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번째 이야기...쌤들이 만족할 연수 만들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하루 종일 허둥대고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가슴은 충만함으로 가득 찬 오묘한날이었다!

“하늘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달아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어둠속에 불빛이 우리네를 비춰주네~”

오늘 오전에는 우리 학년 소금 연주 발표회가 있었다. 기존 소금 공연 이외에 사물놀이도 배우고 공연 준비도 하느라 다른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연주를 하지 않는 학생들과 별달거리 가사를 함께 외웠다. 몇 번 반복으로 모든 학생이 외우도록 하는데 내 목이 쉴 뻔 했다.

눈은 아이들을 보고, 입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머릿속은 오늘 오후에 진행될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올해 학교를 옮기면서 보직교사도, 큰 업무도 맡지 않아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할 일이 없었는데 마침 오늘이 그 날이다. 왜 바쁘고 힘든 일은 이렇게 함께 오는 것일까!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있을까?

전문적학습공동체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최창진 교사의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전문적학습공동체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최창진 교사의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전문적학습공동체 컨퍼런스’는 집단성장과 학교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이번에는 학년별로 진행된 사례를 나누고 전 교원이 배우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여 전체 강의를 듣고 배우는 자리를 계획했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전국 모든 학교 학년부장님, 기능부장님 그리고 큰 업무든 작은 업무든 무엇이든 업무를 갖고 계신 모든 선생님이 새삼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워졌다.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준비하고 진행하는게 정말 힘들다. 뭐랄까. 아주 자잘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중간에 빵꾸(?)가 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데 그래서 특히 행사 당일에는 온 정신이 그쪽으로 간다.

먼저 학기 초에 만든 계획을 참고하여 주제에 맞는 강사를 선정해야한다. 그리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선생님 또는 강사님이 소속된 곳에 강사 의뢰 공문을 만들어 보내야한다. 강사카드와 원고를 강의 전에 받아서 예산품의를 작성한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실무사님이 품의를 해주시기 때문에 훨씬 수월했다.

두 번째 간식 준비! 어떻게 보면 간단한데, 어떻게 생각하면 제일 어려운 문제다. 6교시 내내 아이들과 한바탕 하시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는 선생님들에게 어떤 간식으로 기운을 차리게 해드릴까? 수업 준비와 해당 업무 처리 때문에 바쁘신 와중에도 배움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최대한 좋은 것만 해드리고 싶다. 교내 메신저로 추천을 받아 샌드위치와 작은 과일컵 그리고 음료를 준비했다.

세 번째 강의실 세팅이다. 6교시 끝나자마자 강의 준비물을 챙기고 세팅하러 지혜샘터에 가니 이미 다른 수업이 진행중이다. 문을 살짝 열고 여쭤보니... ‘아! 오늘 스피드스택스 방과후 수업이구나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체육관으로 달려가본다. 문을 살짝 열어 확인해보니... ‘아! 오늘 배드민턴 방과후 수업이구나ㅠ’ 아이들 방과후 수업을 안내만 해주지, 6교시 이후에도 이렇게 활발하게 방과후 수업이 진행되는지 몰랐다. 방과후 강사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해당 수업을 다른 교실에서 진행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정신없이 강의실을 확보하고, 빔 프로젝터로 현수막을 만들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1년을 돌아보고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회의를 진행한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학년별로 30시간 운영하기로 결정한다. 또한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과감히 삭제하고 내실 있고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행사를 위해 알차게 준비하려고 한다. 혁신은 만남과 소통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최고의 진행과 최고의 간식으로 행복해요.”

같은 학년 선생님이 몰래(?) 내 사진도 찍어주시고 칭찬도 해주시니 어깨가 으쓱한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출석부를 준비하지 않은 게 떠올랐다. ‘아...나는 왜 이렇게 덜렁거릴까...ㅠ’

성기백 교사의 강의와 강의 내용을 열심히 적는 문기초 교사들.(사진=최창진 교사)
성기백 교사의 강의와 강의 내용을 열심히 적는 문기초 교사들.(사진=최창진 교사)

서울 동구로초 성기백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잡생각이 없어졌다. 탄탄한 콘텐츠와 실제 적용 사례, 간단하지만 엄청 재미난 실습과 체험까지 깜짝 놀랐다. 선생님들은 피곤한 내색 없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강사님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선생님들은 하나라도 더 배워서 각 학급에 적용하려고 노력하셨다.

일정상 3시 30분부터 진행해서 5시 30분까지 계획했는데, 실제로 끝난 시간은 5시 40분쯤. 퇴근시간 지나서 싫어하실만한데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자리를 지키고 흡족하게 연수에 참여해주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수가 끝나고 벌어졌다. 대부분은 연수가 끝나면 바로 귀가 하시는 게 보통인데, 모두 강사님께 다가가서 질문하시고 대화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 선생님들이 연수를 싫어하시는 게 아니구나, 오히려 좋아하시는구나’ 싶었다. 준비는 허접하고 부족했지만 선생님들이 좋아하시고 열심히 참여하시며 깔깔거리시니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 좋은 강의를 준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알찬 연수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연수가 끝나고 강의를 해주신 성기백 선생님을 붙잡고 2시간여 동안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어떤 교사인지부터 나의 교실, 나의 삶까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웠다. 역시 ‘열정기백쌤’의 타이틀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였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행복하다.

퇴근 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수업은 수업대로, 생활지도는 매 순간 계속하시면서, 주어진 업무는 빈틈없이 해내시는 모습에 놀란다. 물론 나는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하지를 못하지만 말이다.

또 경력에 상관없이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초등교사의 참여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밝은 리액션과 과제를 해결하는 태도는 대한민국 최고가 아닐까 싶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충만한 하루였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