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 포스터
영화 '머니볼' 포스터

[에듀인뉴스]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 만년 하위이자 가난한 구단이었다. 이 팀에 부임한 단장 빌리 빈은 성공하기 위해 그동안과 달리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한다. 빌리와 피터는 함께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존에 다른 구단에서 외면하던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 영입은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이 스토리는 영화 ‘머니볼’로 만들어져 많은 야구팬에게 알려졌다.

이런 이야기는 축구에도 있다.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볼턴이 2부리그 소속이던 시절 데이터를 활용해 팀을 1부리그로 끌어올렸다. 샘 앨러다이스 역시 통계학자를 팀에 고용하여 승점 관리, 선제골 시 승률, 세트피스 시 승률, 가장 골이 많이 들어가는 지역, 식단이나 훈련 스케쥴까지 분석했다.

샘의 감독실에는 각종 데이터가 전시되어있었다고 한다. 특히 선수들 몸에 송신기를 붙여 경기 중 활동 범위, 몸 상태 등을 측정하는 현대 축구의 체력관리 방법을 영국에 가장 먼저 도입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 배구팀은 이번 시즌부터 교체선수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심박수를 측정해서 경기에 투입한다고 한다.

스포츠에 기술을 도입한 사례들이다. 올바른 지도 혹은 용병술을 위해 데이터로 변환되는 양적 측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환은 직접적으로 감독의 지도에 큰 도움을 준다.

패션업계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패션 큐레이팅 업체 Stitch fix는 인공지능으로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가입자에게 패션아이템 5개를 보내 준다. 주문자의 예산에 맞춰 옷을 보내고 소비자는 입어본 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템은 반송 봉투에 넣어 되돌려 보낸다. 이렇게 데이터를 누적해서 개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더욱 맞춤형 패션을 제공해 준다.

빌게이츠의 테드 강연 영상 캡처.
빌게이츠의 테드 강연 영상 캡처.

빌 게이츠는 영상이나 인공지능을 교육현장에 도입하자고 예전부터 주장했다. 그는 2013년에 TED에서 교사들은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업 녹화를 통해 선생님들끼리 공유해가며 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검토하자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피드백이 필요한 선생님들에게 1년의 교육 결과가 고작 ‘양호함’과 같은 한 단어로 평가받는다며 피드백의 구체화를 얘기했다.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보고 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피드백은 70점, 90점이라는 한 단어다.

내가 무엇이 부족해 문제를 틀렸는지,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가르쳐주지 않은 채 시험이 끝난 다음 날부터 새로운 것을 배운다.

시험 전이라고 특별히 다른가? 그렇지 않다. 학생들에게 수업은 ‘듣고’ 지나가는 일이다. 참여형 학생중심수업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참여한 뒤 그것으로 끝난다면 그저 지나가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서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이 결여되었기에 이 내용을 익히지 못하였는지 피드백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은 교사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술을 이용한 도구가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현재 학교에서 에듀테크라고 불리는 수업의 상당수는 교사의 교육 보조도구라기보단, 단순한 수업 도구, 혹은 학생들의 학습 도구에 그친다.

사실 프로그램을 이용해 함수를 그리거나 통계를 내는 것은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쓰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물론 그 편의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그린 함수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이 이 설명을 통해 무엇을 제대로 배웠는지는 여전히 파악이 어렵다.

벤자민 블룸에 의해 1968년 처음 제안된 완전학습 모형은 학생들이 차시 학습으로 넘어가기 이전에 그 수준의 정보에 통달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학습이론에 비해 각각의 학습자에게 요구되는 시간의 차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특히 방과 후에는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난점이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생들의 다양한 단계를 파악하고 각 단계에 맞는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완전학습모형은 더 가능해진다. 나는 학교에 들어오는 에듀테크의 방향이 바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나 교육청이 주도하는 디지털교과서 등은 아쉬움이 크다. 교과서가 디지털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잠깐의 흥미가 주어질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특히 멀티미디어 자료와 평가 문항은 기존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미 사교육현장에는 다양한 에듀테크들이 존재한다. AI를 이용한 토익프로그램, 학습지에 왓슨을 접목한 수학프로그램 등이 그렇다. 그런데 아직도 학교 현장은 이런 도구 사용이 도입되지도 않고 있다. 특히 교사 개인이 도입하기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없고 가격도 비싸다.

교육청에서 이런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한다면 더 나은 교육현장이 될 것이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