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저출산 고령화대책'....초등 '만5세' 입학 등 포함

여정부부터 정부 때마다 추진, 탁상행정 비판 실패

독일연구“ 어린나이입학 ADHS 진단비율 높아”

일본 4·4·4제 등 검토 "현행학제유지해야 63%"   

새누리당과 정부는 21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각각 1년씩 줄이는 등 학제 개편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대학 학제도 전공 구조조정 등을 통해 현재 4년에서 1년 정도 단축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젊은 층의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겨 저출산의 원인인 만혼을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지난 18일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대해 논의하며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당정협의 직후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소모적인 스펙 쌓기로 청년들의 입직(入職) 연령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므로 입직 연령을 낮출 수 있는 초·중등 학제 개편과 대학 구조조정 등 종합적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초·중등교육 학제를 1년씩 줄이는 방안 이외에도 초·중등학교 입학 시기를 1년씩 앞당기는 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5세로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초·중·고와 대학 전반의 학제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고 교육과정도 모두 재배치해야 하는 초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교육부는 우려를 표명했다. 당정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교육부는 “초·중·고등학교의 재배치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를 바꿔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신중한 정책 연구를 통해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정도 장기 추진과제로 삼았지만, 학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이번 안은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정책 연구를 신중하게 해서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이날 당정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젊은 층의 사회 진출 시기를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병영 문제 등을 포함해 검토했다”며 “학제 개편은 검토 과제로 준 것이지 그렇게 한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했다. 교육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관련 당정협의회 원유철(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정훈(오른쪽) 정책위의장,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초등 만5세 취학, 9월 학기제 등 실현될 수 있을까

출산율을 높이고 경제활동 인구를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취학연령 1년 단축과 가을 학기제 도입 등이 매번 제기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발달과정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 외에도 경제적 이유도 크다. 이 방안이 실행되려면 재정 확보와 교원 수급, 교육과정 개편, 학교시설 재배치, 법령 개정 등 만만찮은 작업들이 뒤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에 과거 정권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학계 반발 등 벽에 부딪히면서 논란만 무성하게 남긴 채 흐지부지됐다.

◇ 만5세 취학 현실화하려면=이를 일시에 시행할 때는 원래 그해에 입학 예정이던 만 6세 아동과 그다음 해에 입학하는 만 5세 아동이 한꺼번에 초등학교 1학년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면 두 연령대가 한꺼번에 한 학년을 형성함으로써 수업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대학입시 경쟁이 두 배로 치솟게 된다. 게다가 취학 연령조정은 초등교원 수급 및 양성 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하고 교과과정 재편, 학교시설 재배치 등 각종 후속 대책이 필요해 도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과 혼란, 부작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실제 조기 입학 정책이 가시화된다면 단계별 단축이 그나마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예컨대 한 해에 25%씩 앞당겨 취학시키는 방안이 가능하다. 시행 첫해 만 6세아와 함께 만 5세아 가운데 1~3월생을, 그다음 해에는 만 6세가 되는 아동과 함께 만 5세아 가운데 1~6월생을, 그다음 해에는 만 6세가 되는 아동과 함께 만 5세아 가운데 1~9월생을, 마지막 해에는 만 6세 중 9~12월생과 함께 만 5세아를 입학시키는 방식이다. 4년 동안은 취학 대상이 현재의 12개월(1~12월)에서 15개월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이 차가 12개월이 아닌 15개월이 되며 5년째에는 만 5세아만 입학하게 된다. 

◇ 9월학기제 시행하나=매년 3월인 입학 시기를 다른 국가처럼 9월로 하는 가을 학기제를 도입한다면 취학 연령도 한꺼번에 0.5세 앞당기는 효과가 있어, 가을학기제 시행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정책 방안 보고서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에 따르면, 가을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초등학생 취학 연령을 지금보다 6개월 앞당긴 만 5세 후반에서 6세 중반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 봄 학기제에선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2개월간 출생한 아이들이 3월에 동급생으로 입학한다. 3월 이전(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입학일 당시 만 7세, 3월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만 6세에 초등학생이 되는 식이다.

그런데 현행 3월인 입학을 9월로 바꾸면 시간적으로 6개월 차이가 생긴다. 예컨대 2017년 11월 출생아는 기존 봄 학기제에선 만 6세인 2024년 3월에 입학하겠지만, 가을 학기제로 변경되면 만 5세인 2023년 9월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가을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일정 기간(6년) 초등학생 입학생 수가 평소보다 약 16~19% 증가하는 '과도기'를 겪고, 교실·교사 등의 부족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비용논란도 크다. 제도 도입을 위해 2008년 연구에서는 23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더니 2014년에는 10조원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과거 정부의 시도=참여정부 때인 2007년 2월5일,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참석한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한 `비전2030 인적자원 활용…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 만들기 전략'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등 인력부족 현상에 대처하고자 최대한 취직 시기를 앞당기자는 취지였다.

당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이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취학 시기를 단계적으로 앞당기며 3월 학기제를 9월로 바꾸고 1951년 이래 유지돼 온 `6-3-3-4'(초등 6년, 중ㆍ고교 각 3년, 대학 4년)인 학제를 좀 더 유연하게 개편하자는 것 등이 골자였다.

3월 학기제를 시행 중인 나라는 한국,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9월 학기제로 전환하면 해외유학, 교수초빙 등의 과정에서 학기 불일치로 빚어지는 혼란과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을학기제도 꾸준히 거론됐다. 앞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도 2005년 10월 취학연령을 1년 정도 당기고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6년인 수학연한을 1년 정도 단축하는 학제개편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 외국 사례는=현재 초등학교 취학 연령이 만 5세인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영국과 뉴질랜드 등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대다수 나라가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 독일, 영국 등의 보도를 분석해 보면, 조기 취학 반대, 또는우려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최근 만5세 취학 설문조사가 시행됐지만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2014.2.10.)에 따르면, 6·3·3학제와 관련하여 전국여론조사(이 조사는 1월 18일~19일에 면접방식 실시, 1,522명 참여)를 실시한 결과, 현행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3%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새로운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가 20%, ‘지역별로 제도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가 9%에 불과했다.  일본의 재생실행회의는 4·4·4 학제 등을 지역별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의무교육 개시 연령은 ‘현행대로 6세부터 시작한다’가 66%로 가장 많았으며, ‘5세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가 16%, ‘5살부터 시작해서 유치원이나 보육원의 1년을 의무교육으로 해야 한다’가 13%로 나타났다.,

만5세에 초등학교 입학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최근 유치원 입학연령 등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BBC(2015.9.8.) 보도에 따르면, 만 4세가 되는 생일을 지나서 9월부터 유치원에 입학하도록 하는 규정을 운영하고 있는 잉글랜드 등의 경우, 4~8월생 유아의 부모들은 자녀의 유치원 입학을 1년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교육청의 입학규정에 따르면 이렇게 연기를 할 경우 남들보다 1년의 기간을 적게 학습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1년을 연기할 경우 만 5세가 된 시점부터 초등학교에 바로 입학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닉 기브 장관은 “학부모가 원할 경우 만 5세에도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학교입학규정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음에도, 케임브리지대 교육과 교수인 데이비드 화이트브레드(David Whitebread) 박사는 “만6세나 만7세에 학교에 입학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영국은 여름 출생 학생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슈피겔(2015.08.11)도 “입학 연령과 관련된 입학 정책이 전통적으로 아동의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동일한 능력과 상태의 아동이라도 입학 연령에 따라 ADHS로 진단받는 확률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뮌헨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학년이라도 9월생 아동이 생일이 늦은 학급의 동료보다 ADHS(주의력 결핍 및 행동장애)로 진단 받는 비율4.3% 높다고 밝혔다. 독일의 새 학년은 주에 따라 8월 또는 9월에 시작하여 다음 해 6월 또는 7월에 종료된다. 9월 31일을 기준으로 6세가 되는 아동이 그해 초등학교에 입학 할 수 있으며 같은 해에 입학하는 학생 가운데 9월생 아동은 실제로 10월생 아동보다 약 1살이 어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