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뇌는 진화한다
[칼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뇌는 진화한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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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부산대학교 교수

[에듀인뉴스] 지금 한국의 유아교육에서는 교육혁신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유보통합과 교육의 공공성 확대 등 여러 정책적 목적에 의해 유아교육과정(누리과정)이 세밀하게 하향식으로 교육현장에 전달되면서 지나치게 획일화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 목소리에는 유아교육의 본질인 놀이가 뒤로 물러나고 교사는 350개가 넘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실행하기에 급급하여 궁극적으로 학습자인 ‘유아’와 놀이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유아의 귀하고 가치 있는 ‘경험’들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변화된 교육현장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한(?) 교육자와 교사들에 의해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국가 주도하에 2019 개정 누리과정 작업이 이제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개정의 중점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유아 중심,’ ‘놀이 중심’ 그리고 ‘교사의 교육실천의 자율성 보장’이다.

OECD가 최근 몰두해 연구하고 있는 “OECD 교육 2030 학습 개념틀(Education 2030 Learning Framework)”에서도 급변하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과 틀이 요구됨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교사가 가르치는 설명식 교육으로는 역량을 키우기가 어려우며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탐색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판단하고 과제를 완수하는 과정들이 학교교육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교육에서 학습자는 유아이며, 유아의 고유한 역량이 바로 놀면서 스스로 배운다는 점이다.    
 
매일 매순간 다른 놀이를 창조해내는 유능한 아이들의 고유한 역량인 놀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는 국가가 주도하여 놀이연구소를 세우고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가가 유아기의 놀이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러운 일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놀이연구에서 뇌과학은 필수적인 연구방법이자 이론이 된다. 놀이를 연구함에 있어 뇌과학 연구에서 보여주는 증거-기반 결과들에 대해서 주목하고 이를 열어두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존 심리학, 교육학, 인류학 등에서 보여준 놀이와 학습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과 연구는 아이들이 놀이할 때 사용하는 감각과 뇌, 물질, 매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의 힘을 분석해 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동기로 본 칼럼에서는 뇌과학 연구결과가 제공하는 ‘놀이’에 대한 교육적 함의의 일부를 기술할 것이다. 크게 ‘1. 놀이에 몰두해 있을 때의 아이들의 뇌, 2. 놀이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뇌’로 나누어 사례를 통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놀이에 몰두해 있을 때의 아이들의 뇌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뇌과학 연구가 유아교육분야에 제공하는 통찰력은 비단 인지과학적인 해석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유아들의 삶이 놀이로 구성된다는 것, 특히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스스로 배우고 있다는 것을 뇌의 기능의 생물학적인 이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육과 뇌과학의 결합은 서로 공유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뇌의 기능과 학습에 대한 교육적 이해와 생물학적 이해와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Howard-Jones, 2008). 과거 인간행동과 마음에 대한 이해의 개념틀이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통해 제공되었다면, 유아교육분야에서 뇌과학 기반의 놀이 이해는 더 나아가 과학과 교육 사이의 개념적 다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에 몰두해 있을 때의 뇌를 문제해결 상황과 연결시켜 설명해보자. 아이들은 놀면서 문제를 만들어 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문제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문제해결(problem solving) 상황에서 뇌의 쓰임, 다시 말해 뇌가 운동하고 있는 방식과 메커니즘(Miller & Cummings, 2007)은 교사가 아이들이 집중해서 놀고 있을 때 무엇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MIND 연구소에서는 뇌기반 교육에서 게임-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의 뇌의 연구를 통해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놀 때 발생하는 문제해결 상황에서 아이들이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반응하는 이유는 뇌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Schachter,2012).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도전해야 할 과제를 만들고 문제를 만들고 해결해 나가는 상황에 자신을 놓이게 한다. 매 순간마다 하나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즉각적인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다음 과제를 만들어 내고 실험과 도전은 이어진다. 놀이는 문제생성-즉각적 피드백-문제해결-즉각적 피드백의 고리(feedback loop)로 연결된 배움의 맥락을 제공한다. 
 
아래 사진에서 5세 준서는 9살 남짓의 형이 구멍으로 가볍게 올라가서 몸을 통과한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5초에 집중했고 그것을 과제로 선정했다. 뛰어 올라가는 과제를 설정하고 시도를 해보았으나 형과 다르게 실패라는 피드백. 멀리서 뛰어보면 될까 했으나 또 다시 실패. 뛰지 않고 디딤돌 이용해서 올라감. 문제 성공. 그런데 너무 높아서 내려 올 수 없게 됨. 즉, 문제를 해결하자마다 다른 과제 생성. 구멍에 매달려 여러 시도를 해봄. 

(사진=이연선 교수)

위의 사례에서처럼 지금까지 영유아기 아이들의 몸을 사용하는 놀이는 신체운동-감각운동과 같이 감각기관이나 몸의 독립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개별 운동으로 해석하였다면 뇌과학 연구는 문제해결 과제와 즉각적 피드백과 같이 뇌가 운동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통해 다르게, 즉,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놀이의 가치를 더 강조해준다고 볼 수 있다. 
 
2. 놀이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뇌 
 
2019년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충분한 놀이 시간을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는 놀이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이유를 뇌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보고자 한다.

특히 네트워크 뇌과학(Network Neuroscience)에서 지금까지 밝히고 있는 인지과제를 수행할 때 일어나는 뇌의 운동과 연결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네트워크 뇌과학은 뇌 네트워크를 이해함으로서 이와 같은 복잡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분야다(Bertolero & Bassett, 2019). 뇌의 모듈은 대부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놀이, 즉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과제에 들어가서 몰입하기 시작하면 많은 인지적 과제들이 주어지게 되고 모듈들은 서로 연결되며 함께 작동한다. 
 
모듈 구조로서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뇌의 기능을 해부학적으로, 예컨대 전전두엽은 인지 과제에, 변연계는 감정 과제로 이해하기보다는 뇌를 기능적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즉 아이들이 놀이 할 때 나타나는 운동하는 뇌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난다기보다는 분산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의해 구현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많은 인지 과제를 완수하려면 이 모듈들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동화책을 들을 때 단순히 청각이라는 감각기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단기기억과제를 수행할 때 우리 뇌는 청각을 통해 듣고(auditorial sensing), 스토리를 기억하고(remembering), 재미있고 흥미롭고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판단하여(decision-making) 그 부분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attending). 이와 같은 경험들이 겹겹이 쌓여서 기억처리모듈(memory-processing modules)들이 놀이를 할 때, 즉, 새로운 인지적 과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맥락에 놓일 때 아이들의 뇌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

83개의 다른 인지과제를 수행하는 피험자를 대상으로 1000장이 넘는 fMRI 실험을 수행했을 때 피험자들은 다른 인지과제를 수행할 때 저마다 다른 형태의 뇌-네트워크 모듈의 지도를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Bertolero & Bassett, 2019). 다채로운 놀이는 뇌로 하여금 다른 과제수행을, 다른 모듈을 연결시키게 하므로 놀이는 유아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이연선 교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준서의 놀이를 따라가 보자. 10분 남짓의 시간동안 준서는 우연히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을 보았고(보고,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고), 진한 파란색과 연한 파란색을 선택했고, 붓을 선택했고, 물의 농도를 달리했고(내적 사고과정, 의사결정, 판단), 종이 한 장을 파란색으로 채웠다. 시작도 준서가 했고 마무리도 준서가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에게 스스로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의 정보로부터 자극을 받고 관심과 흥미가 생기는 특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고 스스로 의사결정과 판단을 할 수 있는 내적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배움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유아교육이론을 포함해서 교실현장에서까지 아이들의 놀이를 단순하게 소꿉놀이, 몸놀이, 블록놀이 등으로 범주화해왔다. 실제로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발생하는 내적 운동이나 현상들에 집중했다기보다는 특정 놀잇감을 가지고 무슨 놀이를 했겠지 하고 놀이를 다소 가볍게 여겨왔을지도 모른다.

뇌과학을 포함한 최근의 이론들에서는 놀이에 다른 이름들을 붙이기 시작한다. 생성, 실험, 모험, 도전, 몰입, 운동, 내부작용(intra-action), 배치(assembalge), 뒤얽힘, 되기, 뇌운동 등이다. 이 이름들은 모두 아이들이 놀이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즉, 배움(learning) 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배움을 재현(representation)과 재인(recognition)을 넘어서는 생성과 창조로 볼 때 유아의 놀이 속에는 이러한 특징들이 다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최근 교육담론에서는 전통적으로 교육과 학습을 설명하는 방식을 넘어 새로운 시도와 시각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현상을 바라볼 때 복잡계나 행위자연결망이론으로 해석하기, 배움의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에 더해 교육을 바라보는 대안적 시각으로 포스트휴먼, 신물질론, 들뢰즈의 철학 등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포스트휴먼, 신물질론, 그리고 새로이 주목받는 생명담론에서는 인간을 다르게 설명한다. 혹은 인간을 설명하는 토대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인간을 보게 하는 우회적 방식을 택한다.

이와 같은 담론들은 가르치는 행위와 배우는 행위 사이에 일어나는 블랙박스를 단순하게 치부하거나 교수학습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에 눈을 돌린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2004)는 아이들이 놀면서 스스로 배워가는 과정을 설명할 때 인간 주체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피하며 이를 배치(assemblage)와 끊임없는 되기(becoming)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배움이 일어나는 행위성(agency)을 개개인의 주체가 아닌 오히려 뇌, 감각기관을 포함한 인간의 신체기관의 행동(action)과 운동(movement)으로, 더 나아가 연결성(connectivity)과 네트워크로 본다는 점에서 뇌과학에서의 접근과 일부 유사하다고 본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와 연결해 지배적인 교육담론에 저항하는 최근의 교육담론에 대해 조명해보기로 하겠다. 

이연선 부산대 교수

참고문헌
Bertolero, M. & Bassett, D. S. (2019). Scientific American, 1, 321- 333. 
Deleuze, G. & Guattari, F. (2004). A thousand platea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London: Continuum. 
Howard-Jones, P. (2008) Philosophical challenges for researchers at the interface between neuroscience and education. Journal of Philosophy of Education, 42(3-4), 361-380. 
Schachter, R.(2012). Neuroscience in schools: Improving learning capabilities for young students. www.districtadministraion.com. 
Stern, E. (2005). Pedagogy Meets Neuroscience. Science 310. 745. 

#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교바사)와 함께 합니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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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fan 2019-11-26 07:15:31
준서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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