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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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공정(公正)하다’의 뜻은 ‘공평하고 올바르다’입니다. ‘공평(公平)’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른 것을 말하는 것이고 ‘올바르다’도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는 말입니다.

공정(公正) = 공평(公平) + 올바름

공평(公平) =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른 것

올바름 = 말이나 생각, 행동이 이치나 규범에 벗어남 없이 옳고 바른 것

과연 “공정한 대입을 위해 정시를 확대한다”는 말이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거짓말일까요?

정시모집이 공정하다는 주장에는 학생 스스로 공부한 노력에 따른 점수 결과대로 대학의 합격과 불합격이 명확하게 결정된다는 점을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 맞을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틀린 말입니다.

정시모집은 많은 모순점을 갖고 있고 공정하지 못합니다.

정시모집의 공정성 주장 프레임

 의문점

정시모집은 학생 스스로 공부한 노력에 따른?

학생 노력 외 외부 도움 효과는 없는지?

고액과외, 유명재수학원 등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학벌의 대물림 가능성

점수 결과대로?

비슷한 점수끼리 경쟁하므로 점수 낮아도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더 중요. 정시 사설 컨설팅에 따른 점   수 역전이 진짜 SKY 캐슬.

대학의 합격과 불합격이 명확하게   결정 된다?

각 대학별 모집단위마다 다른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가산점, 선택과목 편차 등 정시모집의 세부 조  건이 과연 타당한가?

적합한 학생 선발을 위해 개별 대학과 학과가 수능 과목별 반영비율 등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합리  적 타당한 근거가 있는가?

오히려 적합한 학생선발에 반하는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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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 확실합니다.

▲구체적 문제점1: 사교육의 무한 경쟁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요? 학교 수업을 성실히 듣고 EBS 교재로 열심히 복습하면 누구나 똑같은 조건 하에 노력한 만큼 점수가 잘 나온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기회인 수능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목적 아래 모든 학생과 학부모는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최선을 다한 도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설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중학교 때부터 수능 출제범위에 따른 선행학습과 문제풀이 반복학습이 시작되는 것은 당연하고 체계적인 관리 아래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다는 학부모 설명회가 일부 지역에서는 성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능준비를 집중해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바로 그 지역의 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많은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가 사회적 계층이 되고, 신분이 되는 상황에서 그곳에서는 또다시 누가 더 출제 가능성 높은 문제를 제대로 가르쳐 주느냐 여부로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더 많이, 더 좋은 조건 아래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학교 밖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그들만을 위한 SKY 캐슬이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구체적 문제점2: 수능 재도전 기회에 따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정시모집 전형의 무분별한 확대는 과열된 조기 수능 열풍뿐만 아니라 재수생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입니다.

정시모집은 수능점수에 따른 입시 결과로 대학별 순위가 비교적 명확히 드러납니다. 대학별 서열이 결정되고 그것은 사회적으로 학벌이 됩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그 사람의 가장 주요한 이력이 될 수 있고 그 조건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 도전은 학벌화한 사회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수능 1~2문제 차이로 대학별 순위가 달라지므로 한 단계 더 높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재도전은 합리적이기까지 합니다.

‘재수는 필수고 3수는 선택이다’가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 학기 대학 등록금 수준인 재수 종합학원의 한 달 수강료(약300만원이상)를 부모님의 경제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격차는 안타깝게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들에게 이어지는 주요한 방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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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문제점3: 수능 점수대로가 아닌 정시 컨설팅에 따른 영향력

‘정시는 수능 점수대로 합·불이 결정되어 공정하다’는 주장이 과연 옳은 이야기일까요?

정시모집에 활용되는 수능 점수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기회의 공정함에는 반합니다. 하지만 그 점수 값에 따른 대학 입시 결과는 점수에 따라 명확하므로 공정함이 있다는 주장 같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실제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수능 점수가 아니라 그 점수 값을 모으고 분석해서 활용하는 정시 컨설팅입니다. 대학 입시는 1등급과 5등급이 경쟁해서 1등급이 합격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시모집에서 여유 있는 점수 차로 지원하여 최초 합격한 학생이 있다면 최상위권 의대나 S대에 합격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정시 컨설팅을 제대로 못 받아 자기 실력만큼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안타까운 학생입니다.

아슬아슬하게 추가합격 하는 것이 제대로 정시에 지원하는 전략이고 자기 점수에 제대로 맞춰서 진학한 성공적인 입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정시모집은 수능점수가 비슷한 학생들 간의 아슬아슬한 경쟁이므로 수능 1문제 차이를 넘어 어떤 과목을 선택해 표준점수, 백분위가 유리했느냐 여부, 표준점수 1점, 백분위 0.1점 차이로 합격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정시 컨설팅의 위력이 절대적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컨설팅을 위해서는 누가 얼마나 많고 정확한 점수 표본 값을 모아서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대규모 재수학원을 운영하는 대형 사교육업체들이 매우 유리합니다.

심지어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보다 내 점수가 더 높았음에도 정보력이 부족하고 배짱이 부족해서 더 좋은 점수를 가진 학생이 합격 못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왜 합격선 점수가 무너져 턱없이 낮은 점수로 합격하는 학생이 정시모집에서 종종 발생하는데 그런 경우는 불공정하다고 안 하고 운이 좋았다고 부러워만 하는 걸까요?

정시모집에 있어 수능 점수보다 더 합격에 결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정시 지원 정보력의 차이는 정시전형의 불공정함과 그 은밀한 정보력의 결정적 위력을 매우 심각하게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제공이 가능하고 무료로 그런 것들을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권력 있고 돈 많은 분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합격일지 불합격일지 깜깜이 전형이라 비판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교육 중심의 정성적 종합평가 방식이므로 고액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서 애초에 불합격할 학생을 입시컨설턴트만의 기교와 노력으로 합격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숫자 값에 따른 정확한 등수 계산으로 객관적이고도 명확하게 합격을 예측할 수 있는 정시전형 컨설팅은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더 은밀하고 비싼 만큼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어느 재벌 회장님 아들이 과거 놀라운 입시 정보력과 조직화 된 눈치작전으로 최고의 대학을 갔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정말인지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그들만을 위한 SKY 캐슬의 숨은 이야기 같다는 생각입니다.

▲구체적 문제점4: 수능점수 반영 방식의 근거와 타당성

과거 학력고사 및 수능 초창기와 달리 현재의 수능은 학생마다 선택 교과목이 다릅니다. 모든 학생이 공통된 교과목을 시험 보면 원점수의 합계로 정확한 순위를 정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표준점수, 백분위, 과목별 가산점, 감점 등의 방식을 복잡하게 사용합니다.

선택 과목에 따른 가산점 및 감점의 문제는 상위권 대학보다는 중위권 이하 대학의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고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이를테면 수학 가형에 10% 가산점을 주는 것이 ‘왜?’, ‘명확히 그래야만 하는지?’ 등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사전에 공지했다는 사실로 공정성 시비를 피해 가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 대학 입학생들의 학업성적 결과 값을 종단연구해서 분석해 보면 가산점 비율의 타당성은 거의 없다고도 보입니다.

이를테면 공학계열의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등 수학과 물리가 더 필요한 학과들은(이과형 수학) 수학 가형을 6등급 받은 학생이(문과형 수학) 수학 나형을 2등급 받은 학생들보다 대학 입학 후 학업성취도가 좋았습니다.

당연히 수학 가형에 가산점을 25% 또는 30%로 상향해서 선발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았고 그렇게 하자는 연구결과도 나왔지만 그렇게 못했던 이유는 정시모집 경쟁률과 그에 따른 입시결과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경쟁률 하락이 예견되고 그럴 경우 실질적인 입학생의 수준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공별 모집단위 특성에 더 적합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타당성보다 입시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입니다.

결국 정시모집의 모든 전형요소도 뜯어보고 따져보면 엄격히 공정, 타당, 합리적이다 말하기 곤란합니다.

왜? 어떤 대학의 어떤 모집단위에서는 국어 30%, 수학 40%, 영어 20%, 탐구 10%의 수능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 점수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합리적, 타당하며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그 비율이 달라진다면 분명 합격할 학생들이 달라질 것인데도 말이죠.

공대에서 학생을 선발하는데 탐구 과목을 과학으로 선택해 4등급 받은 학생보다 사회로 선택해 2등급 받은 학생을 뽑게 된다면 과연 그것은 공정한 전형방법인가요?

과연 이런 정시 전형 방법이 공정, 타당, 합리적이고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시모집은 공정하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요?

윤종걸 대구시교육청 대입정책관/ 에듀인리포터
윤종걸 대구시교육청 대입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