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일 마산 무학여고 교사/ 정동완 김해 율하고 수석교사

[에듀인뉴스] 고등학교 3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겨있는 ‘학교생활기록부’가 학생, 학부모, 교사 심지어 학교까지 웃고 울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특히 좋은 학생부는 무엇이고,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실제 학생들은 어떤 활동으로 연결해야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실제 합격한 학생들의 학생부를 길잡이로 삼는다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에듀인뉴스>는 학생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맞춤형 준비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백광일 마산 무학여고 교사(경남진학지도협의회 자소서 및 모의면접 팀장)/ 정동완 김해 율하고 수석교사
백광일 경남 교육청 소속 교사는 경남진학지도협의회 자소서 및 모의면접 팀장, 경남 교육청 학교생활기록부 현장지원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대표 집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동완 경남 교육청 소속 교사는 교육 봉사 단체 '오늘과 내일의 학교' 회장, EBS 파견교사 및 진로 진학 대표강사로 활동했으며, '학생부 끝판왕', '자소서 끝판왕', '면접 끝판왕', '나만의 학생부 만들기','드디어 공부가 되기 시작했다' 등의 20여종의 베스트셀러 저자다.

[에듀인뉴스] 학생부종합전형이라 불리는 대입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편이다.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오로지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많다. 하지만 공정성과 신뢰도라는 점을 잣대로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다수 존재하는 현재 상황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하는 학생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입시 경향을 보았을 때, 학교의 특색이 반영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과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3년간 준비한 학생들이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다.

이들의 학생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이 어떻게 좋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과연 ‘좋은 학생부’란 무엇인지, 어떠한 숨은 이야기가 있는지 알아보자.

누구의 기록인가?...‘나’의 이야기가 나타나야

“학생부가 참 잘 작성되었어. 역시 학교 프로그램이 특별하니 학생들의 활동이 절로 따라오는군.”

대학에서 실시하는 모의서류평가에 참가하여 합격 학생부를 살펴본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 본 생각일 것이다. 특히나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 출신임을 서류의 일부 내용에서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높은 평가 점수에 손이 가는 경험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서류평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학교인지, 특별한 교육과정을 이수했는지는 평가 기준이 됨에 있어 한계를 가져온다. 오히려 이러한 배경으로 포장된 학생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학생 본연의 모습을 찾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려는데 더욱 노력을 가하게 된다.

실제 서류평가를 주로 담당하는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저희는 학교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활동과 의미를 읽고, 개인의 역량을 평가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학교에 의한 평가가 아닌 학생 개인의 평가로 서류를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자신의 진로를 위한 길 위에 3년간의 노력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성실성과 진정성이 드러나는 사실 중심의 기록을 평가자는 원함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스스로 활동을 찾아서 적극 행동으로 옮기고, 사고의 확장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 ‘나’라는 고유의 브랜드가 새겨진 나만의 학생부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우수한 점만 나열된다면?...“호기심에서 출발한 탐구과정 중요”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취업준비생이 여기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모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였으며, 토익 950점 및 중국어에 능통함.(후략)”

아마도 이 글을 읽고서 지원자를 합격 대상자로 선발하는 인사담당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학 입시에 활용되는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도 위와 같이 학생의 우수한 점만 나열되어 있다면 평가자들은 해당 학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결과론적으로 성취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지 몰라도 과정이나 동기 면에서는 결코 좋은 평가로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평가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학생의 활동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동기에 따라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마치 ‘원인이 없이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이덕무의 속담집 ‘열상방언(洌上方言)’ 중 ‘突不燃不生煙(돌불연불생연)’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또는 특정한 호기심이 불씨가 되어 독서와 동아리 활동으로 연결되고, 교과 수업과 연계한 탐구 및 발표가 이어지면서 학업에 대한 열정은 더욱 타오르게 된다. 이는 전공적합성으로 이어져 진로 심화활동과 맥락을 함께 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 학생의 진짜 실력으로 나타난다.

학생부 기록으로 연결됨으로써 과정과 결론이 모두 강조되는 의미 덩어리의 완성으로 볼 수 있다. 단지 학생의 우수한 활동 기록만 나열된 것과는 많은 면에서 비교되는 동시에 ‘기-승-전-결’로 잘 짜인 한시(漢詩)를 완성한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짐을 알 수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양보다 질?...“양질(良質)을 넘어 연계성을 갖추어야”

한때는 ‘학생부가 30장이면 합격한다’는 말도 있었고, 다른 학생들과 차별된 이색 활동이나 학생의 실력이 잘 드러나는 심화활동이 있는 경우, 평가에서 유리하다는 말도 들리곤 했다. 즉,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중요성이 강조되던 과거가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위와 같은 양질의 측면을 넘어 한양대의 ‘횡단평가’와 같은 학생부 항목 간 ‘연계평가’가 대두되면서 좋은 학생부의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하는 측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학생부의 각 항목에 기재된 내용을 연계라는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연속적이면서도 인과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세특’이라고 불리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점으로 수업 상황에서 발생한 호기심을 관련 독서로 이해하고, Ted 등의 강의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깊이를 더하고, 관련 수상과 우수한 교과 성적이 연결되면서 진로활동으로 성취 및 사고의 확장이 묻어나게 된다. 이는 학생부의 항목별 내용이 개별성을 띄는 것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Story)로 전달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좋은 학생부란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각 항목을 통해 ‘연계성’있게 나타날 수 있는 기록과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학생부는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객체를 주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의미 있는 자신을 만들고, 나아가 평가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