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파트너스 공동대표/ '정시의 원리' 저자

정시 확대, 재수생들을 위한 대안

(사진=YTN 캡처)

[에듀인뉴스] A : “축하해! 네가 서울대 지역균형(지균)으로 지원한 학과가 경쟁률이 2:1도 안되던데!
B : “선생님 죄송해요, 최저 못 맞췄어요.”
A : “아니, 모의고사만 해도 잘 나왔잖아!”
B“: ”모의고사대로만 나왔으면......흑흑”

지역 고교의 지균 선수들은 수능최저를 잘 못 맞춘다. 굳이 서울대 수시이월 인원이나 모 기관의 데이터를 들이 밀지 않더라도, 각 지역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내신 따기가 쉬워 진학한 고교의 경우에는 더욱 황당하다. 서울대 지균 최저, 고려대 수시 최저 모두를 맞추는 학생이 손에 꼽을 정도다. 어쩌면 연세대가 수능최저가 없으니 스카이 전략이라는 미명 아래 지원해 보지만 여지없이 떨어진다. 진학 선생님이 말리는 학교도 있다. “제출해도 안 된다. 이제까지 우리 학교는 연대에서 뽑아준 적이 없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저만 맞추면 합격하는 학과들이 꽤 많다. 원자력계열, 조선해양계열 등등 공과대 대부분은 수능최저 문제다. 문과의 경우에는 수능최저를 맞춰도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어렵긴 하다. 

그러나 인문대 쪽으로 가면 수능최저 충족으로 들어가는 학과들이 많다. 좀 더 찾아보면 서울권 대학에서도 교과, 종합, 논술전형 등 수능최저가 있는 학과에서는 수능 충족율이 30% 이하대로 내려간다.(100명의 지원자가 있다고 가정할 때 30명 정도만 수능최저를 맞출 때 수능충족율이 30%라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아도 현실은 또 다르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이를 알려주기 보다는 학생부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가 훨씬 일반적이고 숫자도 더 많다. 

정시전형은 재수생이나 일부 수능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소수 학생용이다. 최근 언론에서 한창 정시 인원이 늘어난다고 알리고 있다. 정보가 빠른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학원을 찾아가보지만, 이미 유튜브에 익숙한 자녀들은 고전적 문제풀이 교육을 감당해 내기엔 참을성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재학생에게 수능 고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재수생에게 있다. 그리고 고3 9월 모의평가가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에는 최상위권 재수생들이 일부러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다. 즉 실제 수능에서 최상위권 재수생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재학생들이 받는 고3 9월 모의평가 점수는 실제 수능점수와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반인들이 알기는 어렵지만 학원가에서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결국 재학생들은 수능공부를 위한 학습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 체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고교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학종 고교’라는 것을 선언해야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반쪽짜리라고 하는 새로운 입시체제를 받아들어야만 한다. 

중학교 때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에 적응된 학생들 중 대부분은 선발 인원이 다소 적어진 학생부전형으로 대학을 보낼 수밖에 없다. 소수 학생들만 수능에 재능을 보이고 큰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스스로 굳은 의지와 노력에 의해 수능고득점이란 관문을 통과할 것이다.

입시는 복지가 아니다. 입시는 경쟁의 장이다. 입시체제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리트매틀리의 『본성과 양육』이란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회가 평등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선천적 요소가 더 중요해진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 사회는 신장과 체중의 유전이 높아질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는 사회에서 좋은 직업은 선천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능력주의라는 말에는 바로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이러한 동일한 요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마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통제하여 동일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기껏해야 수능시험 시간이나 반입할 수 있는 내용물 정도일 것이다. 그 외는 모두 다른 환경이나 조건에서 이뤄지는 것들로 우리 삶이 구성되어 있다.

대다수 일반고 학생들은 정시가 늘어난 것과 관련 없는 경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고교학점제도 정시가 늘어난 것과 관련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고교 내에서는 최상위권 몇 명의 학생들에게 불리함을 가져오는 요소일 뿐일 수도 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서열화와 학벌주의에 편입되고 있는 수많은 재수생들을 위한 대안일 수도 있다. 아마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채널이나 그룹이 많다면, 정시 확대는 환영받을 만한 것이라는 온라인 트래픽이 현재보다 더 많이 잡힐 것이다.

송민호 에듀인 파트너스 공동대표/ '정시의원리' 저자
송민호 에듀인 파트너스 공동대표/ '정시의원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