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등교 교사

"선생님이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김경희 교사는 동창들과 떠나 가을 여행 중 상대방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사진=김경희 교사)
김경희 교사는 동창들과 떠나 가을 여행 중 상대방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사진=김경희 교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내오던 대학 동창들과 1박 2일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나란히 앉게 된 후배와 ‘나이 들어감에 따라 달라져가는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와 ‘생과 사에 직면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가?’에 대해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내려왔다.

“그런데... 언니, 제가 듣는 것을 좋아해서 좀처럼 제 생각을 표현하지 않잖아요. 언니랑 만나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는 이 상황이 많이 놀라워요.”

“희영아,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뭘까? 무엇이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낸 것일까?”

“언니, 언니의 질문에는 진심이 담겨있어요. 언니가 제 생각에 대해 진짜로 궁금해 하는 것이 느껴져요. 그래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인데도 언니가 질문하니 떠오르고 생각이 정리되어 말로 나와 버려요.”

후배의 말을 듣자마자, 며칠 전부터 내가 품고 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쩜 지금의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드디어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란 어떤 내용과 형식을 담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며칠 전의 일을 후배에게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학년자치 팀프로젝트 활동 소감을 나누고 있다.(사진=김경희 교사)
아이들이 학년자치 팀프로젝트 활동 소감을 나누고 있다.(사진=김경희 교사)

지난 월요일, 팀프로젝트 활동 성과발표회를 앞두고 학생들과 1년을 돌아보며 학년 자치활동 소감을 나눌 때의 일이다.

“이 팀은 1학기와 비교했을 때 2학기 팀프로젝트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 있니?”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요.”

1학기 중간발표회 때, 팀 해체를 해야 하나 고민했던 팀에서 나온 성찰인지라 다음 질문을 바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했더니 그런 마음이 생긴 거야?”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

“선생님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물어봐주셨어요. 질문하실 때, 선생님이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정말 저희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봐주시는 것이 느껴졌어요.”

교사의 어떠한 말과 행동이 변화를 일으켰는지 궁금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묻고 또 물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

“선생님,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진심인지 아닌지는 쉽게 느껴져 버리는 것 같아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주 내내 학생들과 대화에서 풀지 못한 ‘진심을 담은 말과 행동’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면서 그 순간까지도 질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희영아, 네가 생각을 쉽게 말하지 않았던 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 것 같아? 학생들이 말한 ‘진심’이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말했던 것일까?”

“언니, 제 생각은요. 언니는 학생들을 보살피고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아요. 학생에게 문제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을 주면서 대화를 했던 것이 아닐까요?”

후배의 말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답은 그 사람 안에 있다. 코치는 답을 찾기 위해서 질문을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는 코칭 철학으로 간단히 정리가 되었다.

상대방 안에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버린 것이 결정적인 차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니, 노력하면서 대화해야하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오늘 즐거웠어요.”

미소 짓던 후배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질문을 함께 품어준 후배에게 말을 건넨다.

“희영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 준 이 모든 상황들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품고 있는 질문들을 같이 해결해주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나 또한 행복했어. 많이 고마워.”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