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평소에 장이 안 좋아서 늘 호주머니에 화장지를 넣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도 고속버스보다는 기차를 이용한다. 건강염려증’이 있다 싶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세 살 때 아버지가 식도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외삼촌들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7남매 형제자매도 당뇨가 있는 분들이 있기에 건강에 대한 유별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초중고 동창들이 건강이 안 좋아 한 두명씩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을 볼 때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나도 제대로 된 건강 검진 한 번 해볼까?’

며칠 전 낮에 커피를 많이 마신 탓인지 잠이 안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씩 형식적인 공무원 건강검진이 전부였는데 검사 자체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래, 큰 맘 먹고 위장 내시경 한 번 해보는 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른 수첩에 메모를 했다.

50년 이상을 살면서 여태껏 위장 내시경 한 번 안하고 안심한 것만 해도 참으로 무모했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애주가다. 누가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이 대장 내시경 한 번 안했으니...

‘어디서 할까?’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동네 병원은 믿음이 안가서 우리나라에서 대장내시경으로 유명하다는 강남의 유명한 병원까지 가는 유별을 떨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도 병원 가는 게 겁이 많았기에 사뭇 긴장이 되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묻고 또 묻고 내시경 전 날도 흰죽만 먹고 저녁은 아예 금식을 했다.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결과는 좋았다.

“결과가 좋네요. 이 정도면 3년 후에 오시면 될 것 같아요.”

간사하게도 오늘따라 의사 선생님이 왜 그리 예뻐 보이고 신뢰가 가는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병원을 빠져나왔다.

나보다 앞서 검사하신 많은 분이 한 두 개의 용종을 제거했다며 점심으로 죽을 먹길 권했는데 나는 아무거나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좋단다.

“야호”

쾌재를 부르며 어제 하루 동안 허접하게 먹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왕갈비탕을 주문했다. 그래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야할 것 같아서 갖은 양념이 들어간 빨간 배추김치를 물에 넣고 백김치를 만들었다. 내가 봐도 ‘건강염려증 환자’ 100% 셀프 인증이다.

집에 와서도 호들갑을 떨며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자랑스럽게 위 내시경 결과를 자랑했더니 막내아들 왈 “아빠, 100살까지 사세요!”라며 시니컬하게 말을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있듯이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