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에듀인뉴스] 토론 수업이 수업 혁신의 주요 방안으로 등장했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어렵다. 이런 토론수업을 쉽게 하는 방안으로 최근 그림책 토론이 인기다. 현장의 그림책 토론을 주도하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교사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삶의 모습을 직면하는 가 하면 밝은 미래를 꿈꾸고, 삶과 죽음·사랑·우정 등 기본적 가치를 고민하며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에듀인뉴스>는 ‘쉽고 재미있게 생각을 나누는 그림책 토론’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출처 : 『쉽고 재미있게 생각을 나누는 그림책 토론』, 교육과 실천, 2019
출처 : 『쉽고 재미있게 생각을 나누는 그림책 토론』, 교육과 실천, 2019

▲그림책 토론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림책을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할까? ▲그림책 토론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그림책 토론을 할 때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그림책 토론 활동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그림책 토론은 다른 토론보다 쉽고 재미있어 많은 교사가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막상 수업에서 그림책 토론을 하려고 하면 막막할 때가 많다. 그때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그림책 토론을 할 수 있다.

그림책은 쉽다?..."우리 삶이 녹아 든 예술작품"

그림책은 어린아이들이 주로 읽는다. 최근에는 독자층이 청소년과 성인으로까지 넓혀졌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읽는 책, 글이 적고 그림이 나오는 아주 만만한 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산다는 게 늘 쉽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길을 잃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 그림책 『삶』 중에서

『삶』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름다운 자연 배경과 함께 들어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때로는 그림책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요?’, ‘나에게 ‘우리’는 누구인가요?‘, ’세상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어떤 건가요?‘ - 그림책 『첫 번째 질문』 중에서

그림책에는 우리의 삶이 들어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읽는, 쉬운 책이 결코 아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읽어야 하는 예술작품이다.

토론은 어렵다?..."그림책 토론은 쉽다"

토론은 어렵게 느껴진다. 1~2시간 정도 연수를 듣고 바로 교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다. 토론과 관련한 많은 연수를 들어도 실제 교실 현장에서 적용하기 두렵다. 다른 방법들은 연수를 듣고 나면 ‘뭐 별거 아닌데 한번 해보지’라는 자신감이 생기지만 토론은 다르다.

토론의 기본은 논증적 말하기다. 논증은 이유와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논증을 바탕으로 반론과 재반론을 주고받는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논증적 말하기에 익숙해야 한다.

그래서 부담이 된다. 논증, 논리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어렵고 머리 아픈데 학생들을 논증적으로 말하고 그것을 교사가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적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림책 토론은 그림책을 소재로 하는 토론 활동이다. 그림책 토론의 핵심은 주제나 가치,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 논리로 치열하게 따져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고 궁금하거나 의문이 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는 논리적 사고와 다양한 토론 기법을 익히기보다 학생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하는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생각과 감정을 경청하려는 자세가 우선이다.

그림책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그림책을 읽은 느낌은 어때?”, “그림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은 무엇이야?”라고 묻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대화와 토론이 이뤄진다.

이처럼 그림책을 읽은 학생들의 느낌과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그림책 토론을 시작할 수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그림책 토론은 재미있다!"

그림책은 그림을 읽는 큰 재미가 있다.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글과 그림을 함께 읽기 때문에 다른 텍스트와 달리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다.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재밌다.

『초코곰과 젤리곰』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캔디를 소재로 되어 있다. 그림도 굉장히 알록달록하고 색감이 화려하다. 그림책의 그림만 읽어도 재미를 느낀다. 또한 그림책을 다루는 소재도 재밌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은 똥이라는 소재를 통해 재미를 준다.

그림책 토론은 치열한 논쟁이 아닌 생각과 감정의 공유이다 보니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즐거워한다.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로부터 지지와 격려를 받으면서 즐거움은 더해진다.

그림책 토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림책 토론은 그림책 읽기부터 시작한다.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며 나타내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림책 읽기가 끝나면 그림책을 읽은 생각과 느낌, 소감 등을 나눈다. 자신의 경험, 느낀 점, 소감, 인상 깊은 장면, 깨달은 점 등에 관해 자유롭게 공유한다. 그 후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나 가치, 문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을 하며 더 나은 판단을 추구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토론한 결과에 대해, 혹은 그림책과 관련해서 여운이 남을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림책 토론은 그림책 읽기, 토론 전 활동, 토론하기, 토론 후 활동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흔히 대부분은 토론하기 부분만 그림책 토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림책 토론은 그림책 읽기, 토론 전 활동, 토론하기, 토론 후 활동 전체를 의미한다. 그림책을 읽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그림책 토론이기 때문이다.

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