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토론 수업이 수업 혁신의 주요 방안으로 등장했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어렵다. 이런 토론수업을 쉽게 하는 방안으로 최근 그림책 토론이 인기다. 현장의 그림책 토론을 주도하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교사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삶의 모습을 직면하는 가 하면 밝은 미래를 꿈꾸고, 삶과 죽음·사랑·우정 등 기본적 가치를 고민하며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에듀인뉴스>는 ‘쉽고 재미있게 생각을 나누는 그림책 토론’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그림책에서 그림은 특별하다. 글 없이 그림만 있어도 그림책이라 할 수 있지만, 그림이 없는 그림책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림책에서 그림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드러내며 작가와 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돕는다. 또한 그림은 하나의 텍스트로서 의미를 전달한다.

그림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하나의 기호다. 따라서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림만으로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이다. 글과 그림이 같은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 보충하거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그림책을 읽을 때는 글에 한정해서 읽는 일반 책 읽기와는 달리 글과 그림을 앞표지 처음부터 뒤표지 끝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이수지 작가의 ‘동물원’을 보면서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자.

김준호 교사가 수업 중 그림책 '동물원'의 표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준호 교사)
김준호 교사가 수업 중 그림책 '동물원'의 표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준호 교사)

‘동물원’의 앞표지를 보면 배경이 ‘철창 안 우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뒤표지에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분홍색 신발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고릴라가 있다. 고릴라가 왜 분홍색 신발을 들고 있는지 궁금증을 생긴다.

학생들에게 표지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상상해보게 하면 좋다. 또는 표지의 제목을 가리고 표지 그림만 보고 제목을 맞혀보는 활동을 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제목과 표지 그림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글 작가, 그림 작가, 출판사 등을 알려준다. 사실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작가와 출판사 등을 소개하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 출판사의 다른 작품 등을 소개하면 좋다. 학생들이 알고 있는 작가나 출판사일 경우 그림책에 흥미를 더욱 갖게 된다.

표지를 넘기면 면지가 나온다. 보통 면지는 글이나 그림이 없다. 면지의 재질이라든지 색깔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밝은 색은 긍정적, 어두운 색은 부정적 의미를 나타냄으로 면지를 통해 그림책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과 같이 면지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도 많다.

‘동물원’ 앞면지에는 고릴라가 철창 우리를 탈출하는 모습을 원숭이가 지켜보고 있다. 뒤면지에서는 원숭이가 고릴라를 철창 우리로 밀어 넣고 있다. 뒤면지를 보면 고릴라는 분홍색 신발을 오른손에 꼭 쥐고 있다. 본문을 읽지 않고서도 철창 우리를 탈출한 고릴라에게 분홍색 신발과 관련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그림책 읽기는 본문이 아니라 표지와 면지에서부터 시작한다. 면지 다음 장에 속표지가 나오고 이후에 본문이 나온다. 본격적인 그림책 읽기가 시작된다.

본문의 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 나는 엄마 아빠랑 동물원에 갔어요. 우리는 고릴라 집에도 갔고요, 곰 동산에도 갔어요. 하마 수영장이랑, 코끼리 궁전이랑, 기린 마을에도 갔지요. 우리는 또 물새 장에도 갔고요, 원숭이 나라에도 갔답니다. 동물원은 정말 신나는 곳이에요. -그림책 ‘동물원’ 원문 중

글만 읽으면 가족이 동물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림은 글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림에서 부모는 동물원에서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아이를 잃어버리고 아이를 애타게 찾으러 다닌다.

그 시각 아이는 동물원의 동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는 기린의 목을 이용해 미끄럼틀을 타고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아이는 상상, 환상의 세계에 있다.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동물들과 배경이 밝은 색으로 표현된다. 반면 잃어버린 아이를 애타게 찾아다니는 부모가 등장하는 세계는 현실 세계를 나타낸다.

이 장면에서는 색감이 거의 없이 회색톤으로 표현된다. 아이도 처음 등장할 때는 회색톤이었다. 그런데 동물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밝은 색으로 변한다. 동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모를 비롯한 동물원 속 사람들은 여전히 회색톤이다.

이와 같은 표현으로 동물원의 진정한 주인 인지, 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실제 수업에서 그림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림책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한 번 읽어주고, 학생들끼리 한 번 읽는 2번의 읽기 과정이 필요하다. 그림책을 최소한 2번은 읽어야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이 모둠별로 그림책을 보며 함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사진=김준호 교사)
아이들이 모둠별로 그림책을 보며 함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사진=김준호 교사)

그렇다면 그림책을 교사가 먼저 학생들에게 읽어줘야 할까? 아니면 학생들끼리 먼저 읽어야 할까? 고민이 생긴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먼저 읽고 교사가 나중에 읽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능력 범위 안에서 그림책을 읽고 해석해보고 이후 교사가 그림에 주목하면서 읽어주며 그림책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만 읽는다면 누가 먼저 읽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글과 그림을 함께 읽어내는 경우에 교사가 먼저 읽으면서 그림을 해석해버린다면 이후 학생들이 그림 읽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읽을 때도 방법이 다양하다. 한 명의 학생이 교사가 읽어주듯이 구연할 수도 있고, 희망자 2~3명이 함께 읽도록 할 수도 있다. 전체 학생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읽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돌아가면서 읽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위 방법들은 학급 학생들이 동시에 그림책을 읽고 활동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가급적이면 모둠별로 그림책을 함께 읽기를 권장한다. 그림을 보면서 친구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으면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동시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