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에듀인뉴스] 앞의 글에서 거론 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의 근본적 문제는 국정철학과 전략이 부재한 채, 그때 그때 문제에 대응하는 '대증요법'식의 정부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즉, 뚜렷한 국가적 목표를 갖지 못하고, 늘어나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을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결국 시혜적 지원정책 중심으로 정책이 짜여진 것이다.  

​이렇게 복지위주의 기형적인 다문화 정책이 펼쳐지게 된 것에는 '국정철학과 전략의 부재'도 원인이지만, 이를 증폭시킨 것은 해당 부처 이기주의였다.

특히 출입국 관리업무와 재한 외국인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와 다문화 가족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여성가족부의 알력과 이기주의가 기형적이고 왜곡된 다문화 정책의 핵심적 원흉이었다. 

국가예산을 뺏기지 않으려는 여가부의 '다문화 가족 정책 볼모화'와 '과잉 페미니즘'이 문제였다. 지금은 청소년과 여성과 가족 복지 전반의 정책까지 총괄하여 막강한 부서가 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다문화 정책 초창기 여가부는 예산 5000억원 수준의 초미니 부처였다. 초미니 부처였던 여가부에서 다문화 정책 예산은 중대한 비중을 차지했다.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2019년 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다문화가족지원 사업 확대와 관련해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여성가족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2019년 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다문화가족지원 사업 확대와 관련해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여성가족부)

사실 2005년에 제정된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과 다르게 '다문화 가족 지원법'이 만들어진 것도 여가부의 꼼수에서 시작되었다. 즉, 재한 외국인처우기본법에는 지원대상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과 국적을 취득한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여가부에서는 국적취득한 후 3년이 지난 다문화 가족과 결혼이주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다문화가족지원법'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적 취득후 3년이 지난 결혼이주여성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또 선진 이주국가에서는 그 이후까지 돌보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돌보려면 가족복지의 한부분으로 설정해서 지원하면 되는 문제였다.

지금도 가족의 여러형태(예를 들어 한부모가정 등)를 포괄하는 형식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런 형태로 지원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또 재한외국인처우 기본법에서 3년 전과 후에 대해 나누어 규정하면 될 문제였다. 

그럼에도 여가부에서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의 국적 취득 후 3년 이내의 규정을 근거로, 3년이 경과한 결혼이민자에 대한 보호를 구실로 '다문화가족지원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법에 따라 전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해가 갈수록 증가했고, 지금은 전국에 220군데가 되어 정부 다문화가족예산을 독식하는 '돈먹는 하마'가 되었다.

다시말해 여가부는 미니부처의 설움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에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라는 형태로 조직확장을 해왔던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다문화 퍼주기'라며 다문화가족 지원에 대해 역차별을 거론하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다문화가족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예산 대부분은 전국에 만들어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 경비와 인건비로 쓰여질뿐, 다문화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직접적인 지원도 못받으면서 국민들에게 '역차별'이니 하는 질시를 받고 있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또 다문화 가족(국제결혼)이라고 해서 모두 저소득층만 있는 것이 아닌데, 모두 한묶음으로 처리하고 보편적 복지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지원을 하니, 일반 국민들은 "너무 다문화만 챙긴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어 '역차별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다문화 가정이 대체적으로 일반 가정에 비해 저소득층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부족하지 않은 국제결혼가정까지 우선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였다.  

​결국 여가부의 이런 행태는 내부 반발을 불러왔다. 한부모가정 등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즉,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이 늘어나고 다문화가족보다 저소득층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예산은 다문화가족 예산보다 턱없이 부족하고, 별도의 기구도 없다는 것이 주요한 불만이었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 말기에 여가부에서 '국민통합적 다문화정책계획'이란 것을 만들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통합하는 방침을 세우게 되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합방침이 나온 뒤, 관계자들에게 통합방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하마처럼' 커진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들이 거센 항의를 하였다. 결국 여가부에서는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으로 몇 몇 중요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며, 전면적 시행을 늦추는 것으로 봉합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중복적으로 병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유지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국적취득을 원하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국적취득을 원하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사진=법무부)

여가부만 다문화정책을 왜곡시킨 것은 아니다. 법무부의 부처 이기주의도 한 몫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출입국관리본부를 산하에 두고 국적취득과 외국인정책, 그리고 출입국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는 여전히 '검찰' 중심의 조직이다. 출입국 관리업무를 다루어야하는 청와대 파견, 총리실 파견 직원조차 검찰조직에서 파견되고 있고, 박근혜 정권까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검사장이 부임해왔다. 

어찌보면, 출입국관리본부는 법무부에서 '의붓자식'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출입국 업무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즉, 출입국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이민청' 등 독립된 외청으로 커지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 업무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냥 '의붓자식'으로 지금 수순에서 머물러 주는 것이 법무부가 원하는 바였다. 

결국, 미니부처의 설움을 벗어나려는 여성가족부, 현상유지만을 원하는 법무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이민 다문화정책 수립을 방해하고, 기형적인 복지위주의 다문화정책이 펼쳐지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이같은 부처 이기주의는 박근혜 정권 중반 조윤선, 황교안 장관 때 가장 극심했다. 당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저지되었고, 재한외국인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외국인근로자정책위원회가 제각각 움직였다. 

​여기에 정치권과 기업의 '이벤트로서의 다문화 접근'도 문제를 증폭시키는 구실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이 '다문화'를 이벤트로 활용하려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자스민 의원으로 나타난 다문화 정치인 만들기'였다.

즉, 국정철학과 전략의 입장에서 심도있는 이민 다문화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이벤트에만 열심이었던 것이다. 기업에서도 사회공헌과 봉사에서 '다문화'를 적극 활용하였다. 왜냐하면 '이색적인 다문화 사회공헌'은 홍보효과에서 그만이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전대통령과 이자스민 전 의원... 정치권에서 이민 다문화 문제를 정치적 이벤트로 이용할 뿐, 국정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사진=spotnews)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국정철학과 전략이 부재한 채,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이민 다문화정책과는 거리가 먼, 복지중심의 시혜적 다문화정책으로 기형화되었고, 역차별 논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반다문화 정서'만 강화시키는 구실이 되었다.

지금 여가부 등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사업이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인데, 그만큼 국민들의 반다문화정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아닌 다문화 가족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여가부가 만든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속담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혀가 짧아 '람'이라는 발음을 못하는 스승이 말하길 "나는 바담풍이라고 읽지만 너희는 바람풍이라고 읽어야 한다"며, 따라해보라며 "바담풍!"이라고 했다 한다. 그래서 제자들이 "바담풍!"이라고 따라하자, "바담풍!"이라고 하지 말랬잖아...다시! "바담풍!"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복지위주의 기형적 다문화정책을 펼쳐 역차별 논란을 만들어 놓고, "국민들의 다문화 인식이 문제니, 다문화 인식개선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이 국민들의 인식을 왜곡시켜놓고, 자신들이 국민을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 모두 반성적인 성찰을 통해 이민 다문화정책을 심도있게 재검토를 해야만,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 시행될 수 있고, 국민들도 다문화 사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