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의 소득과 아쉬움
[기고]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의 소득과 아쉬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1.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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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왕근 한왕근 교육연구소 대표/ 교육컨설턴트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지난 7일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교육부)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지난 7일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 최근 정부가 교육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강조한 교육에서의 공정을 구체적 정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지난 5일에는 주요 13개 대학들의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7일에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이 발표됐다.

이 두 건의 발표를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부가 이런 일을 하는 실질적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교육개혁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내용으로 드러나는 것도 없고 이미 잘 알려진 내용들을 반복하는 재탕 결과들이거나, 다음 정부에서 국회입법도 아닌 시행령의 변경으로 어렵지 않게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정책을 대못을 박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하며 내놓고 있다.

13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실이나 불공정을 밝힌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교 유형간의 서열화 정도에 대한 확인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었고,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은 단지 ‘우려’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불과 20여명이 무려 220만건이나 되는 전형자료 조사를 몇 주 만에 마무리 한다는 것부터 부실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 자료 제출 관련 시기도 각 대학들의 입학사정관들이 2020학년도의 전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때라서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학종실태조사였던 이번 조사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소득은 특기자전형의 문제점들이 드러난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 특기자 전형을 설계할 때부터 특정 조건을 설정하여 일부 학교나 계열 전공자들의 합격률이 과도하게 높은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이 전형 자체가 ‘특기자’라는 특정 역량을 확보한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고교 유형과 관련한 것이라 대학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아쉬운 점은 또 있었다. 입시결과를 두고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 간의 합격자 등급의 격차가 난다는 것을 요란스럽게 발표했으나, 이 통계는 이미 서울시립대 등에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결과와 매우 유사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결과도 고교 유형별 합격자들의 중학교 내신 등급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일반고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일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고교 프로파일 존재에 대한 조사결과가 그것이다.

수년전만 해도 서울대를 비롯해 몇몇 최상위권 대학들만 학생들이 지원할 때 그 학교의 프로파일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지난 2018학년도 입시 때부터는 대교협 차원에서 전국 고교의 학교 프로파일을 일괄적으로 제출받아 대학들에 배포하여 그 자료를 전형에 활용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고교 프로파일을 대교협에서 수집하고 있었지만, 고교알리미를 통한 조사자료 정도여서 실제로 각 학교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학교 소개서가 활용된다는 것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학교 포트폴리오는 학생부 기재와도 많은 연관이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종 불만 중 하나가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 분량의 문제였다.

어떤 학교는 3년간 30장이 넘는 학생부를 기록해 주는데 자신의 학교에서는 겨우 20장뿐이라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일단 상위 13개 대학에 합격자를 낸 고등학교들 사이에서는 학교별 유형에서 조차도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학생부를 잘 기록해주는 것은 특목고나 자사고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었으나, 일반고에서 심지어 학생부 기록은 물론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학교 프로파일을 만들어 제출하는 열정(?)을 보이는 등 학종 초창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일반고의 불리함을 어느 정도는 만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확인한 것이 학종 조사결과의 나름 의미 있는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의도하거나 기대했던 부분과는 많이 다른 것이어서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하지는 않았지만 입시실무적인 부분에서 생각하자면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내용이다.

인터넷 댓글 등에서 보면 일반고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자사고나 특목고 교사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현실은 꽤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 학종 실태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이 부문에서 더 많이 연구하고 분석하면 일반고의 경쟁력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와 함께 합격자들의 전형 유형과 지역, 계층 등에 대한 다면적 조사 결과도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학종이 특목고나 자사고, 강남에 유리하다는 여론과는 달리 변두리나 지방 중소도시, 농산촌 지역 학생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런 결과는 그동안 수 십 건이 넘는 연구보고서를 통해서 공개되었던 것이지만 별 눈길을 끌지 못했는데, 이번 정부의 조사결과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몇몇 언론에서는 아예 눈감고 막연하게 학종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수능의 문제점이 더 많이 드러난 것이 이번 조사결과다. 지역적으로도 서울이 수능이든 학종이든 어떤 대입 전형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지방이 수시전형들을 활용하여 진학전략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다만, 일부 면단위 시골 지역에서 수능에 특별히 강한 면모를 보여준 것은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율학교나 지역의 특목고에서 만든 실적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예컨대 강원도 양구군에는 고등학교가 세 곳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강원외고이고, 다른 두 일반고를 합한 것보다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군 단위 수능 성적 평균에서 늘 상위권 지역이 되고 있는 이유와 같은 사례다.

결국 13개 대학의 학종 조사를 통해 고교 유형간 서열화가 분명하게 확인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당당하게(?)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정책을 발표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시행령을 바꿔 일반고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왜 이제 와서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또 지난 상산고 사태 때 자사고 손을 들어준 것과 이번 조치가 교육계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도 과연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당연히 국민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교육과제에 대해서 그다지 큰 관심은 없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고, 조국 사태로 인해 교육에서 공정이라는 뜨거운 화두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교육 분야에 대한 민심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번 조사와 정책이 제시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정치인들에게 선거는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교육정책도 그만큼 중요한 사인이다. 백년대계는커녕 수년간의 준비와 계획조차 대통령 한마디로 모두 엉성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교육정책에 신뢰를 보낼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학종 실태조사와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과정과 결과가 너무 엉성해 공교육계나 사교육계 할 것 없이 모두 걱정이 크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대립 문제나, 어느 지역이나 학교 유형에서 명문대를 더 많이 보내느냐는 경쟁을 넘어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부터 고민하는 교육당국이 되어야 한다.

다음 주에는 입시개혁안이 발표된다. 이번에는 또 어떤 깜짝 이슈가 터질까.

한왕근 한왕근 교육연구소 대표/ 교육컨설턴트
한왕근 한왕근 교육연구소 대표/ 교육컨설턴트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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