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등교 교사

"학생참여예산제, 초등학생도 가능하다"

[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사진=김경희 교사)
(사진=김경희 교사)

“김부장, 위험 부담이 있을 텐데···. 꼭 해야겠는가?”

지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게 2014년 봄, 학교 화단을 거닐면서 교장선생님과 나눴던 ‘학생참여예산제’ 관련 대화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학생자치활동활성화 차원에서 고등학교에서 ‘학생참여예산제’를 권장하던 시기였다. 나는 이를 초등학생 동아리에서 적용해보고자 했다.

내 자신이 학교 단위 또는 교사, 학생 동아리 활동에서 예산을 기획·집행해보는 성공 경험을 통해 자치 능력이 크게 성장했음을 깨달았기에 이를 우리 학생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싶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시기로 기억된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무렵에는 더 많은 이가 초등학생이 예산을 기획·집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참여예산제를 시도하고 싶었던 나는 우려되는 점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교장선생님을 설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을 수 없었다.

“그토록 해보고 싶다면, 해 보세!”

드디어 화단 앞에서 교장선생님의 승인이 떨어졌다. 그런데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지금도 그 당시 나의 마음의 변화를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겉으로는 교장선생님을 설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왜 이리 위험 부담이 많은 것을 나는 도전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나 혼자 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혹, 그럴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인해 그 누군가가 피해를 본다면 이는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그로부터 2년 후, 연구비를 지원받아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방안 관련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개인 연구활동으로 학습연구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옳다구나! 드디어 때가 왔다! 이제는 제대로 실천해보자!”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는 공문서 작성 없이 계획서와 지출 내역, 집행결과보고서를 근거 자료로 제시하면 되는 개인 연구비로 학생참여예산제를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이 ‘솔리언 또래상담동아리’였다.

솔리언 또래상담동아리 활동에 필요 물품들을 간단한 계획서를 작성해서 주면 내가 구입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연구년 교사라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서였을까? 학생들은 예산을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도전에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됐지만 구체적인 삶 속으로 구현해내는 것을 힘들어했다.

일회성 행사보다는 장기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학생들 스스로가 기획하는데 다소 무리였지 않나 반성해본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연구년제 교사가 아닌 학생들과 매일 함께 생활하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관찰하여 섬세하게 피드백 주는 과정을 함께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러한 아쉬움이 가져온 미련 때문일까? 그 연장선으로 작년과 올해는 학년 팀프로젝트 활동에서 예산을 기획해볼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또 한 번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는 팀프로젝트 행사 진행 상품비로 많은 예산을 집행했던 학생들이 올해는 좀 더 확장된 방향으로 예산을 직접 기획해나가려는 주체성과 가능성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생활하는 지도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변화일수 있지만 이는 분명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학년 팀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해가면서 활동에 필요한 퀴즈 상품 물품, 놀이활동에 필요한 종이 팔찌, 음식물 얼룩 제거제, 복도에 위험할 수 있는 곳에 부착할 모서리 보호대, 방향제 등 다양하게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 물품 구매 사이트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들이 예산 사용과 관련하여 계획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근본 원인을 좀 더 면밀히 발견해보고자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해보았다. 학생들과 함께 한 회의에서 부모님을 위한 깜짝 선물이나 파티 비용으로 1인 3000원 씩을 학급 학생들에게 준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선생님께 용돈을 받다니 기분이 이상하지 않냐?”

아이들에게 이 경험 자체가 신선한 충격인 듯 했다. 그러나 일주일 전부터 예산사용방법을 계획해야 제공되는 3천 원이였다. 카네이션부터 편지지, 조각 케이크, 컵, 용돈을 더해 산 책,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핸드크림 등까지 대부분이 미션 성공을 외쳤지만 3천 원을 다 못쓰고 가져온 친구들도 서너 명 되었다.

작은 돈이지만 저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이 돈을 사용하기 힘들어 했고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서 안하겠다는 친구도 한 명 있었다. 그 또한 인정해 주었다. 돈 또한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향유할 수 없음을 가르쳐 주기 위해 사용하지 못한 돈은 다시 가져오도록 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심코 지나쳤던 가족행사를 내년에는 용돈을 모아 직접 챙겨볼 것이라는 친구들도 있어 활동의 목적에 가까이 다가간 듯도 하지만 여전히 초등학생들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지도 방법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실천해보면서 나눌 수 있는 팁들을 꾸준히 정리해봐야겠다.

확장된 경험과 무한한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삶의 도구들을 다뤄보는 연습과 훈련을 초등 시기부터 해 본다? 결코 빠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