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부의 개정안 고3에 선거권, 선거운동‧정치활동 허용
만18세로 성년연령도 낮춰…민법, 청소년보호법과 정면 배치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만18세 고3에게 선거권을 주고, 선거운동과 정치활동까지 허용하는 법안이 아무 대책도 없이 졸속 처리한다면 교실 정치장화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250개 교육, 시민, 학부모단체는 2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을 공동 개최하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선거연령만 한 살 낮추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학생들을 오염된 선거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결단코 반대하며, 국회는 교실 정치장화, 학생 선거사범 근절‧예방대책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돼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18세 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만18세로 선거연령 하향 △만18세로 성인 연령 하향 △만18세 선거운동 허용 등이 골자다. 또 부칙을 통해 내년 4월 15일 있는 국회의원 선거부터 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하윤수 교총회장은 "법 개정안은 18세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물론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어 “그런데도 단순히 선거연령 하향만을 부각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18세 선거법이 고3의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학교와 교실 정치장화에 대한 근절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명시돼 있다. 또 교육기본법에는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제6조 제1항),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4조 제4항)고 적시돼 있다. 

하 총장은 “학생들이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선거운동을 주도하거나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찬반 갈등이 교실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보수,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이 학교를 오염시키고, 정치권과 이념세력까지 학교로 들어온다면 그 후폭풍은 감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회는 선거법 개정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3 학생들이 선거사범으로 내몰릴 수 있는데도 아무런 예방‧보호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언비어 유포, 흑색 및 비방활동 등 수많은 선거 위반사례에 고3학생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진흙탕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이든 외부의 권유든 상관없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만18세가 성인으로 설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해 발의한 법 개정안 제60조 제1항 제2호는 ‘미성년자’를 종전 만19세 미만에서 ‘만18세 미만’의 자로 낮춰 명시했다. 이 부분은 만19세부터 성인으로 명시해 만18세까지는 단독으로 법률상 유효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민법과 충돌한다.

또 민법에 근거해 만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술‧담배 등 유해약물은 물론 유해업소,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하는 청소년보호법과도 정면 배치된다. 이처럼 성년 연령 조정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 해소, 법령 정비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윤수 회장은 “선거연령 하향은 수많은 관련 법령‧제도들과 상충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OECD 주요 선진국들은 선거연령 하향에 앞서 법령 정비와 학생 정치활동 가이드라인 마련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했다”며 “그런데 우리 국회는 파행만 거듭하다 총선 일정만 고려해 강행 처리에만 매몰돼 있고, 교육부는 학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3 학생까지 오염된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어떠한 시도도 결단코 반대하며 총력 저지하겠다”고 결의하면서, 국회에 대해 △정치적 이해타산과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 즉각 철회 △선거연령 하향에 앞서 정치선거로부터 고3학생을 보호하는 근본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