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AT에 학생 환경적 불이익 정도 평가 ‘불이익 지수’ 반영
영국 공평교육연합 통해 극빈, 부유층 간 불평등 격차 모니터링

교육 불평등 종식을 목적으로 설립된 영국 공평교육연합 홈페이지 캡처
교육 불평등 종식을 목적으로 설립된 영국 공평교육연합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부모의 배경이 자녀 교육격차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는 지표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0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제안한 ‘특권 대물림 교육지표 조사 법제화’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보건사회연구원‧직업능력개발원 등과 함께 ‘교육 공정성 지표’ 개발 기초 작업에 착수했다.

교육 공정성 지표는 부모의 학력과 직업‧경제력이 자녀의 교육기회나 결과에 미치는 영향과 불평등 정도를 분석하고 계층 이동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지표다. 

교육부가 지표 개발에 나선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 격차를 낳는 구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지표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만 15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포함돼 있지만, 우리나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는 이런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국 사태 이후 부모의 지위로 인한 교육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개발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7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정부가 교육 분야 특권 대물림 지표를 개발‧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사걱세에 따르면, 영국의 ‘공평교육연합(The Fair Education Alliance)은 최근 심각하게 벌어진 교육시스템에서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기업, 자선단체 및 교육기관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를 통해 극빈 계층과 부유층 사이의 불평등 격차를 모니터링하고 해당 조직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자원을 사용해 교육불평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의 문해력, 수리력 등 기초 학력 격차 해소 △중등학교에서의 GCSE(중등교육자격시험)의 격차 해소 △청소년의 사회적, 감성적 역량과 정신적 건강과 안녕의 증진 △중등교육 이후 계속교육과 직업 훈련 참여율 격차 해소 △대학교육의 질적 격차 해소 등 5가지 핵심 목표와 관련된 지표 조사와 격차 해소다.

미국도 SAT 점수 체계 혁신을 추진하면서 2017년부터 학생의 환경적 불이익 정도를 평가한 ‘불이익 지수(adversity index or disadvantage indext)’를 입학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학생의 가정 배경에 의한 교육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지수는 지역사회 범죄율, 고교 교육과정의 엄격함, 부모 교육 수준 등과 같은 학생이 처한 환경의 불리한 정도를 나타내는 15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은 자신이 재학했던 학교와 그 주소 정보를 대학에 제공하며, 불이익 지수 평가 결과는 확인할 수 없도록 해 소외계층 학생의 노출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또 SAT 등 미국 대입 관련 시험을 관리하는 단체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도 학생의 사회적, 경제적, 가정 배경에 대한 정보를 평가에 추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걱세는 “지난 7월 영국 고등교육정책협의회 조사 결과 부유한 지역의 학생이 극빈 지역 또래보다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5.7배 높아, 불평등 비율을 2025년까지 5배로 낮추고 2039년까지 동일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우리도 종합적 교육 불평등 지표를 개발하고 그에 따른 격차 해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내년부터 본격 지표를 개발, 교육 불평등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