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국내 도입 시 우려와 혼란에 대하여

Q. 교과서 번역 없이 수업이 가능한가
Q. 학교 리더십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에듀인뉴스] 지난 4월 IBO((International Baccalareaute Organization)와 대구교육청, 제주교육청은 서울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생각을 꺼내는 수업과 평가의 신뢰도 확보라는 도입 명분과 기존에 혁신을 추구해 온 교수 방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IB는 뜨거운 감자였다. <에듀인뉴스>에서는 IB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그간 쌓인 질문을 중심으로 한 Q&A 기획을 1부 평가시스템, 신뢰할만한가 2부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3부 국내 도입 시 우려와 혼란 등에 대하여 준비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과서 번역 없이 수업이 가능한가

여러 출판사가 참고 교재를 출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교재들을 우리의 교과서처럼 학생 모두가 소장하는 IB 학교는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 국제 학교에도 관련 교재들이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참고할 수 있으나, 이는 학생들이 집으로 가져가서 공부하거나 개개인이 소장하는 개념의 교과서가 전혀 아니다.

예컨대 2차 대전을 배운다 하면, 학생들은 어느 한 교과서를 완전히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출판되어 있는 다양한 매체 자료를 참고하여(그래서 인터넷과 도서관이 필수이다.) 스스로 노트와 자료를 만들어 나간다. 필요한 자료를 그때그때 복사하여 공유할 수는 있으나 학생들이 시험 전에 특정 교과서만으로 공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사는 수업을 설계할 때 IB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사용 가이드나 기존에 출판된 여러 자료들을 참고해 탐구 질문, 학생 활동, 평가 등의 수업 계획을 한다. 교사용 가이드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상세히 안내되어 있다.

IB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계속 탐구한다. 임진왜란을 수업할 때 『난중일기』, 『징비록』, 『조선왕조실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교과서라는 것이 있어도 큰 의미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도, 한국도 IB를 번역할 때 교과서 번역은 전혀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일본의 삿포로 가이세이공립중등학교의 일본어 디플로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니시무라 사토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과서 없이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생각을 가진 교사가 많이 있습니다. 일본 교사들도 좀 더 많은 IB 교재가 번역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 IB 학교에서는 일본의 국정·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데 주요한 콘텐츠는 대부분 동일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세계사의 경우는 일본 교과서와 많이 달라서 이 과목은 가급적 많은 참고 자료를 학교에 비치하고 있습니다.

IB의 교사용 가이드에는 무슨 주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상세히 나와 있고 교사들은 그러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각종 책과 온·오프라인 자료들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참고 자료가 많으면 교과서는 별 필요가 없게 됩니다. 교사들 역시 자료를 찾아 나가면서 진정한 학습자가 됩니다. 좋은 IB 교사가 되려면 진정한 학습자가 되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교과서가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디플로마 프로그램 교육 과정은 정해진 교과서 없이도 가르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언론 기사, 온·오프라인 출판물, 다양한 저자의 책, 연구 논문 등을 사용하면 수업은 좀 더 탐구 학습이 되고 진짜 배움이 일어나게 됩니다.

IB 교과서가 있어서 그것을 번역한다면 교사들은 또 그 교과서에만 의존해서 가르치려 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교사들이 스스로 교육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교 리더십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IB는 전 과목 논·서술형임에도 공정하게 채점되는 평가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종류의 평가를 구현하려면 교육과정, 교사 연수, 교육행정, 교육재정, 교육 철학 등 모든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IB는 ‘학교 교육 종합 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IB 교육을 한다는 것은 시험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그 아래에 있는 수많은 관련 요소를 총체적으로 도입한다는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시험 문제를 객관식에서 논·서술로 바꾼다거나 수업 방법을 바꾼다거나 하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학교 전체 의 문화와 시스템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입 단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학교를 구성하는 주요 주체들이 많은 논의와 학습과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교사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학교의 조직과 문화 전체에서 일어나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기존에 해 오던 관행과 인식을 검토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은 느리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과정은 개별 교사들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모든 학생이 IB를 하지 않더라도 학습의 질이 높아지는 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업에서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장, 교감 및 교육 당국의 행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IB 교육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리더십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IB 교육을 하려면 학교 운영에서 행정·관리적 측면의 운영보다 교육적 실천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두는 리더십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IB 인증 신청 전에 교장과 코디네이터는 학교의 리더십 구조가 IB 프로그램의 철학과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조직 구성의 요소와 부분마다 그것이 IB 교육의 실천을 지원하는 구조인지 방해하는 구조인지, 역할과 책임을 재검토해서 필요하면 개선해야 한다.

또 학교가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경우에는 교육 당국이 IB 프로그램의 운영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IB를 시작하게 되면, 학교 리더십 팀은 다음의 주요 영역을 유념하며 질 관리를 해야 한다.

•학교는 IB의 철학과 목표에 대한 이해와 실행을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학교는 최상의 수업과 커리큘럼의 실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커리큘럼을 이행해야 한다.

•학교는 학습자 주도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교원 연수를 지원해야 한다.

 * 출처=IB를 말한다(창비교육) By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