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번째 이야기...교원능력개발평가 단상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듀인뉴스] “이야~~ 아름답다”

출근 길, 짙은 단풍을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자연의 염색은 언제나 옳다.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니 뭉게뭉게 구름이 예술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태양을 보며 한참을 선다. 손가락을 호호 불며 학교를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해서 연구실 컴퓨터를 켠다. 사실 나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번 주 내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그 것! 바로 <교원능력개발평가>다.

올해는 학교를 옮긴 첫해이기도 하고, 5학년은 오랜만에 맡아봐서 그런가보다. 그나저나 허둥지둥 아이들과 보낸 첫 만남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 말이다. 시간 참 빠르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홈페이지 캡처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학부모님들은 담임교사를 얼마나 신뢰할까?”
“동료 선생님들은 나의 무슨 모습을 보셨을까?”

떨리는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으로 나이스에 접속해서 결과를 확인해본다. 몇 일 전부터 계속 접속했지만 평가결과가 완료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드디어 오늘, 결과가 열렸다! 다양한 평가 내용 중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건 바로? 우리 반 아이들 평가다. 복잡미묘한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고 확인한다.  

“모르는 것들을 꼭 알고 넘어가서 모르는 것 없이 진도를 잘 나갔습니다.”
“발표를 못 하는 아이들도 다 발표를 할 수 있게 릴레이발표를 많이 해서 발표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누구든 위대하다고 생각해 주셔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예) 위대한 000!”
“발표할 때마다 칭찬을 계속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ㅁ 책상 배치로 친구들의 의견과 발표를 경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바른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주시지만 욕, 폭력, 따돌림 같은 것에는 민감하시고 엄격하게 하신다.”

생각보다 나의 좋은 면을 적어준 학생들이 고마웠다. 자신감, 발표, 적극, 긍정, 기초학습에 대한 중요성을 매번 이야기 했는데 어느정도 전달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의도했던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좋은 점을 칭찬 받으면 기분이 무척 좋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하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고 확실하게 설명을 잘 해주신다. 그런데 수학, 사회 같은 과목은 교과서를 쓰지만 국어, 미술...같은 과목의 교과에도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있으니까 교과서를 좀 더 참고해도 좋겠다.”
“괴롭힘, 왕따 등의 학교폭력을 하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혼내준다고 하셨음”

반성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대부분 교과서를 사용하지만 과목에 따라서는 다른 자료를 활용하며 수업을 했는데 학생의 입장에서는 그게 서운했나보다. 또 표현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폭력예방교육, 인성교육, 안전교육을 워낙 강조해서 자주 하다 보니 재밌는 표현을 해야겠다 싶어서,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혼내준다고 했다. 그런데 그 문장이 굉장히 강렬했나보다. 평소 수업시간에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학부모님 여덟 분도 의견을 주셨다. 학부모 <BAND>를 활용해서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자녀와 대화를 유도했는데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셔서 책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도록 해주셔서 좋아요. ”
“아이들 위에서 주입만 하기보다 아이들 옆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항상 아이 말에 귀기울여 주시고 아이 상황에 맞는 카운슬링도 해주시고 긍정적 에너지로 교육해 주십니다.”

나는 동료교사에게 따로 의견을 쓰지 않았지만 옆 반 선생님들은 직접 써주셔서 부끄럽고 죄송했다. 아...나도 써드릴걸 ㅠ

“항상 열정이 넘치시고, 아이들을 위해 힘쓰시는 선생님과 올해 동학년을 하게 돼서 너무 뜻깊은 한 해 였습니다. 선생님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얼마 안 남은 올해의 시간도 즐겁게 마무리해요 선생님!”
“언제나 긍정적이고 힘찬 에너지가 넘치시는 선생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이번 평가는 다행히 나에 대한 좋은 면을 많이 적어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인지 자존감도 높아지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하지만 나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정말 열심히 했지만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평가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모든 평가 결과가 익명이기 때문에 교사를 상대로 인신공격을 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험담으로 좌절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9명이 좋은 의견을 써줘도 1명이 안 좋은 의견을 써줬다면 교사는 그 한 명의 의견 때문에 상당 기간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 

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1년에 한 번이라도 학생/학부모/동료교사에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교사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계기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데 그게 꼭 수치로 표현되는 점수여야만 할까?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5점 짜리 상품이어야 할까? 수치는 없애는 게 어떨까? 학생 평가처럼 모든 문항이 자유서술식이라면 어떨까?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모든 교사를 존중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사도 사람인지라 잘하는 점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다.

그런데 학부모에게, 동료교사에게 점수로 평가받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부분은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가 피드백의 역할을 하려면 말이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저서 “교사를 춤추게 하라” 책 제목을 좋아한다. 1년 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과 동료교사들과 최선을 다해 교육활동에 전념한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건 칭찬과 격려 그리고 따뜻한 조언이다.

나는 계속 춤추고 싶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