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 학급 아침 모임에서 생긴 일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 학급 아침 모임에서 생긴 일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1.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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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조윤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쏜 아이스크림.(사진=조윤희 교사)

[에듀인뉴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학급 모임에 가느라 교실 문을 열자 방충망이 활짝 열린 채 파리가 윙윙 날라 다니고 있었다. 방충망을 연 사람이 누구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늘 창틀에 축구화를 널어놓고 체육복을 걸쳐놓는 ‘키 크고 힘센’ 녀석의 습관 탓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감지가 되었다.

오늘 아침 학급모임에는 상습 지각생의 지각 근절문제와 학교의 오랜 숙원사업을 위한 조사 등 중요한 안건들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활짝 열린 방충망 창문에 파리까지 왱왱 거리며 할 말을 가로막고 있었다. 일단 반장에게 교실에서 아이들을 귀찮게 하는 파리를 잡기위해 교무실의 살충제부터 가져오라고 부탁을 하고 모임을 시작했다.

◆ 아침 모임 1탄, 교실에서

강당 뒷문을 등교에 허용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아주 해묵은 것이었다. 경사로에 건물이 들어서 있는 부산의 지형적 특성상, 뒷문을 이용하면 5분 만에 교실까지 갈 수 있음에도 정문을 이용하려면 같은 위치에서 20분 이상 더 걸려야 하니 초를 다투는 아침 등교시간에 학생들의 입장에선 매우 간절한 숙원사업인 셈이었다.

그래서 그 요구는 학생회 회의나 학급회 때 끊임없이 제기 되었고, 오늘 아침에도 급기야 강당 뒷문 근처 사는 학생들의 인원을 조사해 보라는 실태조사 명령(?)이 떨어진 것이었다. 학생들이 수차례 건의를 해도 흔들림 없이 정문 사용만 고집하던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건의가 너무 빗발치니 실태 조사부터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자 교실의 한 학생의 대답이 바로 튀어 나왔다. 

“야! 우리 전부 다 강당 쪽 방향에 산다고 말하면 되겠네! 손 다 들자!”

심기가 불편해진 필자 역시 0.1 초의 망설임도 없이 볼펜을 들고 있던 손으로 그 학생을 지적하면서, “00이,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정책이 제대로 안 만들어지고 그러는 거다, 이 사람아!”

머쓱해진 해당 학생은 입을 삐죽거렸지만 그래도 지지 않고 한 마디를 기어이 보탰다.

“쌤, 그렇지만 그래도 그렇게 삿대질 하시는 건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그래, 비록 볼펜이긴 했다만 네게 손가락질 한 건 미안!”

갑자기 교실 분위기는 ‘싸아’ 해졌다.

그 외에도 상습 지각생의 지각을 해결 못한 전날의 이야기 때문에 전날 네 차례나 그 학생의 부모님과 전화 상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까지, 아침 모임시간의 주제와 무게는 만만치가 않았다.

1교시 수업에 쫓겨 결국 교실을 나오고 말았지만, 살충제를 뿌려대면서 학생들에게 삿대질을 하는 담임이 학부형에게 전화를 했었다는 이야기까지 학급의 분위기 온도는 ‘영하 50도’는 될  듯한 분위기였고, 그런 교실 문을 나서는 필자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다.

마침 1교시가 비는 터라 학급 단체대화방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아침 모임 2탄, 단체 대화방에서

1. 강당뒷문 '실태' 조사에 대하여

실태는 말 그대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통용시키지 않는 것이 '교칙'이었던 만큼 교칙자체를 바꾸려는 학교 나름의 중요한 결정을 위한 사전조사인 셈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조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 술수를 부려도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하는 사고에 선생님은 화가 난거였다.

물론 표현은 00이가 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안/될/일/이/다. 절대로!

거짓말이 쌓여서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 같은 건, 이날 이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부탁하자.

너희들을 위해 배려하고, 또 교칙까지 바꿔야 할지 모르는 신중한 결정을 위해, 중대 결심을  하기 위해 ‘실태’ 조사를 하는 것인데 그렇게 가볍게 생각한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너희들이 날 융통성 없는 꼰대고 ‘틀딱’이라고 비판할지라도 난 그런 것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간다고 믿는다. 그러니 거듭 부탁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00이에게는 진심으로 사과한다. 비록 볼펜이었지만 손가락질한 건 옳지 않았다. 입장을 바꾸어 누가 내게 그랬다면 나도 화를 냈을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2. 반복되는 지각, 스스로 제어 안 되는 지각 본능

지각을 안 하겠다고 너희들이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자구책을 모색한 것 안다. 그럼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같은 반 친구들이 괴로워한다면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 어머니께 어제 네 차례쯤 연락을 시도 했지만 실패했다. 너희들이 아직은 미성년자이니 부모님께 도움을 구하고, 또 일정부분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것은 맞다만 사실 이런 문제로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자식을 키우는 나부터도 사실 부모 된 사람은 굴욕감을 느끼게 되고 수치스럽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지각이니 교칙위반 같은 걸로  연락드리지 않는 것이다.

△△가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 끝에 한 답변 탓에 선생님은 이 이야길 안 할 수가 없다.

△△가 말했다.

'내'가 지각 했으니 내가 '책임' 지면되지 않느냐! 벌점? 쌓이면 벌점 없애는 청소해서 지우면 되고, 벌금? 정해진 대로 돈으로 해결하면 되고, 나머지 자습? 뭐 도저히 안 되는 날은 빼고 '한번 씩은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학급 친구들 모두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의 방식대로만 해결하고 지각을 거듭하려는 그 태도에 난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방식은 아니다, 안 된다. 

△△에게 묻겠다.

그럼 △△는 뭘 맡겨도 ‘믿음직한’ 친구로 남을 자신이 있느냐? 벌점 없애는 청소로도,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잃은 믿음을 사지는 못한다. 그걸 놓치면 안 되는 것이다. △△는 명심하길 바란다. 아울러 너희 모두가 부디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에겐 다음 한 주가 '마지막' 기회다.

다음 주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 어떠한 포장이나 유예 없이 너의 1년 생활을 오롯이 기록(생기부)으로 남기고 부모님께도 실태를 말씀드려 공조를 할밖에! 네가 그러길 원치 않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미련한 △△는 아닐 테니까.

3. 방충망이 열려 벌레가 들어온 일

사실 내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일은 없다. 물론 수업을 하지도 않는다. 난 주로 사회실에서 수업을 하니까. 그럼에도 예민하게 군 이유는 벌레 때문에 너희들 중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해서다. 만일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는 친구가 문을 열어 벌레가 교실에 들어왔다면 벌레가 싫은 친구는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참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방충망이 없으면 모르거니와 있으니 벌레를 막을 수 있도록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라고 달려있는 방충망이니까.

다들 신경써주기 바란다. 난 여러분 모두의 담임이다. 

오늘 아침에 충분히 시간이 있었으면 이야기를 했겠지만 시간에 쫓겨 이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구나. 글이 너무 길어 미안하다.ㅠㅠ

추신.

1. 대신 00이에게 사과의 뜻으로 점심시간에 아이스크림 쏜다. ^^; 다들 00이에게 잘 먹겠다고 인사 한마디 해주는 센스!ㅎ

2. △△가 지각 안하는 방법을 다 함께 다시 고민해주길. 누구나 특별히 잘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걸랑. 누가 모닝콜을 좀 해주거나 욕발사(?) 알람을 좀 해주거나.

◆ 에필로그

학급 단체 대화방에 편지 같은 담임교사의 글이 올라가자 학생들의 답글이 쇄도했다. ‘잘못했습니다’, ‘유념하겠습니다’부터 ‘조심하겠습니다’에서 ‘아이스크림 잘 먹겠습니다’까지. 

이렇게 고등학교 교실의 아침 모임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었다. 흔한 고등학교 교실 아침풍경이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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