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민주시민 기르기 ①비판적 사고 만들어가는 토론 문화

[에듀인뉴스]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는 새해 첫 연재로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과 함께 떠나는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기획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다양한 생각은 사람의 존재 이유"

요즘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 뜨거운 감자다. 사실 성인도 기본적인 비판적·능동적 사고 훈련이 안 되어 있고 좌우파의 철학을 모르는 상태이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글을 쉽게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스스로 판단하고 사유하여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이념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한명의 죽어있는 시민을 학교에서 생산하게 된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내 자아를 소유하지 못한 것과 같다. 이는 곳 내가 죽어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사유할 줄 아는 것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리고 새는 양 날개로 날 듯 학생들이 나의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조급해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프랑스 바칼로레아 문제다. 이것은 각 개인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체주의화를 경계한다. 만약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면 그리고 모두가 예스를 외친다면 그 세상은 어떻게 되겠는가. 학생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지켜봐 달라.

외국 대학은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길러주나

나는 대학을 호주에서 다녔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대학 교육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호주에서 느낀 것은 학생의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 과제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 했고 나는 내 주장만을 적어 냈다. 그 과제는 성적이 낮게 나왔다.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가서 “왜 이리 점수가 낮은가, 어떻게 써야 점수가 오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고 교수님은 내 글은 나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쓰여 있어서 점수가 낮은 것이라고 했다.

즉 내 의견에 대해 반대되는 의견들 또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어떠한 주제의 글도 나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그 이후 나는 내 의견에 반대되는 글을 찾고 내가 내 주장을 비판하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참 일방적인 생각을 해 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항상 ‘어떠한 주제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내 의견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무조건 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나의 비판적 사고를 길러준 것은 토론이었다. 항상 강의가 끝나면 그 이후에 7명 정도씩 나눠 하는 토론수업이 2시간씩 있었다.

토론 수업에서는 서로의 의견에 대해 동의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였다. 토론 수업을 통해 각자의 생각이 깨지고 다듬어지면서 진실에 가까운 타협점을 찾는 경우도 많았다. 토론 수업에서는 어떠한 주제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되는 의견에 편을 나누어 진행하는 것을 추천 드린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문제에 대립하는 의견들을 서로 부딪치게 하는 것만이 진리를 찾는 것이며 토론과정 없이 생산된 지식은 죽은 지식과 다름 없다.”

이 세상 어떠한 지식도 완벽한 진리는 없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 또한 진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편에 대한 비판만 있을 뿐 토론 등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부재하다. 토론문화의 확립이야 말로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스스로 이념을 확립해가는 옥스퍼드의 철학수업

옥스퍼드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정치, 경제, 복지, 의료, 문화, 과학 정책 등 많은 정책을 배웠지만 교수님 단 한분도 자신의 이념과 사상에 대입하여 우리를 가르친 적이 없다. 객관적인 교과서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그것을 응용하여 어떠한 이념 속에 정책을 버무릴 것인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었다.

옥스퍼드에서 가장 먼저 배운 과목은 ‘Foundation(기초)’라는 과목이었다. 즉 모든 정책 과목들의 기초와 뼈대라는 뜻이다. 이 기초과목은 철학이다. 존 롤즈, 로버트 노직의 분배정의, 공리주의, 운평등주의,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등 정말 다양한 철학으로 이루어졌다.

좌우 이념적 철학과 보편적인 철학 등을 배우면서 나는 자연히 내 스스로의 이념철학을 확립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누구한명 나에게 자신의 이념을 주입시키려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시험에서조차 고정된 정답은 없었다. 예를 들어 어떠한 경제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좀 더 분배로 가느냐 아니면 효율로 가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었으며 우리는 그 정책에 대한 내 주장을 다양한 철학적 바탕으로 풀어갔다.

또한 철학 리포트를 쓸 때는 보통의 리포트보다 하나의 주장에 대해서 2번 정도 더 내 주장에 대한 비판과 방어를 해야 했다.

보통 내 주장에 대해 한번 비판하고 그 비판에 대한 방어를 한번 한다. 하지만 철학 리포트는 내 주장→ 비판→ 방어 → 비판 → 방어 이렇게 가기 때문에 내 주장의 허점을 찾는 게 정말 머리 아프지만 결국 ‘내 주장에 대한 어떠한 반대 논리가 있구나’하는 것들을 스스로 알고 ‘내 주장이 100퍼센트 완벽한 진실은 될 수 없구나’ 하고 느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 주장을 폐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옥스퍼드에서 배운 중요한 시사점은 우리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기본적이며 다양한 철학들을 확고하게 가르친다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스스로 이념을 확립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필자는 파리정치대학의 행정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은 프랑스를 이끌어가는 정치인과 관료를 키우기 위해 세워진 특수학교이다.

어느 날 학교 서점을 들렀는데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들이 서점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 이 책들을 보면 바칼로레아의 나라답게 철학책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들을 보시고 학교교육에 참고하신다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는 에듀인뉴스에 실린 [옥승철의 세계정책여행] ‘파리정치대학 서점에서 프랑스 인재상을 보다 참고하길 바란다.

"내 논리의 약점은 내가 찾아야"...자신의 약점을 찾아 비판하는 덴마크 구술시험

덴마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할 때 과제 리포트를 냈는데 단순히 리포트를 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후에 자신이 쓴 리포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구술시험에 대한 평가를 받는 2차 과제가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공부해 보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덴마크가 처음이었다. 덴마크 친구들에게 구술시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구술시험에서 교수들은 그 학생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비판적인 질문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과제를 스스로 분석하여 어떠한 약점이 있는지 찾아서 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동안 내가 쓴 리포트를 분석하고 약점을 찾아보려 노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인 사고가 길러지고 훈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분석을 하다보면 내 주장이 근거가 없고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구술시험에서 교수님께 이러한 내 주장은 근거가 없고 잘못된 것 같다고 먼저 솔직하게 말하고 인정하면 점수가 깎이지 않는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중요한 순간이다.

이는 에듀인뉴스에 실린 [옥승철의 세계정책여행] ‘교수의 의견에 No를 외쳐라...창의력 키우는 덴마크 시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인가

내가 경험해 느낀 비판적 사고력과 주체적인 사유를 가진 학생을 만드는 방법은 네 단계다. ▲좌우와 보편적인 다양한 철학 지식을 쌓고 이해력을 높이기 ▲리포트를 쓸 때 내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훈련하기 ▲토론하기 ▲과제에 대한 덴마크 프레젠테이션 시험 방식이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동시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반성적 자세와 ▲타인의 주장도 정답일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의 자세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