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인구정책, 이민 다문화 문제 이주민에 맡기는 나라 없어

[에듀인뉴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다문화 정책 관련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족과 통일 쪽으로만 매달렸다가, 총선이 가까워오자 다문화 가족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부쩍 다문화 관련 정책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법 없듯이, 벼락치기 공부하듯 하는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에듀인뉴스>는 다문화 전문가 김성회 다문화센터 대표와 함께 지금까지 정부의 다문화정책 문제점을 검토하고 바람직한 다문화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을 끌어들인 것은 1993년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터였다. 그 후 1990년대 말부터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농촌의 지자체에서 불기 시작했다. 주로 연변의 조선족과의 결합에서 시작된 국제결혼은 점차 중국인으로 옮겨가더니, 베트남과 동남아시아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대만정부가 걸었던 과정과 아주 비슷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하자,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에서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2005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외국인 다문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다문화 가족지원법이 만들어지며, 전국 지자체 산하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220군데나 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대책 마련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폭행 시비와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 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이들에 대한 인권과 지원문제가 정책의 초점이 되었다. 정부의 다문화 지원예산이 정주가 예상되는 결혼이주여성에 집중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지원은 배제되는 차별 배제적 성격을 띠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외국인정책위원회와 제15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현재 정부가 다문화 정책에 쓰는 총 예산은 대략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외, 복지부나 교육부나 기타 다른 부처와 지자체 등으로 분산된 것까지 모두 합하면 약 3000억까지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나 지자체 등에 분산된 예산은 주로 유치원생 지원이나 지역 축제 등 국내 일반예산에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추산이 불가능하다.

현재 외국인다문화가족예산으로 잡혀져 있는 것은 여가부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 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운영, 법무부의 세계인의 날 행사 예산 등이다.

이 예산 가운데 80% 정도는 여가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예산이다. 또 여가부의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 중 대부분은 전국 지자체 산하에서 위탁 운영되고 있는 220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 및 경상비 지원 예산이다.

따라서 다문화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지원예산은 다문화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유치원교습비 등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중간전달체계(센터 운영)와 중간 전달자(센터 인건비, 방문지도교사비)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국정비전과 국정운영 전략에 따른 정책이 아니라, 늘어나는 외국인,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시혜적, 복지적 성격을 띠고 출발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구정책이나 경제에 대한 비전 등을 포함하는 국가비전과 전략, 철학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캐나다 등 이민국가에서 어떤 사람을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을 거부할 것인가 하는 국가 전략적 관점, 그속에서 그들의 복지, 인권, 사회통합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것과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정부에서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초기 학계에서는 주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후 정부가 다문화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을 할 때도 학계에서는 "다문화주의"가 어떠니, "동화주의"가 어떠니 하는 식의 서구유럽이나 이민국가에서 진행되었던 이념논쟁에 매달렸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실정과는 동떨어진 서구식 논쟁에 함몰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국가 전략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는데,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했다. 

즉, 정부는 정부대로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족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대증요법'식 정부정책에 머물렀고 그러다보니 국정철학과 전략을 담지 못했으며, 학계에서도 서구식 이념논쟁, 이론논쟁에 함몰되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대안을 내놓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고스란히 한국의 이민 다문화정책의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의 전략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하는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과 국회에서 만들어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 외국인 고용허가제법, 재외동포 방문취업제 등은 늘어나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족, 근로자, 재외동포(조선족, 고려인)에 대해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뿐, 국가의 인구나 산업정책에 대한 전략적인 방향은 담겨져 있지도 않고, 논의조차 없었다. 

그러다보니, 인구정책과 국가 전략에 대한 국민적 공론이 이뤄지지 않았고, 종합적 정부의 대책도 부재했다. 그런 상태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처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처우, 재외동포에 대한 처우를 논하다보니, 분절적이고 그때 그때 대처하는 식의 대응방식이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이렇게 철학과 전략이 없이, 처우와 복지 중심의 정책은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다문화 지원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와 이벤트로만 이용했을 뿐, 정부 출범이후 다문화관련 새로운 정책이나 어떠한 관심도 표명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문화는 민족주의에 밀려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사진=mbc캡처)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다문화 이벤트'에 매몰되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다문화 정치인 선발'이었다. 즉, 국가의 인구정책과 산업인력 정책이라는 국정운영 전략은 제쳐두고, 정치적 이벤트로 다문화 정책을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례대표 선발은 그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즉, 국가의 기본이 되는 인구정책과 정체성이 직결되는 이민 다문화 문제를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이주여성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이는 선진 이주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캐나다에서 1973년 다문화주의법을 제정하기 전에 퀘벡 분리주의와의 논쟁, 그리고 외국인 유입대책과 국가경제, 산업발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계속되었던 과정, 서유럽 등지에서 외국인력 도입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이민문제를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이 있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 정치권의 다문화 대책은 너무도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이민청 설치'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민청 설치'는 지금까지의 분절적이고 부분적인 다문화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먼저 법무부와 여가부, 노동부, 외교부로 쪼개져 있는 외국인, 다문화가족, 재외동포 관련 조직들을 하나로 통폐합하는 과정이며,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재외동포 방문취업에 관한 법 등을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이렇게 국정운영전략이 크게 바뀌는 것이 '이민청 설치' 문제이다. 인구 문제, 이민 문제, 그리고 국정운영 전략과 철학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졸속으로 '이민청 설치'가 처리된다면, 그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국가 정체성과 인구정책의 문제, 그리고 외국인 유입과 산업발전, 다문화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종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최저 출산율로 본격적인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늙은 국가가 될 것이고, 후세대들은 앞선 세대를 떠받치기 위해 모든 삶을 걸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국가 존망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인구정책과 외국인 유입의 문제, 향후 국가 전략의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만 한다.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 중대한 문제를 외국출신 몇 몇 사람에게 떠맡긴채 나몰라라 하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페르시아는 그리스용병에게 의존하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에게 망했고, 로마는 게르만 용병에게 의존하다 오도아케르에게 멸망했다. 이민과 다문화 문제는 인구의 문제이고, 국가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안보문제 만큼이나 중대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외국출신에게 맡기는 것은 페르시아와 로마의 점철을 밟는 것이다.

그래서 캐나다와 미국, 호주 등 어떠한 이민국가에서도 다른 문제는 몰라도 이민과 다문화 문제를 외국출신에게 맡기지 않는다. 언제까지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를 골치 아프다고 언제까지 외국 출신에게 떠맡긴채 나몰라라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민 다문화 테스크포스라도 구성해 인구정책과 함께 국정전략에 대한 종합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