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씩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나는 기계치였다. 그런데 지금도 그 오명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형광등 하나도 제대로 교체하지 못해 아내나 아들 녀석의 손길을 빌리곤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몽골 여행을 다녀올 때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지금도 창피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비행기를 한두 번 타는 것은 아니지만 늘 이어폰을 끼고 영화나 음악을 듣는 절차가 나에게는 너무 까다롭기만 하다.

그 날도 지루함을 달래고자 영화 한 편을 볼 생각으로 일단 이어폰을 꽂으려고 하는데 어느 곳에 꽂아야할 지 헤매고 있었다. 옆 좌석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제가 도와드릴까요?”하면서 얼른 이어폰을 꽂아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 동작(?)도 예상을 했는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니 노인들조차도 여유만만하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나와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내 자신이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계치의 비애는 고등학교 시절에 그 절정을 맞이했다. 당시에는 교련이란 과목이 있어 교련 시간만 되면 군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군인과 같이 군기가 바싹 들어 있을 때였다. 당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소총 분해 조립을 하는 시간이었다. 남들은 쉽게 분해조립을 잘 했지만 나만큼은 예외였다.

명색이 반장(당시에는 실장으로 불렀음)인데도 분해조립을 잘 못해서 교련 선생님께 많이 혼이 났다. 친구들의 “어이, 꿩 총”하면서 놀려댔는데 그 창피함과 스트레스는 매우 컸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도 기계치의 진면목을 확인했던 순간도 있다. 자동차 문을 자동키로 열고 닫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잊은 채 자동키로 닫아놓고 수동으로 열다가 당황한 나머지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한 일도 있다.

도난방지 시스템이 작동하여 “빵빵 ”울리는 경적 소리가 온 동네에 “저는 바보입니다”라고 소문을 내는 것 같았다. 아들은 창피하다며 줄행랑을 쳤고 긴급출동서비스 기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물주는 왜 이리도 불공평할까?’

기계치인 내 모습을 생각하며 애꿎은 조물주만 원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명절에 시골에 내려갈 때도 장거리 여행을 할 때도 운전만큼은 늘 아내의 몫이다. 물론 운전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도 아이들도 나를 믿을 수 없단다. 기계치이다 보니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카메라나 심지어 텔레비전 조작도 많이 서툴기만 하다.

솔직히 나에게 기계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공간 감각이 떨어져서 길을 찾을 때도 애를 먹을 때가 많이 있다. 기계치에다가 길치까지 나는 참으로 못난 사람 같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으로 삼는 게 있다면 남들보다 언어를 빨리 배우고 글 솜씨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조물주도 내가 너무 불쌍했던지 그 능력만큼은 외면하지 않으셨나보다. 앞으로 기계치와 길치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