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들 쟁점 집중 질문

“민간 영역 중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만 특정해 포함시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합니다.”(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네이버 국어사전에 촌지가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이라고 써 있을 만큼 보편화돼 법적 규제가 필요합니다.”(안영률 변호사)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의 범주에 포함시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10일 열린 헌법재판소(헌재) 공개 변론에선 이 같은 공방이 오갔다.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사립유치원장 측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에 준해 처벌하는 김영란법이 자칫 언론과 사학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안을 만든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측은 언론과 교육이 공공성이 강한 분야인 만큼 우선 포함시킨 것일 뿐 차후 민간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애초 이 법은 공직자의 청렴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국회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도 대상으로 끼워 넣어 통과시켰다. 언론과 교육도 청렴해야 한다는 윤리적 관점에서는 물론 당위성이 있지만 이를 법률로 강제해 형사처벌하는 게 헌법정신에 맞는지, 유독 언론과 사학만을 대상으로 한 데에 대한 논란이 컸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하 회장은 공직자와 민간 분야의 공공성이 엄연히 다른데도 법안이 당초 목적과 다르게 위헌 요소를 가득 담아 졸속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이 법에서는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정해뒀는데, 애초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법이었던 만큼 언론이나 교육 분야에는 해당하지 않는 조항이 대다수고 내용도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익위 측은 한국 특유의 학연 지연 혈연을 기반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 인맥 조성을 통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풍토를 척결하려면 외국보다 더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언론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민간 분야 종사자에 대해 누군가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100만 원이 넘는 돈을 건넨다는 건 분명히 무언가를 바라는 심리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권익위 측은 “이번 법안의 핵심은 공직자가 공짜를 밝히는 걸 규제하자는 것”이라며 “언론인도 취재원과 식사와 술자리를 할 때 더치페이를 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들은 민간 분야인 언론과 사학 종사자가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동일인에게 한 번에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을 넘는 금품이나 식사 등을 제공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적 근거 등에 대해 물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회당 100만 원 초과로 금액 기준을 설정한 근거와 전문가 의견 청취 여부를 묻자 권익위 측은 “일반인의 사회통념과 공직선거법상 기준을 참고했다”고 답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미국은 대가성이 없어도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법안이 있지만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영국은 사적 영역의 금품 수수에 대해선 직무 관련성을 따진다”며 “언론과 사학까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하는 건 사적 영역을 통제한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 변론에서 수렴된 여론을 참조해 내년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에 위헌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