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육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지향점, 기준 등 기본 틀 개발 서둘러야"
한국 인공지능 교육은 불모지...교육자 양성, 커리큘럼 개발부터
교·사대 컴퓨터교육학과와 함께 가야...다양한 과목과 융합 필요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지난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하면서 인공지능(AI)은 인간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한편으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후 3년이 지난 2019년 11월, 정부는 ‘제1차 사람투자·인재양성 협의회 겸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학에 인공지능과 관련한 첨단학과를 설치하고 인재 양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시도교육청들은 기존 학교 설립·전환 등의 방법으로 인공지능 교육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교육이 사회적 화두가 되는 이때,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가 지난 6일 출범했다. 미국의 AI 교육 단체 ‘AI for K-12’처럼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맞춘 교육과정 등을 개발·보급하고자 하는 학회의 초대 회장으로는 한선관 경인교대 교수가 선출됐다.

창립식에서 기자를 만난 한선관 학회장은 “인공지능 교육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교육이 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인공지능은 학회나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미래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인간중심 인공지능사회 구현에 한 몫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한선관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 초대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한선관 경인교대 교수. 한 교수는 지난 6일 경인교대에서 열린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 출범식에서 초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인공지능 교육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교육 프레임웍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한선관 경인교대 교수. 한 교수는 지난 6일 경인교대에서 열린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 출범식에서 초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인공지능 교육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교육 프레임웍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 출범과 초대 학회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소감을 남긴다면.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인공지능 관련 분야가 재미있어 시작했는데, 이제는 학회를 운용하고 조직을 규합하며 대외적으로 협상도 해야 하는 막중한 일들을 해야 한다. 긴장된다.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는 어떤 사업을 추진하나. 최우선 사업은 무엇인가.

학회 사업으로 ▲인공지능교육 표준 프레임워크와 자료발표 ▲인공지능 융합인재 및 교육자 양성 ▲신진 연구자 지원 및 교육 커뮤니티 제공 ▲회원 확대와 우수 연구자의 참여 확대 ▲인공지능과 미래교육 정책의 구심점 역할 ▲인공지능 융합기술 산학연 연구 확대 ▲교육자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학회 ▲학술지 등재와 국제학술대회 활성화를 선정했다.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 교육 표준 프레임워크를 개발·보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AI를 초·중·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단체 ‘AI for K-12’가 설립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과 목적 등을 제시하고, 그를 바탕으로 개발·보급하는 일을 한다.

한국도 AI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지향점을 갖고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기본 틀을 서둘러 개발해야 AI 교육이 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학회에서는 한국적 상황에 맞춰 개발·보급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수준은 어느 정도라 파악하나. 또 교육적 수준은 어느 정도에 도달했다고 보는가.

전세계에서 10~12위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보면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이지만 1~4등 정도와 그 밑은 격차가 커서 이하 등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교육 수준이라.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그간 대학에서도 별 관심이 없는 학문 분야여서 스카이 대학에 한 개 정도의 연구소가 있을 뿐이다.

대기업에서는 인공지능 전문가 구인난에 허덕일 정도로 인재 양성이 안 되고 있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자 양성 및 커리큘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보편교육과 심화교육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편교육은 모든 아이가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통찰력 같은 것을 갖출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심화교육은 인공지능 관련 분야를 직업적으로 삼을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특성화고나 영재학교 등에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두 영역을 합치면 대한민국 아이들은 누구나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심화교육과정을 통해 직업으로 삼을 수 있으며 이들이 우리나라 미래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교사 양성이 화두다. 교육부는 교사 양성을 주문했고 시도교육청 등은 학교도 설립(전환)으로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교사 양성에 한 마디 제언한다면.

교육부에서 시도하는 것은 기존 교사들을 석사과정에서 가르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인공지능융합교육전공을 신설한다고 하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데 교사들이 필요하니 고육지책으로 만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있다.

현재 교대나 사범대에 컴퓨터교육학과가 존재한다. 컴퓨터과학에 근거해 소프트웨어, 코딩에 대한 연구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인공지능교육도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또 다양한 과목과의 융합도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법학, 디지털리터러시 등과의 융합을 통해 교육과정을 만드는 게 좋겠다. 예술도 함께 한다면 디지털 아트 등으로 접목이 가능하다.

■학생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조언 한 마디 해 달라.

교육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게 답이다.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고 교육과정은 어떻게 나열되고 교육내용은 무엇이 들어가고 평가는 어떻게 하겠다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학생 수준에 맞춰 초등학교에서는 이론 등을 배우며 체험하는 것을 위주로, 중고등학교에서는 개념을 이해하고 실제 알고리즘을 만들어 개발하는 것으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코딩교육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교과적으로 시수를 늘리면 된다. 교과를 만드는 게 좋은데 융합 추구 차원에서 보면 적합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교과와 융합하되 시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사들에게는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실질적 교수 사례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자료를 배포하고 원격 연수원 등을 통해 온라인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일에 출판계 등과 같은 기업에서도 많은 동참이 이어지면 더욱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긴다면.

인공지능은 학회나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미래이기도 하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 깨달음을 바탕으로 인간중심 인공지능사회 구현에 한 몫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언론에서도 많은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학회의 성장과 역할을 지켜보며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면 좋겠다.