평가요소를 구체화하고 검증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보완·발전 시켜 나갈 것을 건의 함.

♣ 참조사항

학생부 성적 중심의 교과전형은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교과목 성적만으로 100% 선발하는 것을 금지하고 면접 또는 수능최저를 반드시 활용하도록 운영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도 서류평가 100%로 선발하는 것은 금지하고 전형의 취지를 고려하여 학교활동 중심으로만 평가를 진행하되 공정성 논란을 고려하여 아쉽지만 정형화된 수능최저 기준을 필수 적용하도록 보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입전형의 공정성,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보다 개선, 보완해 나가도록 준비했으면 합니다.

수능점수 중심의 정시전형은 현역 고3 학생에 불리하고 재수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역 고3(수능 최초 응시자) 우선선발을 50%(더 높게 정해도 좋겠지만 최소한의 보호를 위한 정도만) 해주는 것이 공정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 에듀인 리포터
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