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이야기..."체육시간이 가장 좋아"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6교시 체육 시간, 아이들은 5교시가 끝나갈 무렵부터 운동장으로 뛰어나갈 준비를 한다. 전국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물어보면 답은 하나일 것이다. 바로 ‘체육’

“잠깐 자리에 앉자~ 급하게 할 설문지가 있어!”

“아~~~ 왜요~ 체육 해야 하는데... 그럼 운동장 한 바퀴(로) 줄여주세요!”

“좋아~ 한 바퀴(만) 줄여줄게!”

“아싸!!!!!”

후다닥 설문지를 끝내고 가방을 맨다. 왁자지껄 우당탕탕 계단을 내려와 운동장을 거침없이 질주한다. 체육부장이 앞으로 나와 준비체조를 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힘차게 선창하면 학생들이 후창한다. 체조가 끝나고 운동장을 돈다. 줄 맞춰 3바퀴! 아이들은 운동장 뛰기를 싫어한다.

“선생님 한 바퀴죠?”

“아니~ 두 바퀴~ 한 바퀴만 줄여달라고 한 거잖아~ 싫으면 원래대로 3바퀴 뛸까?”

“아니에요. 2바퀴도 좋아요^^”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우리 반이다.

티볼 타격 연습하는 아이.(사진=최창진 교사)
티볼 타격 연습하는 아이.(사진=최창진 교사)

티볼 대와 글러브, 공을 준비하며 팀을 나누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선생님이 나눠 주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남학생 중에 가장 잘하는 사람, 여학생 중에 가장 잘하는 사람!”

그런 다음에 비슷한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팀과 이긴 팀으로 구성한다. 아이들이 팀을 구성하는 방법과 똑같은데 아이들은 이게 가장 공정하다고 말하니 참 신기하다.

요새 체육 시간에는 ‘티볼’을 공부하고 있다. 티볼은 야구형 뉴스포츠 게임이다. 아주 쉽게 말해 타자 없는 야구 경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티볼 대에 공을 올려놓고 주먹 야구처럼 스스로 친다. 자기 키에 맞게 대를 조절하고, 자신의 신체에 맞는 배트를 골라 공격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재밌어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티볼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종목을 소개해 줬더니만 “하기 싫다”, “그게 뭐냐” 라는 답이 많았다. 그냥 재밌는 가가볼 게임만 계속하면 좋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찌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으랴. 티볼 관련 뉴스와 학생들이 만든 티볼 경기 규칙 영상을 찾아서 아이들을 꼬드겼다. 재미없을 것 같다고 말하던 학생들도 영상을 보면서 생각보다 규칙이 간단하고 해볼 만하다고 느낀 듯했다.

티볼 배트는 야구 배트처럼 딱딱하지 않고 말랑한 편이다. 공도 그렇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물건들을 만져보고 휘둘러보며 티볼과 친구가 되었다. 영상에서 나온 언니 오빠처럼 자기도 큼지막한 안타를 치고, 멋지게 송구해서 글러브에 빵 하고 공을 던지는 상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에 올려놓고 그대로 치면 되는 건데, 번번이 헛스윙이다. 더 멀리 치고, 세게 치고 싶어 몸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몸에 힘을 빼고 스윙할 때만 빠르고 정확하게 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나도 이론은 안다는 표정이다.

할 수 없이 내가 시범을 보인다. ‘안 맞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다행히 홈런급 안타를 쳤다. 아이들은 “우와~ 하며 역시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다행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고 받는 게 영 어색하다. 두 명씩 짝을 나눠 던지고 받기를 연습한다. 처음에는 가깝게, 익숙해지면 멀리 가서 받는다. 열 번씩 연습하고 바꿔서 또 연습한다. 한 명씩 돌아가며 피드백을 해준다. 마음은 공을 글러브도 받았지만 현실은 공이 자꾸 글러브를 피해 도망친다.

체육시간에 티볼 경기 중인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체육시간에 티볼 경기 중인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연습하기도 벅찼는데 이제는 경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능숙하게 공격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공을 올려놓고 방향을 바꿔가며 공을 타격한다. 멀찌감치 뒤에 떨어져 있는 같은 팀원들은 “홈런을 쳐라”, “3루타를 쳐야 한다”며 난리다.

마음대로만 치면 얼마나 좋을까? 첫 회 경기는 6:6. 공격과 수비가 팽팽하다. 아이들은 점수가 똑같다며 우리가 이긴다고 소리친다.

'땅~~~~~!!'

“뛰어~ 세이프니까 빨리 빨리!!!”

“아니다 아니야~ 아웃이야 멈춰 제발~~”

옆에서 절규를 하는데 웃음이 난다. 종이 친다. 수업 끝나는 종이 이제 그만하고 정리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승부를 보고 싶다. 3회까지 꼭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하나둘씩 운동장으로 나온다. 우리는 아랑곳않고 치고받는다. 3루까지 뛰다가 여학생이 한 명이 넘어졌다. 공을 치고 배트를 던져서 뒤에 있는 학생이 다리에 맞았다. 경기를 멈추고 괜찮은지 확인하고 보건실에 가보자고 해도 아니란다. 끝까지 가야 한단다. 경기 결과는 19:16. 2회까지 지고 있던 팀이 탄탄한 수비 실력을 바탕으로 역전했다.

“선생님은 아까 다친 사람이 무척 걱정된다.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에 아플 수 있으니 보건실에 꼭 가서 확인받고 가길 바란다. 그리고 집 가기 전에 꼭 손을 씻고 가는 것 잊지 말고. 오늘은 승패에 상관없이 여러분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이 보여서 선생님은 아주 뿌듯하다. 하지만 승패는 승패지? 경기 결과는 19:16. 이긴 팀은 이긴 팀 대로, 진 팀은 진 팀 대로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한 우리 모두에게 박수!”

마무리 체조를 하고 비로소 수업이 끝났다. 우리 반은 항상 체육시간을 10분 더 한다. 오늘도 그렇게 되었다. 땀 흘리고 얼굴이 붉어진 아이들을 보면 오늘도 참 잘 놀았구나 싶다.

“건강하게 놀고 자신감이 넘치는 반, 욕과 폭력이 없는 긍정의 반 5 4 20 짝짝! 안녕히 계세요~”

스스로 학급 구호를 외치며 꺄르르 웃는 우리 반 학생들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구나 싶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