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시민협력과? 차라리 ‘학교협력과’로 부서명 바꿔라

원미선 용인교육시민포럼 대표
원미선 용인교육시민포럼 대표

‘교육 환경의 복잡 다변화로 인해 교사 혼자서는 학생 교육활동을 책임지기 힘든 구조이다. 더 이상 교사 혼자서 학생들을 위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 책임 있는 민주시민을 길러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에서 역량을 가진 학부모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 학교자치/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p188

[에듀인뉴스] 어느 새 11월이 다 되어간다. 12월 한 달만 남기고 있으니 한 학년이 거의 다 지나간 셈이다.

경기도 동탄에 있는 한 학교가 학기를 넘기고 1년이 다 가도록 혼란과 갈등에 빠져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학부모회와 교장을 중심으로 한 학교와의 갈등이다.

그 학교는 학기초에 학부모 회장이 사퇴하고 새로 회장이 뽑혔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의 부회장이 계속 학부모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학부모회 활동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으면서 사퇴도 하지 않아 학부모회 임시총회를 통하여 부회장을 해임하는 임시총회를 진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회장을 해임하는 것에 학교장이 반대하고 지원청의 학부모회관련 학지가도 반대하고 도교육청의 학부모시민협력과에서도 규정에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여 그 학교 학부모회는 학부모회규정에 해임관련 규정을 넣은 학부모회규정 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한번 모이기도 힘든 학부모임시총회를 그 학부모회는 두 번 열어야 했다. 첫 번째 임시총회에서 학부모회개정안이랑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나니 학교는 정족수가 부족했다는 것을 이유로 임시총회를 무효라고 하였다.

학부모회는 다시 임시총회를 열었고 압도적인 숫자로 다시 두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학교장을 중심으로 학교 측에서는 두 번째 임시총회도 무효이고 그래서 부회장 해임안과 학부모회규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태를 보며 학운위 활동과 학부모회장 활동을 해보았던 내 입장에서도 질문이 생긴다.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지자체에서 내세우는 중요한 화두가 ‘교육자치’라는 것을 생각해봐도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우선 학부모회를 구성함에 있어 학부모회 임원에 관한 규정은 해당학교의 학부모회 규정으로 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규정을 논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학부모회 조직과 활동에 있어 학부모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회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권한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자치의 일환인 학부모자치의 근간이다.

학부모회 자율성과 책임과 권한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학부모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안 그래도 힘든 학부모회 활동을 누가 나서서 하려고 할 것인가? 선출된 학부모 회장의 권한과 학부모회 자치를 인정하지 않는 학교의 행태가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학부모회 규정에 임원 해임규정을 넣어 학부모회 개정안을 만들겠다는 학부모회를 안 된다고 막아서는 해당학교, 해당 지역지원청, 도교육청 학부모시민협력과의 태도이다.

‘경기도교육청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에는 ‘학부모회 임원의 자격은 해당 학부모회 규정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부모회 해임 규정도 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조례 제10조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제10조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학부모회의 조직에 대한 학부모 자치를 인정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왜 학교장도 지역지원청도 도교육청의 학부모시민협력과의 담당자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이 갈등은 한 학기를 지나 2학기가 된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궁금하여 도교육청에 직접 찾아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학부모회 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관행’이었다. 더불어 학부모회 해임 규정을 넣는 것을 인정해주면 다른 학교들에도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길까봐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염려와 해석을 왜 공무원들이 맘대로 하냐”고 물었다.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두 번째 임시총회를 열었는데 또 학교에서는 무효라고 한다하여 지역지원청 학부모지원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다른 학부모들과의 화합이 중요하니 학부모회 해임 규정은 안 된다는 것이다. 학부모지원가가 조례해석을 하겠다고 하는 것,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학부모지원가에게 물어봐야하는 것이 적절한 권한이고 절차인지 자체도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이유들로 학부모회가 총회를 열어 학부모회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것을 번번이 막는 일들이 다른 사람들은 이해가 될까? 교사는 이해가 될까? 다른 학교 학부모회 임원들에게 물어보면 이해가 될까? 학부모 학교 참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교육부나 교육연구원에 물어보면 어떻게 답하려나?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장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주고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사항들을 시도조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교육자치라는 것이다.

교육감과 교장의 권한이 커지는 것이 교육자치인가? 이재정 교육감은 취임초기부터 거버넌스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연임 후 2기 집행부에는 ‘학부모시민협력과’를 만들어 조직개편을 하였다. 분명 ‘학부모시민협력과’이다. 이 부서는 시민단체와 학부모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임이 부서 이름에서부터 보여 진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학교의 처사에 대해 왜 학부모시민협력과는 학부모회의 임시총회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학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일까? 그러면 ‘학부모시민협력과’가 아니라 ‘학교협력과’로 부서명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학교장·교감이나 교사들은 수십 년 간의 교직생활을 통하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이미 갖고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더구나 초등학부모들의 경우에는 경험도 정보도 네트워크도 없이 막연히 학교 일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그래서 학교임원이 된다는 것은 두렵고 무거운 일인 것이다.

경험도 정보도 취약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실수도 하고 상처도 받는다. 그래서 학부모회 임원이 된다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기피해야 할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무너지고 생기를 잃어가는 학교현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권을 존중하고 그 활동에 정당성과 자부심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부여해야 할 것이다.

도교육청에 학부모시민협력과를 만들었던 교육감의 의지는 아마도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학부모들을 교육주체로써 존중하고 건강한 학교활동이 이루어져서 경기교육이 소통과 신뢰 속에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올 한해 본 모습은 그런 교육감의 의지와 멀어도 너무 멀리 있다. 이럴 거면 학부모시민협력과는 존재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교육자치의 대의와 학부모자치를 방해하는 걸림돌일 뿐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육자치는 학부모 존중하는 문화에서 시작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경기교육은 희망이 없다. 민주시민교육을 이야기하고 미래교육을 내세운 경기교육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자치를 반대하고 방해하는 지역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모습은 경기교육을 퇴행하게 한다.

솔직하고 공정한 교육자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교육감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비민주적인 행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을 존중하지 않고 시민단체와 소통하지 않고 여전히 관행과 권위주의에 기대어 학부모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려 한다면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와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며 학부모들과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은 어떤 정부도 지자체도 성공한 예가 없음은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위하여 경기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학부모와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쇄신을 하길 바란다. 그 쇄신 노력의 첫걸음은 학부모자치의 존중과 소통일 것이다.

존중하고 소통하려 한다면, 부디 바라건데 가르치려하거나 지적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라. 조심스럽게 충분히 들어주는 그것에서부터 무너진 소통과 신뢰가 다시 싹트기 시작할 터이다.

‘학부모는 학생의 부모인 동시에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측면에서 역할이 요구된다. 학교는 지금까지 지역사회 안의 고립된 섬으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의 흐름은 학교는 마을을 활용하고 마을에서 배우고 마을에 기여하는 교육활동을 펼쳐 가야만 한다.’ - 학교자치/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