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동과학연구소 2019 학술포럼 기조강연

성장을 신념으로 한 자유주의 이념과 교육의 의미는 같은 개념
교육적 평등 "획일주의 아닌 다양한 학습 수요 충족해주는 것"

교육적 기회 배분 아닌 교육의 힘 얼마나 효율적 생산할 수 있나
국가 교육력 "모두가 가장 좋은 '성장의 삶' 영위하도록 하는 것"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가 20일 한국행동과학연구소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2019 학술포럼에서 '국가의 교육력: 개념과 평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사진=지성배 기자)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가 20일 한국행동과학연구소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2019 학술포럼에서 '국가의 교육력: 개념과 평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우리나라의 교육력은...', '국가교육력을 제고해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들어봤던 문구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육력(敎育力)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까.

20일 한국행동과학연구소(소장 이종승)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교육력 진단과 개발 모색’ 학술포럼에서는 ‘교육력(敎育力)’ 개념이 화두에 올랐다.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전 교육부 장관, 에듀인뉴스 발행인)는 이날 포럼에서 '국가의 교육력 개념과 평가'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서 교육력에 대해 정의했다.

이돈희 “교육력은 사회 정체성 유지하고 필요한 변화를 주도하는 노력의 기능적 효율성”

이돈희 교수는 “교육이라는 말은 사람을 가르치고, 보살피고, 키우는 행위 혹은 활동과 같이 개체 혹은 집단의 성장을 관리하는 영역과 정치·경제·문화·군사·종교 등과 같이 하나의 사회적 제도 영역 등 두 차원으로 언급한다”며 “교육력의 개념은 두 차원 중 어느 것이냐에 따라 그 외연과 내포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즉 교육이라는 행위나 활동이 발휘하는 힘 또는 영향의 뜻과 사회적 제도로서 교육이 지닌 역할이나 기능적 위세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육력'을 위 두 개념으로 통칭한다면 “교육 활동 혹은 제도가 개체와 사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필요한 변화를 주도하는 노력의 기능적 효율성(힘)”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인간 변화(혹은 성장) ▲사회·제도적 동기 ▲사회적 유동성(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교육력의 개념과 현상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 유의미한 범주로 설정했다.

그는 “인간 변화의 범주는 교육활동의 결과로 행동적·인성적·문화적 수준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로 평가될 수 있다”며 “교육력은 인간의 변화를 측정하는 모형 개발을 통해 접근할 수 있고, 설정된 변화목표의 달성도를 평가할 수도 있으며, 사회문화적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가치론적 시각에서 분석해 교육의 영향을 기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제도적 동기의 범주는 수호적, 복지적, 투자적 동기로 다시 구분했다.

수호적 동기는 △국민을 교육시켜 국가라는 사회적 실체를 유지하는 데 요청되는 애국적 정조 △국가적 안위와 발전에 대한 책무성 △기본적 자질을 형성하고 충실케 하는 기능적 성과를 의미한다.

복지적 동기는 국가가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 하는 정도를, 투자적 동기는 교육을 통해 국가의 유지와 발전에 요청되는 사회적 충원의 효율적 성과를 말한다.

사회적 유동성(변화)에 대한 적응력 범주는 그 사회의 생존력과 성장력, 적응력의 원천인 역량을 의미하며 국가적 차원의 교육의 힘은 여기에서 기대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육력에 관한 문제와 과제를 검토하는 데는 공교육 제도의 실체적 상황이 어떤 성격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제도를 존치한 사회적 환경과 여건에 대한 분석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최근 교육계는 ‘제도적 체질 문제’와 ‘환경적 외압의 작용’으로 패러다임적 전환을 강하게 요청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급격한 사회적 환경 변화로 인한 제도적 교육의 부적응 현상을 ‘환경적 외압의 작용’이라 정의했다.

그러면서 ▲현행 학교제도 교육내용의 줄기를 이루는 계몽사상적 근대정신이 주도한 지식과 방법이 포스트모더니즘 파고에 견디어 낼 수 있는지 ▲전통적 학교체제가 지식기반사회의 대세에서 정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일종의 부실산업으로 평가받는 공교육 체제가 신자유주의적 개방성과 시장·경제적 효율성의 요구에 대응하면서 평등교육의 정신을 유지하는 대안적 탈출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등을 위기를 맞은 공교육에 대한 질문으로 던졌다.

현재와 미래는 교육으로 일구는 세계...“교육력은 모두가 가장 좋은 성장의 삶 영위하도록 하는 것”

이돈희 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 세계도 포함된다. 미래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세계이자 교육으로 일구어 가는 세계”라며 “이러한 세계가 가장 개방된 의미의 자유주의”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롭게 요구되는 공교육 제도는 개인의 다양한 교육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유의미한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책무를 갖는다"면서 "그러나 교육적 평등은 획일주의적 방법이 아닌 다양한 개체의 성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습의 장 수요를 충족할 경우에만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유주의 이념은 교육 기회를 누구에게 배분하느냐보다 주어진 교육 기회가 각자의 성장, 지력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의 힘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가장 민주적인 조직은 가장 교육적 조직이고 가장 교육적인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가장 좋은 성장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이것이 바로 교육력의 가장 포괄적이고 함축적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