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만족도·학교생활행복도·국제학업성취도평가, 어떻게 볼 것인가
삶의 만족도·학교생활행복도·국제학업성취도평가, 어떻게 볼 것인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2.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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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하나고 교사

[에듀인뉴스] 1986년 1월 15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이 살아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 난 그 성적 순위라는 올가미에 들어가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삶에 경멸을 느낀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후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1989년 5월 28일 결성된 전교조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가혹한 입시경쟁교육에 찌든 학생들은 길 잃은 어린양처럼 헤매고 있으며, 학부모는 출세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받았다. 이러한 교육모순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학부모에게 위임받아 책임져야 할 우리 교직원들로 하여금 교육민주화의 대장정으로 떨쳐 일어서도록 만들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549명에 이른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이 55%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성적과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을 차지하는 경우는 12.7%로 나타났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심각한 비율이다. 올해도 수능 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삶의 만족도를 물었다. 이 질문에 OECD 회원국 37개 국가와 비회원국 34개국을 합친 71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해당하는 65위를 차지했다. 반면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수학은 1~4위, 과학은 3~5위, 읽기는 2~7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너무나 반가운 소식은 ‘삶’에 대한 만족도의 상승도가 71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시작했다. 이 평가에서 동일한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교생활행복도’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중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는 64.4%였다. 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는 64.7%로 집계됐다. 지난 6년간 학교생활행복도가 무려 22.6%가 상승한 결과다. 

학교생활 행복도를 측정하는 질문 내용을 살펴보자. 심리적응도 항목에서 “우리 학교에는 나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이 계신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나는 학교에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나는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 “우리 학교에는 나를 인정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내 자신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와 같은 질문에 응답하도록 했다. 

또 교육환경만족도 항목에서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 방과후활동 등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서 좋다.”, “우리 학교는 중요한 결정(축제, 교칙, 학교 편의시설, 건의사항 등)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좋다.”, “우리 학교는 시설(도서실, 컴퓨터실, 음악실, 과학실, 체육관, 운동장, 급식실, 냉난방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좋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다.”,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와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학교생활 행복도가 조사를 실시한 이래 올해까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유의미한 지표이다. 특히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기 시작한 이후로 학생들의 인권과 학교생활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신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반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학생들에게 “삶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를 차지했다. 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삶의 만족도는 떨어졌다. 반면 학업성취도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학업성취의 배경에 자발성과 능동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판단할 수 있다. 시험 성적은 우수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학생의 삶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해야 하는가. 이것이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핵심 이유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난 지 3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우리 아이들을 이 고통스런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는가. 이제는 기성세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아이들의 고통과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우선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꿔야한다. 학생들을 살인적 경쟁체제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른의 도리가 아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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