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에듀인리포터로서 지난 8월에 처음 활동을 시작한지 벌써 4달 가량 되어간다. 평소 SNS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공적인 곳에 내 주변의 일들과 생각을 쓰는 것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생각에 공감을 해주면 다행이지만, 아직 덜 다듬어진 생각에 매를 드는 독자가 있을까봐 걱정도 된다.

실제로 내가 쓴 글에 한 분이 비판의 메세지를 달았다. 지극히 점잖은 비판이었기에 나 역시 댓글을 달아 지적을 받아들일 부분과 그렇지 않을 부분을 분리해서 답했다. 그러나 그 이후 한동안 계속해서 그 지적이 생각나면서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 지극히 건전한 비판이었음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지적에 움츠려들었다.

교사들도 1년의 활동 끝에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받는다. 1년에 한 번씩 학생들은 내가 해온 교육활동에 점수를 부여하고 서술형으로 잘한 점과 바라는 점을 작성한다.

몇 년 전, 한 학생이 바라는 점에 “차별 ㄴㄴ”이라고 달았는데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차별했는지를 알 수 없어서 한참을 이 네 글자에 연연했다.

나 뿐아니라 서술형 평가에 상처를 받은 교사들도 많다. 교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교원평가 이후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교사들의 하소연이 매년 올라온다. 그러다보니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안 보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한다.

교원평가에도 건전한 비판만이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성희롱적 발언이나 근거 없는 비난 등이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건전한 비판에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흔들리는데, 악플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 악플의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혹자는 악플을 없애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같은 실명 SNS의 경우 자신의 직업과 직장까지 써놓고도 악플을 다는 경우가 흔하다.

실명, 익명 가리지 않고 선을 넘는 인터넷 문화가 문제지, 실명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 국민이라고해서 우리나라 사이트만 쓰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쓰는 사이트는 외국 사이트다.

실명제를 의무로 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사이트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 또한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순기능마저 놓치게 될 것이다.

교원평가 역시 실명제로 할 경우 누가 교사의 수업이나 지도에 자신있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 

다음카카오에서는 얼마 전부터 연예면 댓글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서 사람들은 글과 댓글로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악플을 달아 고소를 당한 사람들은 "연예인이라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적반하장이다. 연예인을 사람이 아닌 소비재로 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예인 뿐 아니라 스포츠 선수나 정치인에 대한 악플도 마찬가지다.

한 연예인은 연예인으로서 불편함은 자신의 출연료에 포함되어있기에 참아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는 연예인으로서 참아내는 자세일 뿐 절대 정당화의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악플은 온라인이나 유명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화기 너머로도 전화상담원들에게 음담패설들을 일삼아 전화상담원을 보호하는 보호법들이 만들어졌다. 편의점 알바나 백화점 직원들에게도 입에 담지 못할 소리들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을 대하는 태도다. 지금 우리사회는 소비자가 절대 왕이라는 잘못된 풍토가 가득하다. 심지어 인간마저 소비재로 사용되고 있다. 칸트는 인간을 결코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인간은 수단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인간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인간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들에 대해 단호하게 벌해야 한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여 비판은 받아들이고 비난은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비난에 관대하고 비판에 지나치게 옹졸했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존엄성에 대한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민주시민으로서 학생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말하는 사람과 말하는 내용을 구분해서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